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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식료품 가격, '물가 안정'신호에도 엇갈린 흐름

Toronto

2025.12.19 04:46 2025.12.19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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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장바구니 부담 가중
[Unsplash @Marjan B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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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의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식료품 가격은 그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자료에 따르면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이전 달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식료품점에서 구매하는 음식 가격은 전년 대비 4.7퍼센트 상승했다. 이는 최근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가계가 실제로 느끼는 장바구니 부담이 쉽게 줄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품목들은 일상적으로 소비 빈도가 높은 식재료들이어서, 통계 수치보다 체감 압박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커피 가격 1년 새 36퍼센트 급등…세계 시장 변수의 직격
 
11월 식료품 가격 상승을 가장 강하게 이끈 품목은 커피다. 볶은 커피와 분쇄 커피 가격은 한 달 사이 3.1퍼센트 올랐고, 전년 대비 상승률은 36.4퍼센트에 달했다. 이는 현재 캐나다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 식료품 가운데 가장 가파른 연간 상승폭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수요보다는 국제 공급 여건과 더 깊이 맞닿아 있다. 브라질과 베트남 등 주요 생산국에서 올해 수확량 감소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커피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여기에 미국이 브라질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가 시장 불안을 키웠다. 이러한 요인들이 겹치면서 캐나다 소비자들이 식료품점에서 마주하는 커피 가격도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주요 식료품점에서 판매되는 대형 분쇄 커피 제품의 가격은 브랜드와 용량에 따라 20달러 후반에서 30달러를 넘는 경우가 흔해졌다. 매일 커피를 소비하는 가정일수록 이번 가격 상승은 단순한 식품 가격 인상을 넘어 생활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추와 쇠고기, 공급 구조 취약성이 만든 가격 변동
 
상추 가격 급등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11월 기준 상추 가격은 전년 대비 26.8퍼센트 상승했고, 전달과 비교하면 25.5퍼센트나 올랐다. 이는 불과 한 달 사이에 가격이 급변했다는 의미로, 공급 구조가 얼마나 민감한지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상추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북미 공급의 중심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생산 차질이 있다. 병해와 기상 문제로 수확량과 품질이 동시에 영향을 받으면서 시장 공급이 줄었고, 대체 공급원이 충분하지 않아 가격이 빠르게 뛰었다. 다만 생산지가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특성상, 12월 이후에는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지역 생산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도 함께 언급되고 있다.
 
쇠고기 가격 상승은 단기간 현상이 아닌 장기 흐름에 가깝다. 11월 기준 신선 또는 냉동 쇠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17.7퍼센트 상승했으며, 등심과 스튜용 쇠고기, 다진 쇠고기 등 주요 부위 대부분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부 캐나다 지역의 가뭄, 사료 비용 증가, 축산업 종사자 감소, 국제 무역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공급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연말 식탁은 엇갈린 신호…칠면조는 비교적 안정
 
연말을 앞두고 명절 식탁과 관련된 품목들에서는 상승과 하락이 엇갈린 모습이다. 쿠키와 크래커, 오렌지, 견과류, 말린 과일, 사탕과 초콜릿 등은 지난해보다 가격이 올랐고, 외식과 테이크아웃 음식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가족 모임과 연말 행사가 잦아지는 시기라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가계 지출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반면 감자와 양파, 달걀, 체다 치즈, 밀가루 등 일부 기본 식재료는 가격이 내려가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연말 식사의 상징으로 꼽히는 칠면조 가격은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자 단체는 올해 생산량이 다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말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체 인플레이션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더라도, 식료품 가격은 기후 변화와 국제 무역 환경, 글로벌 공급망 변수에 따라 앞으로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 결과 캐나다 가정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당분간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토론토중앙일보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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