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뀔 때 우리는 새로운 생각을 하고, 결심도 한다. 이럴 때 빠지지 않고 했던 결심이 올해는 꼭 영어 공부를 완성해야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유가 왜일까? AI(인공지능) 기반 언어 지원 앱의 급속한 발전이 영어를 직접 배우려는 동기를 약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니어들은 해도 해도 안 된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나는 안되는 모양이구나 하는 자괴감만 들게 하니 괜히 시작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싫은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19세기 후반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인간의 망각 현상을 실험으로 연구했다. 그는 기억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적인 반복 학습이 없을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 두뇌의 기억 손실 정도를 관찰하고, 그래프를 그려 ‘망각 곡선’이라고 불렀다.
망각은 학습 직후인 20분 이내에 41.8%가 발생했다. 그리고 한 시간 후에 약 56%를 잊고, 1일 후에는 70% 이상, 1개월 후에는 약 80%를 망각했다. 즉 인간의 두뇌는 반복 학습이 없으면 대부분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는 기억을 오래 유지하려면 반복 학습이 필요하고, 이와 더불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분산 학습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사실이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누구나 겪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조금 위로가 된다. 반복해서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본인이 결심해서 해야 한다.
올해 재외 동포청이 ‘이달의 재외 동포’로 미국인들에게 ‘태권도의 대부’로 알려진 이준구 전 사범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정치인, 경찰 등에게 태권도를 가르쳤고, 이소룡과 알리도 지도했다. 미 전국에 60여개의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미국 사회에 태권도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며 일생을 보냈다.
오래전 그가 한국을 방문해서 한 매체와 인터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회자가 미국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데 영어는 어떻게 배워서 했습니까? 라고 묻자 “영어요, 그거 쉽습니다. 3개월이면 됩니다. 반복해서 연습하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3개월 교습법은 실제 미군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각국에 보낼 통역병을 양성하면서 사용한 ‘Army Specialized Training Program’이라고 불렀던 집중 통역 교습법이다. 3~4개월 내외에 집중적으로 반복 훈련해서 필요한 말을 머리가 기억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미군의 한국 주둔 초기 자신들과 같이 근무하면서 돕던 카투사라 불리는 한국군에게도 이 방법을 사용하였다. 당시는 대학에서 영어를 공부했어도 말은 못하던 시대였다. A4 용지 4장 정도에 꼭 필요한 문장을 적어 일주일 정도 이것만 외우게 한 뒤 근무를 시작하게 했다.
이 방법은 머리가 특별히 좋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이번에는 꼭 완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만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