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열린광장] 특별한 선물

Los Angeles

2026.01.19 17:30 2026.01.19 14:5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고동운 전 가주공무원

고동운 전 가주공무원

지난 연말 신부님으로부터 가정성구를 적은 작은 캔버스를 선물 받았다. 나만 받은 것이 아니라 성당의 모든 가정이 받았다.  
 
지난여름 신자들의 연락처를 업데이트하며 신부님은 각 가정이 마음에 품고 살고 싶은 성구를 적어 내라고 했다. 신부님이 추리고 정리한 가정 성구를 H 씨가 캘리그래피로 쓰고, 여기에 J 씨가 그림을 그려 넣어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 완성된 캔버스를 신부님이 구입해서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수입금은 제대회 경비로 쓰기로 했다고 한다.  
 
성구를 내지 못한 가정이나 성당을 찾아온 방문객들을 위해 좋은 성구를 적은 캔버스를 추가로 만들어 그날 성당에 나온 모든 가정이 캔버스 선물을 받았다.
 
가끔 교회에 큰돈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익명을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일상적이지 않은 헌금을 하면 그 사람의 이름을 주보에 싣거나 공지사항 시간에 발표하기도 한다. 돈을 나누는 것만큼이나 재능을 나누는 것 또한 공동체.지역사회에는 소중한 일이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져 외국으로까지 자원봉사를 나가지만, 내가 미국에 오던 40여 년 전에는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나의 눈에 미국인들의 자원봉사는 생소하며 신선한 충격이었다.  
 
학교는 물론, 공원에서 벌어지는 온갖 운동과 과외활동의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나도 리틀리그에서 야구를 하던 큰아이 덕에 야구장 스낵바에서 자원봉사를 했었다. 자원봉사를 하며 대가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말 그대로 봉사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하느님 나라는 바로 그런 곳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 재능을 활용하여 생산을 한 후, 필요한 만큼만 내가 쓰고 나머지를 나누는 것이 이웃을 돌보는 일이며 사랑하는 일이다.  
 
우리가 부를 축적하는 이유는 내일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수입이 있지만 내일 없으면 어쩌지. 금년에는 풍년이 들어 곡식이 넘쳐나지만 내년에 흉년이 들면 어쩌지. 그러니 곳간에 쌓아 놓고 자물쇠로 잠가 놓게 된다.
 
필요한 만큼만 쓰고 나머지를 공동의 창고에 놓아두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쓸 것이며, 혹시 어려워지면 나도 창고에 가서 누군가 남겨놓은 것을 가져다 쓰면 되지 않겠나. 우리가 필요한 것이 꼭 물질적인 것만은 아니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친구가 필요하고, 힘든 사람에게는 위로도 필요하다. 채우려면 비워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나누며 사는 2026년을 기대해 본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