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고 나서, 내 나이 80세에 시 공부를 시작했다. 시 한 편을 쓰기 위해서 많은 시를 읽었다. 동시에 많은 소설이며 수필도 읽었다. 중앙일보에 시도 써서 발표했고 수필도 써서 발표했다. 내 생활이 바빠졌다. 이런 생활이 좋았다.
그런데 친우들을 만날 때마다, 친우들은 주식(株)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한다. 한 친우는 “이번에 주식을 하나 샀는데, 이게 예상한 대로 값이 팍 올랐단 말이야” 하면서 좋아한다. 어떤 주식을 사면 오를 거라는 등, 어떤 주식은 장래가 없으니까, 얼른 팔아버리는 게 나을 거라는 등,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 친구들은 주식을 사고팔면서, 삶을 즐길 뿐만 아니라, 은근히 돈도 벌고 있다. 옆에서 보기에 부럽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매일 신문도 있고, 경제에 관한 책도 읽는다. 그러니 매일이 바쁘고, 매일이 흥분이다. 주식이 올라가면 기분이 썩 좋다. 주식이 내려가면 속이 상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오를 거라고 믿고 있으니, 오를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떼돈을 벌기 위해서 큰돈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나에게 주의를 여러 번 준다.
이런 친우들한테 시(詩)에 관해서 이야기를끄집어낼 수가 없다. 내가 시(詩)에 대해 말을 끄집어내기만 하면, 이맛살을 싹 찌푸리고 고개를 획 돌려버린다. 그러니 이런 친구들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시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그 대신 이분들이 좋아하는 주식 이야기를 내가 들어주어야만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시 쓴다고, 내 돈 써가면서 시 공부를 하고 있다. 삼 년 전에 시집을 한 권 발간했다. 아무 누구도 사가지 않으니, 내 시집을 내가 가까운 친우들에게 메일로 우송했다. 대부분은 받았다는 소식도 없다. 서너 명만 내 시를 읽었다고 전해왔다. 두세 명만 내 시가 좋았다고 칭찬해주었다. 나머지는 내 시를 읽었는지, 혹은 쓰레기통에 버렸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시모임 회원들을 식당으로 모두 불렀다. 내 시집 발간을 축하해달라면서 내 돈으로 축하파티를 열었다. 그래서 시를 공부하고 시집을 발간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모아 내 돈 소비가 많다.
주식은 생산적인 취미인 것 같다. 이에 비해 시는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취미인 것 같다. 그런데 친우가 하는 말이, 주식을 취미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거라고 말한다. 주식은 직업이라는 것이다.
그래 맞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은 다 직업이다. 자기 돈을 써가면서 재미로 하는 일은 다 취미라고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시집을 발간해서 돈을 벌려고 하면 그것은 직업이 돼버린다.
친우가, 만약 내가 주식에 흥미가 있으면, 나를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내가 너무 늙었기에, 배우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그 대신 나는 계속 시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주식은 돈을 벌 수가 있겠지만, 동시에 아차 잘못 하면 큰돈을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그런데 시는 내 돈을 써가면서 나의 삶을 즐기기에 큰돈을 잃을 가능성은 전연 없다. 하지만 재수 좋으면 시집이 잘 잘려 돈을 벌 수는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