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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그냥 지나 ‘칠순’ 없지!

Los Angeles

2026.01.07 19:21 2026.01.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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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수필가

이정아 수필가

지난 12월 15일이 내 생일이었다. 앞의 숫자가 바뀌는 7학년 생일. 흔히들 고희, 또는 종심으로 부르는 칠순 생일.
 
남편이 속한 GGM 밴드가 선교후원을 하는 음악회가 내 생일과 비슷한 날짜에 있어 뭐로 도울까 하다가, 그날 오신 모든 손님들께 식사대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생일즈음에 한국의 동창이 “그냥 지나 〈칠순〉 없지!”하고 카톡을 보낸 터여서 무언가 뜻있는 칠순을 보내고 싶었다.
 
가족 외식은 생략하고 대신 참석 예상 100명의 인원께 소박하나마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도 의의가 있을 것 같았다. 교우들의 도움을 받아 비프와 치킨 테리야키, 샐러드, 김치, 과일컵의 간단한 메뉴를 120인분 준비하였다. 오신 손님들이 모두 맛있다 칭찬하신 한 끼를 대접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남편과 나만 아는 비밀로 준비했는데 남편이 인사말에서 생일밥이라 말해서 내 생애 가장 많은 축하인사를 받은 생일이 되었다. 그날 와주신 분들은 선교후원만 하신 게 아니라 덤으로 내 생일도 함께 축하해 주셔서 더욱 감사하다.
 
음악회 끝난 후엔 돕느라 수고했다며 보상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고, 코스트코의 먼지만 한 보석으로 만든 귀걸이도 받았으니 내겐 과분한 생일을 보냈다. 평소엔 성탄절 즈음의 생일이라 성탄과 생일이 섞인 축하로 두루뭉술 지내던 생일이었는데 말이다.
 
그 다음 주엔 교회에서 권사 은퇴식을 베풀어 주셨다. 무거운 축하패와 예쁜 꽃다발로 축하를 받았다. 온 교우들 앞에서 만 70살 되었다고 공표한 셈이다. 예전에 평균수명이 짧았을 때의 전통인 듯하나, 100세 시대인 지금 70세가 축하할 일은 아니지만 하여튼 빼도 박도 못할 자타공인 칠십이 되었다.
 
젊을 땐 이 나이 되도록 산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는데, 쏜 화살 같은 세월은 친정아버지보다 더 오래 살도록 살려두었다. 온갖 병을 친구 삼아 민폐란 민폐를 다 끼치고 이 날까지 살아온 게 기적이다. 주변의 수많은 우렁각시와 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삶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용서할 일보다
 
용서받을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보다
 
볼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다리고 있던 슬픔을 순서대로 만나는 것이다
 
세월은 말을 타고 가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침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도 이별하게 되는 것이다”
 
-김재진 ‘나이’
 
동갑내기 시인의 시이다. 슬프기도 기쁘기도 한 복잡 미묘한 시. 칠순의 내 마음 같다. 

이정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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