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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긍정심리학과 언어교육

New York

2025.12.14 16:11 2025.12.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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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은 심리학에 새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셀리그만은 행복의 조건으로 다음 세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즐거움, 몰입, 의미’입니다. 이 세 가지는 인생의 행복뿐 아니라 외국어학습에서도 적용 가능합니다. 외국어 학습을 통해 언어를 배우는 것뿐 아니라 행복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언어 학습을 통해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첫 번째 조건인 즐거움은 선천적인 조건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사교적인 성격은 사람을 만날 때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낙천적인 성격도 행복의 조건이 됩니다. 삶 속의 다양한 장면은 즐거움의 조건이 됩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은 오늘 하루의 즐거움을 줍니다. 그런데 즐거움은 그 순간이 끝나면 함께 사라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더 큰 자극을 원하기도 합니다. 도파민 중독이란 즐거움의 과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즐거움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언어교육은 근본적으로 즐거운 현장입니다.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접하고, 배우는 현장입니다. 특히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학생과 일반인 간의 다양한 만남과 교류는 즐거움을 배가시킵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는 각각의 영역에서 즐거움을 줍니다. 문화 학습은 교실의 안과 밖에서 큰 즐거움을 줍니다. 단순히 학습자만의 즐거움도 아닙니다. 가르치는 선생님도 즐거움을 갖게 됩니다. 언어교육은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을 훌륭하게 충족합니다.
 
행복의 두 번째 조건은 몰입입니다. 즐거움은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몰입은 개인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관계 속에서 즐거움 찾기가 어려운 사람도 집중하여 몰입하는 것에는 능력이 있기도 합니다. 몇 시간이고 꿈쩍도 안 하고, 일에 집중합니다. 어떤 사람은 책 읽기나 만들기에 집중합니다. 그림이나 음악에 몰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는 감상보다는 직접 실행하는 것에서 몰입의 강도가 커집니다.
 
언어의 학습은 몰입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몰입이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하고, 언어를 학습하면 몰입감이 커지기도 합니다. 외국어로 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몰입하지 않으면 내용의 흐름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어휘를 암기하거나 문장을 외울 때도 몰입은 필수적입니다. 또한 외국어 글쓰기의 경우도 자신을 잊고 글을 쓰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모국어의 글쓰기와는 다른 몰입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외국어 학습이 행복하였다면 몰입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수업, 재미있는 교육 내용이 몰입을 높일 겁니다.
 
세 번째 조건은 의미를 찾는 겁니다. 행복의 조건에 봉사나 종교가 들어가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랑이나 자비, 인(仁)은 모두 의미를 찾는 과정입니다. 타인에 대한 용서, 평화에 대한 갈망은 의미의 정도를 높입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서 노력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애씁니다. 어둡고, 낮은 곳을 찾아가서 봉사합니다. 의미를 찾는 것은 인문학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인본주의 정신, 생태학적인 접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언어교육에서도 의미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외국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언어교육의 목적일 수 없습니다. 어떤 내용을 서로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학습자와 교사의 활동 속에서 수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기존의 언어교육은 대부분 의미교육이었습니다. 주로 종교 서적이나 고전이 주요한 학습의 자료이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의 언어교육도 시민성 교육이나 생태주의, 차별 없는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외국어가 권력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행복인 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승진이나 진학을 위해서 외국어는 실력의 조건이었죠.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언어가 능력이 되는 시대는 아닙니다. 저는 긍정심리학을 바탕으로 행복한 언어교육의 미래를 제안합니다. 한국어 공부가 행복하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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