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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평등한 세상, 함께 만들자

Los Angeles

2026.01.05 17:50 2026.01.0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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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가톨릭은 교황의 신년 메시지를 통해 인류 공동의 과제를 말하고, 불교 조계종은 신년 법어로 수행과 사회적 책임의 방향을 밝힌다. 미국은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통해 한 해 동안 국가가 지향할 비전과 과제를 제시한다. 원불교 역시 매년 새해 첫날, 신년 법문이라는 형식으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요긴하다고 여겨지는 가르침을 세상에 전해왔다.
 
2026년 신년 법문의 주제는 “은혜로운 평등 세상, 함께 만들자”이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의 불안과 결핍은 오히려 커지고, 과학기술과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원불교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를 개교의 동기로 내세웠다. 물질문명을 도외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주체인 정신의 힘을 키워 물질을 선용하자는 취지이다. 이를 통해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올해 신년 법문은 평등을 향한 네 가지 실천을 제시한다.
 
첫째는 자력(自力)을 갖추는 일이다. 예비 성직자 시절, 필자에게 힘이 되었던 것은 도반들의 위로나 물리적 도움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자력을 갖추는 일은 개인의 발전을 위한 일이자, 서로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정신의 힘인 지식과 지혜, 육신의 건강, 스스로 설 수 있는 경제적 기반 모두가 자력의 요소다.
 
둘째는 잘 배우는 일이다. 인간은 존엄성에서 평등하지만, 배움의 과정에서는 앞선 이를 스승으로 예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보다 나은 가치를 가진 이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겸손함이 곧 평등의 시작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교육은 물론, 종교와 사회에서 배우는 도덕과 윤리 교육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셋째는 교육의 평등이다. 교육은 개인의 성공을 넘어 사회의 미래를 여는 공동의 사업이다. 내 자녀뿐 아니라 다른 이의 자녀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배움의 기회가 특정 계층의 특권이 될 때 사회의 격차는 깊어지고, 교육의 문이 넓어질수록 이해와 신뢰는 자라난다. 교육의 평등은 사회 정의를 떠받치는 단단한 기반이다.
 
넷째는 공익심이다. 나눔은 단순한 물질의 분배에 그치지 않는다. 이웃의 삶을 살피고 마음을 기울이는 태도 자체가 은혜다. 공익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는 위기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힘을 갖는다. 나눔과 합력은 결국 자신을 위하는 길이며, 이러한 태도가 생활 문화가 될 때, 평등은 경전 속 수사가 아니라 일상의 질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평등은 해석이 분분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게으른 사람도 똑같이 잘 살아야 한다는 결과의 평등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부모의 재산이나 학벌이 삶의 출발선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외면한 주장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이러한 차이들이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거나, 사람을 서열화하는 근거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평등이 무너진 사회에는 갈등과 불화가 쌓이고, 그 부담은 결국 모두에게 돌아온다. 평등은 평화로운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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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철 / 교무·Won Meditatio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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