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주어진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오토파일럿 모드로 그날그날 흘러가던 일상에 하나의 획을 긋고, 무언가 새롭게 다짐할 이유와 시간을 선물해 주기 때문이다. 해가 깊어지며 그 결심은 희미해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방향을 재조정할 수 있는 출발점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다. 2026년 첫 아침, 나는 올해 무엇을 더 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안 할까를 생각해본다.
첫째, 게으르지 말기로 다짐한다. 대부분이 은퇴하거나 삶의 속도를 늦출 수도 있는 나이에, 나는 매주 한 시간 반짜리 영어 북클럽 네 개를 인도하고, 주 평균 15~20시간의 상담과 부모코칭을 이어가며 분주하게 살아간다. 겉으로 보면 매우 부지런한 삶처럼 보인다. 그렇게 바쁘게 살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의지박약한 나는 일정 사이사이놀랄 만큼 게으른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감정 노동을 많이 하니까 셀프 케어를잘해야 해, 잘 쉬어줘야 해, 이런 핑계로 넷플릭스 앞에서 참 많은 시간이 잘도 술술 흘러간다. 가끔 수도쿠(SUDOKU)라는 숫자 게임을 온라인에서 하기 시작하면, 가장 어려운 Evil 레벨에서 최고 5% 이내라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숫자와 씨름을 하기도 한다. 아, 마음이 불편해질 만큼의 이런 게으름은 올해부터는 청산하고 싶다. 무감각한 게으름의 시간 대신, 더 지혜롭게 진짜 나를 돌보는 찐 쉼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둘째, 무심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무심하다’는 마음(心)이 없다/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뭔가 감정의 온도가 낮고, 반응이 희미하고, 어떤 일이나 사람에게 관심이나 신경을 거의 두지 않는 상태를 말할 것이다. 나는 절대 무심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아는 모든 사람의 삶에 관심이 있고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다. 그런데 짜여진 일정을 바삐 소화하다 보면, 어떤 관계들은 나도 모르게 무심해지기도 한다.
바쁘니 이해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심함을 정당화하는 것은, 순전히 내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다. 그러다 보면 마음 한편으로 미안한 생각이 드는 사람들, 이들에게 올해는 좀 덜 무심하고 싶다. 가까운 사람이나 일로 맺어진 관계뿐 아니라, 바쁜 내가 부담될까 봐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올해는 내가 먼저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셋째, 비겁함과 타협하지 않기로 한다. 비겁해지는 것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다. 두려움의 크기를 실제보다 과장해서 읽을 때, 그래서 용기가 부족해질 때, 우리는 비겁해진다. 자꾸 뒤로 물러나게 된다. 비겁함은 어떤 의미에서 정서적인 게으름이다. 감정 소모와 상처의 가능성이 두려워 핑계 뒤에 숨고 마는 그런 비겁함이 올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두려워 보여도, 직면했을 때 그 뒤에 숨겨져 있을 수 있는 회복을 더 기대하며, 올해는 ‘필요한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매사에 적용하고 싶다.
게으름, 무심함, 비겁함, 이 세 가지에서 벗어나려는 결심은 아마 실천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자주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길만이 나의 소중한 자산인 시간, 인간관계, 그리고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잘 지키는 길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나는 한 번 결심해본다. 오늘 하루 게으르지는 않았는지, 무심하지는 않았는지, 비겁하지는 않았는지, 열심히 점검하며 2026 한 해를 살아보겠다고! Happy 2026!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