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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낯선 한국, 아쉬운 그 시절

Los Angeles

2025.12.08 18:52 2025.12.0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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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한 UC리버사이드 교수

장태한 UC리버사이드 교수

지난 10월 말부터 약 한 달간 한국에 다녀왔다. 매년 세미나와 특강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지만 이번에는 안식년을 맞아 장기간 체류하면서 많이 달라진 한국의 모습과 문화를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었다.
 
서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수도권 대학은 물론 전남대, 대구대, 그리고 부경대 특강을 하면서 대한민국 전국에 다녔는데 달라진 한국의 모습에 새삼 놀랐다. 우선 특강에 참석하는 학부생들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 학부생들이 외부인사 특강에 관심이 거의 없다고 한다. 주로 대학원생과 교수들이 특강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가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학생들이 모여서 대화를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우정을 쌓던 모습은 완전히 없어진 듯하다. 대학가 앞 식당에는 혼밥, 혼술하는 학생들만 보인다. 서로 대화하는 모습이 없다. 대학가의 활기찬 모습이 사라지는 듯해서 놀랍고 한편 매우 아쉽다.
 
밤 문화도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저녁 식사하면서 한잔하고 곧이어 2차, 또는 경우에 따라 3차까지 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저녁 식사 시간에 손님이 많이 없고 한적한 모습만 보인다. 지인들과 저녁 식사하면서 텅 빈 식당에서 우리만 식사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아주 유명한 식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저녁 식사 시간에 손님이 거의 없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회사에서 회식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고 한다. 직장 회식 문화는 거의 사라진 셈인데 저녁 8시가 넘으면 지하철 또는 버스가 텅 빈다. 예전에는 엄청 붐비던 시간인데 저녁 8시가 넘으면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아파트 주차장이 저녁 8시만 넘으면 만원이어서 주차 공간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또 상당수의 식당들에서 직원들이 주문을 받지 않는다. 키오스크로 직접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운 시니어들은 식당에서 음식 먹기도 힘들어졌다. 일부 식당에서는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손을 들어 택시를 잡던 모습이 사라진지도 이미 몇 년 되었다. 카카오 택시 앱을 설치하지 않으면 택시를 탈 수가 없다. 대부분의 택시들이 예약등을 켜고 다닌다. 손을 들어 타려고해도 거의 서지 않는다. 앱을 설치하고 미국에서 미리 인증하고 가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어서 해외동포들은 택시 타기도 쉽지 않다.
 
달라지지 않은 모습도 있다. 바로 배수구에서 나는 악취인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한다. 배수구가 자주 막히기 때문에 미국처럼 U턴 배수관을 설치하지 않고 직선 배수관을 설치해서 밖으로 냄새가 배출된다고 한다. 법으로 제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건설사들의 반대로 쉽지 않다고 한다.
 
강형원 전 LA타임스 사진기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미혼모 출생신고 문제가 나왔다. 예전에 미혼모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즉, 혼인 신고를 한 부부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어 미혼모들이 갓난아기들을 버리거나 해외입양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해외 입양 1위 국가가 된 것이다. 지금은 미혼모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나 제도적으로 쉽지는 않다고 한다.  
 
서울역에 가면 소음이 매우 심하다. 대부분 선교 활동인데 확성기를 사용해서 큰 소리로 외치고 찬송가를 크게 틀어서 매우 귀에 거슬린다. 그럼에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서인지 모르겠다.
 
모교인 인천고등학교 졸업 50주년 행사에도 참석해서 반가운 친구들의 얼굴들도 많이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어쩌면 대부분의 친구들은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서 급변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에 놀랍고 한편 정이 사라지는 사회가 되는 것이 아쉽다. 

장태한 / UC 리버사이드 교수·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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