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국에서 ‘저속 노화’라는 말이 큰 화제가 되었다. 노화를 피할 수는 없지만,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는 메시지는 많은 중장년층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이 개념을 대중화한 인물은 노인학 전문의 정희원 박사다. 그는 여러 강연과 유튜브, 저서를 통해 노화를 늦추는 핵심 원칙을 비교적 단순명료하게 제시했다.
그가 강조한 저속 노화의 요지는 세 가지였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근육을 키워야한다는 것이다. 노화의 속도는 근육 감소와 비례하므로, 나이가 들수록 유산소 운동보다 근력운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둘째, 하루 7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이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신체 회복과 호르몬 균형, 인지 기능 유지의 핵심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셋째, 스트레스를 관리하라는 것이다. 만성 스트레스는 염증과 노화를 가속화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그의 사생활 논란은 그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자신을 도왔던 여자 연구원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의혹과, 그녀와의 불륜 가능성까지, 그는 상대방과 맞고소 뿐만 아니라 경찰 조사까지 받는 상태에 놓였다. 드러난 모습과 공개된 그의 녹취나 메세지를 보면, 그는 늘 잠이 부족했고 운동할 시간도 없었으며, 늘 죽고 싶다고 할만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신이 주장한 ‘저속 노화를 위한 삶의 태도’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최근에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만난 적이 있다.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그의 자랑으로 흘러갔다. 자신이 얼마나 바쁘고, 얼마나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출장을 얼마나 자주 다니는지. 나는 말을 할 틈이 없었다. 한 시간 남짓한 만남이 끝났을 때,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들었지만, 그 사람의 자기 자랑 외에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외모와 건강에는 집착하면서, 말은 많아지고, 잔소리는 늘어난다. 체력을 유지하려 애쓰면서도, 관계에서는 경계를 잃고, 젊은 이성에게 추근덕거린다. 몸은 ‘저속’으로 관리하면서, 정신과 태도는 ‘저속’해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나이 드는 모든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노화의 모습이다.
저속 노화는 몸은 천천히 늙도록 유지하면서, 정신과 행동은 품위를 갖추며 깊고 무겁게 천천히 해야 한다. 근육을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내면을 단련하는 일이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인간 관계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는 것이다. 자신이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남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절제가 필요하다. 판단도 천천히 해야 하며, 무엇보다 자기확신과 자기자랑을 내려놓아야 한다. 근육은 키우면서, 자기 과시는 줄이고, 듣는 시간은 늘리면서, 말하는 시간은 줄여야 한다. 육체는 열심히 꾸미고 관리하면서, 정신은 추하게 나이가 든다면 저속 노화가 아니라 ‘저속한 노화’로 가는 것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