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기자의 눈] 열심히 살고 있다는 착각

Los Angeles

2026.01.12 17:12 2026.01.12 18:1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정윤재 사회부 기자

정윤재 사회부 기자

요즘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쉽게 말한다. 바쁘다, 힘들다,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루하루는 피곤했고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늘 무언가에 쫓기듯 시간을 보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최선을 다한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하루에 무엇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는 걸까. 지금의 이 바쁨은 정말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향하고 있는 걸까. 질문은 단순했지만, 쉽게 넘길 수는 없었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저마다 새로운 목표와 지향점을 정비한다. 나 역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했다. 분명 힘들게 살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하나씩 떠올리고, 그 목표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짚어보자 마음이 불편해졌다. 애써 버틴 시간에 비해, 목표를 향해 분명하게 움직인 순간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를 찬찬히 떠올려 보면 나는 분명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급한 일에 반응했고, 해야 하니까 하는 일들을 처리했고, 그렇게 하루를 채웠다. 그러나 그 일들 중 상당수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와 직접적으로 닿아 있지 않았다. 바쁘게 움직였지만 방향은 흐릿했고, 피곤했지만 남는 것은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착각에는 또 다른 모습이 있었다.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노력이라는 믿음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오래 고민하는 데서 안도감을 얻는다.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말, 더 생각이 필요하다는 말은 실행을 미루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에게 시간을 벌고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고민은 언제나 같은 무게를 가지지는 않는다. 고민은 달려가다가 장애물을 만났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아직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무엇을 고민할 수 있을까. 해보지도 않고, 부딪혀보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고민은 방향을 잡아주기보다 오히려 멈춰 서 있게 만든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실행은 점점 더 멀어지는 순간도 있다.
 
이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은 의외로 일상에 많다.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막상 시작은 하지 않은 채 방법만 고민하는 순간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시작할지, 잘할 수 있을지를 먼저 따지다 보면 하루는 그렇게 지나가 버린다. 반면 아주 작은 행동 하나라도 직접 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하나의 시도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드러낸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그리고 무엇을 더 해볼 수 있는지가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직접 해보는 과정 속에서 방향이 생기고 기준이 만들어진다. 그제서야 고민은 의미를 갖는다.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해왔는지 살펴보고, 그 방식을 참고해 실행해보고, 결과를 점검하며 다시 수정하는 과정. 우리가 말하는 노력은 어쩌면 거창한 결심이나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이런 작고 반복적인 행동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가’ 대신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오늘 나는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그 일은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한 행동이었는가. 얼마나 피곤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나라도 해보았는지를 기준으로 하루를 바라보려 한다. 하루를 평가하거나 다그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은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오늘 무엇을 했는가. 지금의 그 바쁨과 고민은, 정말로 당신이 원하는 곳을 향하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열심히 사는 법을 더 고민하기보다, 정확히 원하는 것을 향해 하나라도 해보는 용기가 더 필요한 시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정윤재 / 사회부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