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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식 동시 급등 50년만"…BIS, 이중 거품 가능성 경고

Los Angeles

2025.12.09 23:57 2025.12.1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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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과 주가가 함께 치솟는 이례적 상황이 50년 만에 벌어지면서 국제결제은행(BIS)이 ‘이중 거품(double bubble)’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지난 8일 BIS는 분기 보고서를 통해 “금과 주식(S&P 500)이 동시에 폭발적인 움직임(급등)을 보인 것은 지난 5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며 “현재 나타난 신호는 과거 ‘거품’ 시기와 유사하며, 조정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BIS와 외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값은 60% 상승했다. 197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9월 이후에만 20% 뛰었다.
 
신현송 BIS 경제고문 겸 통화경제국장은 기자들에게 “금값은 다른 위험 자산과 함께 상승하면서 안전 자산 역할을 해 온 역사적 패턴에서 벗어났다”며 “금이 투기적 자산과 훨씬 더 유사해졌다”고 말했다.
 
BIS는 거품에 대한 신호로 금 등에 개인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는 “미디어의 영향을 받은 개인투자자의 과열과 단기 차익실현 욕구가 결합돼 금값을 밀어 올렸다”며 “군집적 행동, 사회적 상호작용, ‘나만 놓칠까’ 하는 두려움(FOMO)이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올해 초부터 금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이 펀드의 순자산가치를 웃돌고 있는 게 근거다.
 
“폭발적 상승 뒤에는 대개 급격한 조정이 따른다”고 BIS는 지적했다. 1980년 고물가와 지정학 위기 등이 겹쳐 발생한 금 가격 붕괴를 사례로 들었다. BIS는 또 인공지능(AI) 기업 가치에 대한 논란과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최근 20% 급락하는 등 ‘위험 선호 환경’의 취약성이 커지는 데 대해서도 광범위한 경고를 내놨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은 AI 투자자들의 장밋빛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갑자기 거품이 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 국장은 “현재 AI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에 엄청난 지출을 하고 있지만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때와 다른 점”이라며 “그런 지출이 장기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지, 내년 세계 경제가 얼마나 버텨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BIS는 달러의 움직임에도 주목했다. 올해 달러는 관세 정책, 재정 적자, 금리 인하 기대 등을 이유로 약세를 보였다. 2007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가장 큰 연간 하락 폭을 기록할 걸로 예상된다. 신 국장은 “미국 외 투자자들이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어떻게 움직일지가 매우 중요한 변수”라고 덧붙였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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