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판매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격변의 시기에 무언가 의지할 것을 찾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종교에 대한 관심은 감소하는데 성경 판매는 늘고 있다.
시장조사 데이터 분석 회사인 서카나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미국 내 성경 판매는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9월 한 달에만 240만 권이 판매됐으며, 올해 들어 판매된 성경은 1800만 권을 넘는다. 이는 보수 기독교 운동가 찰리 커크의 피살 사건 직후 일어난 성경 판매 급증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갤럽의 최근 설문에서 '종교가 삶에서 중요하다'고 응답한 이들은 49%에 그쳤다.
도서 판매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서카나 북스캔'의 브레나 코너 분석가는 "미국의 성경 판매는 2021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22년부터는 해마다 전례 없는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은 최근 20년간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2025년은 이 기록을 또다시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가장 많이 팔린 성경은 영어표준역(ESV) 보급판이며 아동용 '어드벤처 바이블'도 인기다. 분홍색 대활자의 킹제임스(KJV) 선물용 성경 역시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경 판매가 증가하는 배경에 대해 성경 유튜버 팀 와일드스미스는 팬데믹과 정치 양극화 등 지난 5년간 계속된 사회적 격변 속에서 사람들이 무언가 의지할 것을 찾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람들은 마음을 다잡을 무언가와 영적인 평화를 찾으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디자인과 구성도 성경 판매를 늘렸다. 읽기 쉬운 판본을 선호하는 초신자에게는 가독성이 높은 새번역성경(NLT)이 인기다. 틴데일 출판사가 출시한 필라멘트 앱과 연동되는 성경은 젊은 독자들이 선호한다. 또 부피가 큰 성경을 들고 다니기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틴데일의 에이미 심슨 성경 출판 책임자는 성경을 수백 종으로 다양화한 이후 모든 연령층에서 판매가 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하퍼콜린스 크리스천 출판 부문에 따르면 성경은 구성과 상관없이 모두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성경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40년 역사의 NIV 스터디 성경은 최근 누적 판매량 1000만 부를 돌파했다. 출판사는 Z세대를 겨냥한 '예수 성경(The Jesus Bible)'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점을 들어 젊은 세대의 신앙에 대한 관심 증가가 성경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와일드스미스는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성경 판매가 증가했다는 뉴스를 보고 유튜브에서 성경 리뷰를 시작했다. 첫 번째 리뷰로 조회수 1만8000회를 기록한 그는 현재 팔로워 25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성경 유튜버가 직업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성경 붐은 내 인생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