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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경제] 캐나다에서 산다는 것 '남는 돈이 없다'

Vancouver

2026.01.04 17:48 2026.01.0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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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2%대 유지에도 식료품은 4%대 급등…장바구니가 먼저 체감
월세·전기·수도·재산세 등 고정비 연쇄 상승이 가계 숨통 조여
중산층의 척도는 연봉 아닌 저축 가능 금액으로 재편되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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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새해를 맞이하는 캐나다 가계의 가장 큰 고민은 생활비 상승 속도가 월급 인상분을 앞질렀다는 사실이다. 2025년 11월 기준 캐나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2% 상승하며 지표상으로는 안정세를 보였으나, 식료품점 구입 가격은 4.7%나 치솟았다. 전체 물가 지표가 2%대에 머물러도 실제 장을 보는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계 지출에서 가장 민감한 대목은 주거비와 공공요금 같은 고정비다. 임대료나 세금은 한 번 오르면 생활 전체의 소비 구조를 바꿔야 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5년 11월 기준 임대료 상승률은 전년 대비 4.7%를 기록했다. 상승세가 과거에 비해 다소 완만해졌다고는 하지만, 4%대 중반의 인상 폭은 여전히 서민 가계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밴쿠버를 비롯한 메트로 밴쿠버 임대 시장은 가격이 소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구 미제공 1베드룸의 평균 임대료는 2025년 11월 기준 2,164달러로 집계됐다. 12월 보고서에서 밴쿠버 1베드룸 가격이 2,490달러에서 2,308달러로 하락했으나, 2,000달러대 중반이 기본 가격으로 굳어진 시장 상황은 변함이 없다.
 
여기에 시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안이 겹치면서 가계 부담은 가중됐다. 밴쿠버시는 2025년 예산안에서 재산세 3.9% 인상과 유틸리티 요금 18.2% 인상을 확정했다. 공동주택 관리단(스트라타)이 관리하는 콘도는 재산세 54달러와 유틸리티 78달러가 올랐고, 단독주택은 재산세 149달러와 유틸리티 386달러가 각각 증가했다. 세금과 공용 요금이 동시에 오르는 전방위적인 압박이 현실화된 셈이다.
 
재산세율의 지속적인 상승도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밴쿠버 시가 집값에 매기는 세금 단가 자체가 매년 가파르게 뛰고 있다. 100만 달러짜리 집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023년 2,780달러였던 재산세가 2025년에는 3,118달러까지 치솟았다. 내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시 정부가 세율을 계속 올리는 탓에 고지서에 찍히는 세금은 2년 만에 12%나 늘어난 셈이다. 부동산 가격 변동 여부와 관계없이 세율 자체가 높아지면서 세금 납부액은 가계가 피할 수 없는 고정비로 자리 잡았다.
 
전기요금 역시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BC공공요금위원회가 공지한 BC하이드로의 주거용 전기요금을 보면, 기본요금은 하루 0.2330달러이며 사용량에 따른 단계형 요금이 적용된다. 1단계는 kWh당 0.1172달러, 2단계는 0.1408달러로 책정되어 있어 사용량이 늘어나는 겨울철에는 요금 차이가 청구서에 즉각 반영된다.
 
세금 체계도 2026년부터 변화를 맞이한다. 연방 정부는 최저 세율 구간을 14%로 설정하고, 5만8,523달러 이하 소득에 대해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후 구간별로 20.5%에서 최대 33%까지 세율이 차등 적용된다. BC주 개인소득세 역시 5만363달러 이하 5.06%, 10만728달러 이하 7.70% 등 구간별 세율을 확정했다. 세율이 구간별로 적용된다 하더라도 소득이 늘어날수록 가계가 실제로 손에 쥐는 가처분 소득의 체감 증가분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경제 여건 속에서 중산층의 정의도 새롭게 쓰이고 있다. 2023년 기준 캐나다의 중위 처분가능 소득은 7만4,200달러였으며, 가족 단위 중위 세후 소득은 10만4,800달러, 1인 가구는 4만 달러 수준이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산층 기준인 중위 소득의 75%에서 200% 범위를 대입하면, 가족 기준 중산층 소득은 7만8,600달러에서 20만9,600달러 사이가 된다. 하지만 밴쿠버와 로워메인랜드처럼 주거비가 높은 지역에서는 소득이 통계상 중간에 속하더라도 실제 가용 자산은 중산층 수준에 못 미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족 형태에 따른 생활고의 양상도 다양하다. 맞벌이 가구는 높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월세, 보험료, 교통비, 자녀 돌봄 비용이 한꺼번에 지출되면서 저축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1인 가구는 주거비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고정비 분산이 어렵고, 소득이 고정된 시니어 가구는 식료품과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생활 수준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GST/HST 크레딧 지원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1인당 연간 최대 533달러 수준의 지원만으로는 급등한 고정비를 충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2026년의 민생 경제는 단순한 물가 지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식료품 가격이 먼저 오르고, 임대료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재산세와 유틸리티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며 중산층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이제 가계는 소득 증대보다 고정비 관리에 따라 생활의 질이 결정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밴쿠버중앙일보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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