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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없는 푸른 하늘 아래 살고 싶어 다섯 가족 이민[신년기획] 다시 쓰는 아메리칸 드림③

Atlanta

2026.01.16 14:02 2026.01.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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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마켓·SK배터리·도넛가게 옮기며
부모님 초청·가족 안전 고려 미군 고민
‘이민자는 외국인’ 단순 인식 사라져야
2024년 2월 15일 애틀랜타 지역 교인들이 공항에서 꽃과 피켓을 들고 임준영씨 가족을 환영했다. [임준영씨 제공]

2024년 2월 15일 애틀랜타 지역 교인들이 공항에서 꽃과 피켓을 들고 임준영씨 가족을 환영했다. [임준영씨 제공]

임준영(42)씨는 2024년초 아내와 8살, 12살, 14살 자녀 3명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6년 취업 이민 서비스 업체의 비숙련 영주권 취득 계약 절차에 서명한 지 8년만이다. 한국에선 새벽 트럭 운전을 하고 오후에 드럼 학원 교사로 일했다. 어느날 운전을 마치고 하늘을 올려다 보자 미세먼지로 덮여 탁했다. 드럼 학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입시교육에 지쳐 있었다. 그렇게 이민을 결정했다.
 
처음 조지아주에 와 일한 곳은 한인 식료품 체인인 남대문마켓. 한국에선 보지 못했던 생소한 다국적 수입 농수산품이 많았다. 주 60시간 함께 일하는 이들의 90%는 중남미 출신이다. 시급이 1년만에 10% 올랐지만 개인 성장을 위해 퇴사를 결정했다. 옮겨 일한 곳은 SK배터리아메리카 커머스 공장이다. 협력사 소속으로 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맡았다. 하루 12시간씩 더 바삐 일했지만 공장의 연말 셧다운(가동 중단)에 따른 강제 무급휴가가 문제가 됐다. 6주간 휴직하면서 다른 일을 찾았다. 지금은 밤 12시부터 아침 8시까지 도넛 가게에서 빵을 굽는다. 임씨는 “도넛은 미국인들의 ‘김밥’이라고 들었다.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일상식이라 매출이 안정적이고 대부분 포장 주문이다 보니 좁은 가게에서 시작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임씨의 아내도 빵집, 한식당, 방문요양원, 옷수선집 등을 거치며 일했다.
 
다섯 식구가 이민가방 10개를 나눠 짊어지고 희망을 꿈꾸며 미국을 찾았다. 임씨는 “아버지가 알콜성 치매를 앓게 돼 이민을 포기하려던 때도 있었지만, 입국하던 날 교회 지인이 환영 팻말을 들고 우릴 기다리던 게 참 감사했다”며 “휴대폰 개통, 자녀 학교 등록, 인터넷 설치까지 도와주고 중고차 구매 보증도 서줬다”고 했다. 실제 퓨리서치센터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계 미국인의 51%가 가족 또는 친구로부터 정착 지원을 받는다. 이외 종교단체(9%), 정부지원(8%), 아시안 비영리단체(4%) 등의 도움도 있다. 아이들이 별 문제 없이 학교생활에 적응해 준것도 고맙다. 그는 “이민 후 스트레스로 틱장애를 앓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며 “둘째 아들이 축구를 좋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민자는 정보 격차와 언어 장벽, 사회적 낙인 등으로 최소한의 생활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임씨는 “가족과 미래를 위해서 이민 1세대는 일개미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자칫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지배하는 각자도생 사회로 귀결될 수 있다.
 
낙관 사이사이 스며드는 불안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부재로 인한 것이다. 그는 2024년부터 미군 입대를 고려하고 있다. 그는 “미군으로 복무하면 한국의 부모님을 미국으로 초청할 수 있고, 불의의 사고가 닥쳤을 때 국가가 남은 가족을 돌봐준다는 점이 끌렸다”고 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나눔터의 김갑송 국장은 “재외국민의 필요를 참정권, 복수국적 해결에 한해 좁게 바라보는 한국정부, 또 복지 영역에서 우리를 외국인으로만 인식하는 미국 정부의 관점이 이민자들이 실업, 질병 등 응급상황에서 재기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커뮤니티 전체의 힘을 키우기 위해선 정부에 이민자 복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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