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뉴스에서 신체적 위기가 닥쳤을 때 CPR로 생명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접한다. 그렇다면 정신적 위기가 닥쳤을 때는 어떨까. 우울과 불안, 자살 위험 앞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알고,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미국에서는 정신건강 응급처치(Mental Health First Aid)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 교육은 정신적 위기를 겪는 사람을 조기에 인식하고, 전문 치료로 연결되기 전까지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커리큘럼은 National Council for Mental Wellbeing이 관리하며, 공인 강사 제도와 수료 인증 체계를 갖추고 있다.
정신건강 응급처치는 물론 상담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은 아니다. 대신 위기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판단이나 충고 대신 공감으로 다가가며, 전문가의 도움을 권할 수 있는 ‘첫 번째 사람’이 되도록 돕는 교육이다. 우울, 불안, 자살 위험, 정신병적 증상, 중독 문제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던 이들에게 실질적인 언어와 행동의 기준을 제시한다.
필자는 이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로서 2016년 첫 강의를 시작한 이후 2025년 11월 말까지 10여 년 동안 총 1138명을 교육해 왔고, 이달 말 50회 교육을 앞두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은 한인들의 정신건강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에스더하재단에서 직접 대면으로 이루어졌다. 8시간이라는 절대 짧지 않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각자의 사연과 절실함을 안고 교육장에 모였다.
정신질환을 앓는 자녀를 돌보는 부모, 관계가 멀어질까 두려워 도움을 권하지 못했던 친구, 진심으로 돕고 싶지만 훈계밖에 할 수 없다고 느꼈던 교사와 종교 지도자들까지, 모두가 ‘제대로 돕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교육이 끝난 후 “이제는 피하지 않고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은 이 교육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준다.
정신건강 위기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 가족과 이웃,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도 예고 없이 다가온다. 그렇기에 정신건강 응급처치는 병원 안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작게는 에스더하재단을 통해서 교육받은 1138명의 멘탈헬스 퍼스트에이더들이, 나아가서는 미 전역에서 현재도 열심히 교육받는 이들이 정신건강에 대한 낙인이나 편견의 공기를 바꾸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이 조용하지만 중요한 움직임이 더 넓게 확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