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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행복통신문]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연말을 위해

Los Angeles

2025.12.22 18:36 2025.12.2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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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

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

연말연시는 흔히 기쁨과 감사, 성찰, 그리고 화합의 시간으로 묘사된다. 우리는 환하게 웃는 가족들의 모습, 좋아하는 음식이 가득 차려진 식탁, 따스함과 유대감을 약속하는 축제 분위기의 이미지들에 둘러싸인다. 하지만 많은 사람, 특히 이민자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에게 이 시기는 외로움, 슬픔, 피로, 그리고 마음의 무거움이라는 전혀 다른 감정을 조용히 가져다주기도 한다.
 
사실, 소위 ‘홀리데이 블루스(Holiday Blues)’는 우리가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아무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홀리데이 블루스란 연말연시 동안 일부 사람들이 겪는 일시적인 슬픔, 외로움, 스트레스 또는 정서적 불안정을 말한다. 이는 종종 과도한 압박감, 채워지지 않은 기대, 재정적 어려움, 사별의 슬픔, 혹은 사랑하는 이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 등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감정은 흔히 발생하며 대개 단기간에 그치지만, 만약 그 감정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거나 연휴가 지난 뒤에도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나는 매년 이러한 현실을 목격한다. 축제 분위기의 인사말과 덕담 뒤에는 말 못 할 짐을 지고 있는 개인들이 있다. 고국에 있는 가족과의 이별, 과지출로 인한 재정적 부담, 해결되지 않은 트라우마나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 문화적 기대치, 그리고 속마음과 상관없이 겉으로는 ‘감사’하고 ‘강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등이 그것이다.  
 
많은 이민자에게 연말은 두고 온 사랑하는 사람들, 완전히 재현할 수 없는 고향의 전통, 그리고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 듯한 소속감의 부재 등 결핍된 것들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하는 시기다.
 
우리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정서적 어려움이 축소되거나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더 힘든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도 있으니 참고 견뎌라, 감사해라”라고 말한다.  
 
정신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을 돌보는 행동이라기보다는 개인이나 가족의 실패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감정 속에 고립된 채 홀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 연말에 슬프거나 불안하고, 짜증이 나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당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인간이라는 증거다. 당신이 상실, 스트레스, 변화, 혹은 채워지지 않은 기대에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감정이 연말 시즌이 지나면 사라지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계속 남아있기도 한다. 바로 그때가 연민과 대화, 그리고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다.
 
이민자를 지원하는 단체의 리더로서, 우리는 이 말을 소리 내어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연말연시라고 해서 꼭 괜찮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기쁨과 고통은 공존할 수 있다. 축제가 슬픔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며, 미소가 삶의 고단함을 지워주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만약 당신이 지속해서 기분이 가라앉거나, 감정적으로 압도되거나, 위축되고 절망감을 느끼거나,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부디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길 바란다. 치료사, 상담사, 또는 정신 건강 전문가와 이야기하는 것은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다. 그것은 치유를 향한 발걸음이다.  
 
이민자의 경험을 깊이 이해하는, 문화적·언어적으로 맞춤화된 서비스들이 많이 존재하며, 지역 사회 단체와 클리닉을 통해 더 많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두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은 다른 누구와 마찬가지로 보살핌과 지지, 그리고 안식을 누릴 자격이 있다.
 
이번 연말연시에는 우리 모두 ‘솔직함’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보자. 피상적인 인사를 넘어 서로의 안부를 깊이 물어보자. 그리고 우리 가족, 직장, 커뮤니티 내에서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만들어 보자.
 
연말이 의미 있기 위해서 반드시 완벽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우리가 자신과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선물은 말할 수 있는 ‘허락’, 도움을 구할 수 있는 ‘허락’, 그리고 치유할 수 있는 ‘허락’이다. 

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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