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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파타고니아가 건네는 위로

Los Angeles

2025.12.04 19:12 2025.12.0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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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조의 남미 인사이드]
칠레·아르헨의 파타고니아

마젤란이 열어젖힌 바다의 통로가 남긴 유산
눈 이야기처럼 쌓인 발자국 속 원주민의 삶
바람이 깎아낸 안데스 산자락을 따라 걷는 길
티에라델푸에고의 불빛 아래서 만나는 역사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선정한 파타고니아의 핵심 명소다. 이곳을 빼고 떠나는 여행은 껍데기만 스치는 격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상징적인 장소로, 웅장한 봉우리를 마주하면 ‘눈도장만 찍고 가는 건 창조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선정한 파타고니아의 핵심 명소다. 이곳을 빼고 떠나는 여행은 껍데기만 스치는 격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상징적인 장소로, 웅장한 봉우리를 마주하면 ‘눈도장만 찍고 가는 건 창조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파타고니아에 한 번 가면 언젠가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20대 초반 번민에 사로잡혀 남미의 끝으로 향했던 나는 그곳에서 마주한 산과 숲, 빙하와 바람, 호수와 하늘, 구름의 풍경 앞에서 내면의 전쟁이 무색해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그 인연은 평생 이어질 연분이 됐다.
 
세로 데 라 크루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푼타아레나스 전경과 마젤란 해협. 남미 최남단 도시와 해협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로 데 라 크루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푼타아레나스 전경과 마젤란 해협. 남미 최남단 도시와 해협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젤란, 남방에서 역사를 바꾸다
 
1519년,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항해 목적은 분명했다. 서쪽으로 항해해 말루쿠 제도로 가는 새로운 바닷길을 찾는 것. 폭풍을 피해 남쪽 해안을 따라 내려가던 그는 1520년 좁은 물길 하나를 발견한다. 처음엔 강 어귀로 여겼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수로 끝에서 또 다른 바다가 열렸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길, 오늘날의 마젤란 해협(Strait of Magellan)이다.
 
이 발견으로 당시 ‘세상의 끝’이라 불리던 남쪽 바다는 신대륙으로 향하는 관문이 됐다. 세계 지도는 다시 그려졌고, 인류의 항해사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마젤란해협 인근에서 서식하는 마젤란펭귄.

마젤란해협 인근에서 서식하는 마젤란펭귄.

‘킹’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파타고니아산 킹크랩. 우슈아이아에서는 꼭 맛봐야 할 별미다.

‘킹’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파타고니아산 킹크랩. 우슈아이아에서는 꼭 맛봐야 할 별미다.

마젤란 동상 하단의 테우엘체 청년상의 발은 ‘행운의 발’로 불린다. 수많은 여행객의 손길이 쌓여 반짝임을 잃지 않는다.

마젤란 동상 하단의 테우엘체 청년상의 발은 ‘행운의 발’로 불린다. 수많은 여행객의 손길이 쌓여 반짝임을 잃지 않는다.

파타고니아
 
1520년 마젤란 일행이 남미 최남단에서 처음 목격한 것은 눈 위에 찍힌 커다란 발자국이었다. 거인의 흔적이라 여긴 선원들은 이 지역을 ‘Patagon(큰 발을 가진 사람)’에서 유래한 파타고니아(Patagonia)라 불렀고, 그 이름은 그대로 지명으로 남았다. 거대해 보였던 발자국의 실체는 혹한을 견디기 위해 원주민이 발에 여러 겹의 짐승가죽을 두른 흔적이었다. 칠레 파타고니아 최남단 도시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 곳곳에서는 지금도 ‘마젤란’이라는 이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해협·거리·호텔·보호구역까지, 그의 흔적은 도시 곳곳에 스며 있다.
 
도심 중심부에는 마젤란 동상이 자리한다. 그러나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그의 발 아래에 앉아 있는 파타고니아 원주민 상이다. 옛 항해자들은 무사 항해를 기원하며 원주민의 ‘큰 발’을 만졌고, 지금은 여행자의 행운을 빌며 사진을 남기는 명소가 됐다. 반짝이는 발 조각은 세월의 녹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티에라델푸에고
 
‘티에라’는 땅, ‘푸에고’는 불을 뜻한다. 원주민이 늘 피워두던 모닥불의 연기를 본 마젤란이 ‘불의 땅’이라 부른 데서 비롯된 지명이다.
 
19세기 초, 영국은 미지의 남단 해역을 정밀하게 측량하기 위해 HMS 비글(Beagle)호를 파견했다. 탐험대는 1830년 마젤란 해협보다 더 남쪽에서 새로운 수로를 발견한다. 거친 드레이크 해역을 우회해 태평양으로 진입할 수 있는 생명줄, 오늘날의 비글 해협(Beagle Channel)이다.
 
칠레 vs 아르헨티나, 긴 영토 싸움
 
티에라델푸에고 제도의 국경선은 1881년 조약으로 정해졌지만, 최남단의 작은 섬들과 비글·마젤란 해협은 이후 수십 년간 갈등의 불씨가 됐다. 1978년엔 양국이 함대와 병력을 배치하며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았다. 상황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중재로 1984년 ‘평화와 우정 조약’이 체결되며 가까스로 봉합됐다.
 
남단 국경 분쟁은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니었다. 남극 접근권, 해양 자원, 석유 탐사, 어업권 등 국가의 자존심과 전략적 이익이 걸린 거였다. 지금의 비글 해협은 세계적 명성을 얻은 ‘파타고니아 킹크랩’의 산지다. 만약 양국의 갈등이 이어졌다면, 우리가 이 맛을 즐기는 일도 쉽지 않았을지 모른다.
 
여행 팁
 
안데스산맥을 중심으로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는 파타고니아는 광대한 지역 특성상 지형·인프라·접근성이 크게 다르다. 일정 구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여행이 가능하며, 일정이 길수록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이 수월해진다. 8박부터 22박까지 여러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고, 개인 취향에 맞춘 맞춤 일정도 선택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바람의 땅’으로 불릴 만큼 날씨 변수가 많은 지역이어서 전문 인솔자의 안내가 필수적이다.  
 
출발 일정은 ▶2026년 1월 24일 ▶2월 10일 ▶3월 22일 ▶4월 2일(단풍 절정기) ▶11월 10일·19일 ▶12월 18일이다.
 
▶문의: (213) 507-0020,  www.ewsntour.com

 

유니스 조 대표
 
남미 전문 여행사 동서남북투어의 유니스 조 대표는 17세부터 남미 전역을 누빈 베테랑 백패커 출신의 전문가다. 그는 40년 넘게 쌓아온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 상품을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해 왔다. 모든 일정은 현지 인솔까지 책임지며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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