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볼더의 한 여성 아티스트가 미 국립공원 패스(연간 이용권)에 인쇄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스티커를 제작해 판매에 나서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고 덴버 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볼더에서 활동하는 제니 매카티(Jenny McCarty)는 지난 12월 10일 ‘아메리카 더 뷰티풀(America the Beautiful) 국립공원 패스(National Parks Pass)’ 2026년판 디자인을 겨냥한 스티커를 출시했다. 매카티는 이 프로젝트가 처음에는 소규모의 선의적 ‘마이크로 액티비즘(micro-activism: 작고 지속 가능한 행동주의)’에 불과했지만,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미국립공원관리국(National Parks Service/NPS)을 둘러싼 최근 변화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반영하는 전국적 현상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매카티는 “2026년 국립공원 패스 디자인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진에 투표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졌다”며 “이 스티커는 민주주의와,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기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볼더에서 수자원 관리자(water-resource manager)로 일하는 매카티는 에버그린에 있는 클리어 크리크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왔다. 그는 섬세한 질감과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수채화 자연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립공원 패스
그가 제작한 스티커는 최근 공개된 2026년 국립공원 패스 디자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조지 워싱턴 초상과 나란히 배치된 이미지를 깔끔하게 덮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매카티는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이미지 배치에 반대할 뿐 아니라, 미전역 400여개 국립공원과 기념물, 공공 토지에 대한 예산 삭감과 축소 위협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이달 초 공공 토지 보호 단체인 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는 새 국립공원 패스 디자인이 매년 사진 공모를 통해 이미지를 선정하도록 규정한 관련 법을 위반했다며, 연방내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해당 공모 제도가 인물보다 자연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고 주장했다. 매카티는 자신의 ‘세이지 리프 스튜디오(Sage Leaf Studio)’ 웹사이트를 통해 스티커를 장당 6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12월 10일 출시 이후 1,000건이 넘는 주문이 몰리면서 주문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금은 “단 한 푼도 빠짐없이” 국립공원재단(National Park Foundation)에 기부된다. 비닐 재질의 풀컬러 스티커에는 매카티가 그린 작품들이 담겼다. 초록 들판을 배경으로 한 불곰, 데날리(Denali)의 웅장한 산세, 꽃을 문 채 바위 위에 선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의 상징적 동물 피카(pika), 그리고 그랜드 티턴(Grand Tetons)을 배경으로 울부짖는 늑대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수십명의 주민들로부터 “공공 토지를 둘러싼 연방정부 정책 변화에 대해 평화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했다”는 직접적인 반응을 받았다고 전했다. 매카티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국립공원을 자주 찾으며 자랐고, 와이오밍과 몬태나 등지에서 국립공원 인근에 거주하며 일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와이오밍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의 제니 레이크(Jenny Lake)에서 따온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열성적인 등산가이자 캠퍼인 그는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을 자신의 ‘홈 파크’로 부른다. 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한 스티커 제조업체이자 전직 국립공원 레인저가 주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면 인쇄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지원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국립공원관리국이나 다른 정부 기관으로부터 공식적인 연락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만약 스티커가 부착된 패스를 레인저가 인정하지 않을 경우, 투명한 신용카드 케이스에 패스를 넣어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매카티는 이번 주 일반 이용자용 패스 외에도 시니어 패스와 군인 패스용 스티커를 새로 출시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국립공원은 우리 모두의 땅이며, 우리 모두가 그 주인이다. 예술과 국립공원은 나에게 큰 기쁨을 주는 요소인데, 이번 작업은 두 가지 열정을 결합할 수 있는 훌륭한 방식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지난 1년간 백악관이 추진해 온 국립공원의 석유 시추 허용, 도로 건설 등 개발 확대 방침, 인력 감축과 예산 삭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지난 6월에는 연방상원 내 초당적 규정 담당자가 공화당이 주도한 콜로라도 주내 1,400만 에이커 이상의 공공 토지 매각안을 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