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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한미동맹 소리없이 위기”

한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최근  기사 ‘한미동맹에 소리없이 위기감이 고조된다’를 통해 한미 양국의 안보 및 경제 전략 목표가 엇박자를 놓으면서 갈등 요인이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에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억지력이 약해지고 한국을 향해 반중노선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과신한 나머지 미국의 고율관세를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믿었으나, 미국이 기대를 특혜를 제공하지 않자 실망감을 표출했다.     FT는 한국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이제는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역시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대선 이후에도 무역 협상 논란은 불가피하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흘리며 무역과 안보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FT는 한미동맹의 핵심인 한미의 방위 목표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북핵 위기보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클린트 워크 미국 국방대학 연구원은 “한국의 가장 큰 공포는 미국이 한국을 버리거나, 미중전쟁에 한국을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에서 대만으로 관심을 옮기면 두 공포가 동시에 점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배제한 채 북미협상을 이끌 가능성도 불안요소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줄곧  상찬한 반면, 한국은 경멸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북한 ICBM을 폐기하는 대가로 단거리 미사일과 핵탄두 생산 능력을 유지하는 합의를 하는 것이다.     FT는 이번 한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한미동맹은 풀기힘든 숙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긴장이 더 고조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후보는 예전에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으며, 최근 중국의 대만 침공 사태에 발생시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한미동맹 위기 한국 대선 북핵 위기 한국 정부

2025.05.2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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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위기의 한인 경제, 돌파구는 있다

경제부 부장 3년 후면 LA올림픽이 열린다. LA올림픽조직위원회(LA28)가 신규 경기장을 발표하면서 2028년 올림픽이 가시화됐다.   하계올림픽 전체 50개 이상의 종목 중 2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장소가 확정되며 경기장의 95% 이상 윤곽이 나왔다.     올림픽 개최가 불러오는 경제 효과는 크다. 고용 창출, 세수 증대, 관광 수입에 지역상권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   2028년 올림픽 이전 2026년 월드컵, 2027년 수퍼볼 등 예정된 대형 스포츠 및 글로벌 행사는 LA, 특히 한인 상권에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현재 LA경제는 경기 둔화와 고금리 여파로 많은 스몰비즈니스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특히 한인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소비 위축, 인건비 상승이라는 삼중고 속에 관세까지 기존 방식만으로는 더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올림픽을 비롯해 대형 스포츠 및 글로벌 행사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한인업체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2028년 올릭픽 경우 경기 주최에 필요한 프라임 벤더(주계약 업체)가 대부분 선정된 상태다. 캐더링, 이벤트 운영, 통역, 인력 파견 등 한인 비즈니스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수요가 지속하고 있다. 이들로부터 한인 업체들이 서브 계약을 수주하는 것도 실현 가능한 전략이다.     이와 함께 정부조달사업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매년 연방, 주, 시 정부를 통해 수조 달러 규모의 조달 예산을 책정하고, 물품 공급, 용역, 서비스 등의 계약을 발주한다. 연방정부 조달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6조1300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지방정부와 공공기관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진다.   이러한 거대한 공공시장에 진입하는 한인 기업은 극소수다. 이는 기회 부족이 아니라, 접근성과 정보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LA시는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지난해 10월 비영리단체 PACE와 함께 중소기업의 정부 조달 참여를 지원하는 ‘ProcureLA’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벤더 등록, 인증 절차, 입찰 가이드, 정부 기관 정보 접근 등을 무료로 지원하며, 특히 한인 디렉터가 있어 한인 기업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PACE에 따르면 정부 조달 사업의 강점은 분명하다. 경기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예산, 장기 계약과 재계약 가능성, 그리고 공정한 경쟁 환경은 민간 시장에서는 얻기 어려운 장점이다. 한 번 수주에 성공하면 레퍼런스를 통해 추가 기회를 연결할 수 있고, 스몰비즈니스 인증을 받은 경우 평가에서 가산점과 우선권까지 주어진다.   다만 이 기회의 문은 준비된 업체들에 열린다. 정부 조달 사업은 대금을 사업 완료 후 60~90일 이내에 지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결국 조달 사업에 참여하려면 자체 현금을 확보한 상태에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조달 시장은 단순히 저가 경쟁만으로는 진입할 수 없다. 해당 기관이 실제로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입찰 공고의 요건을 정확히 해석하고 맞춤형 제안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한인 기업들은 정보 접근의 장벽, 언어적 제약, 복잡한 행정 절차에 대한 부담감으로 공공 조달 시장 참여를 주저해 왔다. 그러나 이는 극복 불가능한 장벽이 아니다.     PACE 같은 비영리단체에서 무료 상담, 시장 조사 교육, 포털 등록 지원, 입찰 제안서 리뷰까지 다양한 실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공공 조달 시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특히 정부 조달 사업은 민간과 달리 예산이 줄지 않고, 사업이 중단되지 않으며, 수요가 반복된다.   한인 기업이 이 시장을 외면할 이유는 없다. 더욱 많은 한인 기업들이 정보를 갖추고, 인증을 받고, 준비된 자세로 이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공공 조달은 더는 특별한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한인 업체 모두가 진입할 수 있는 ‘공공 시장’이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돌파구 위기 한인 비즈니스 한인 상권 한인 기업들

2025.04.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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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공공 보건 자금 3억6000만불 감소 위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각종 연방지원금 삭감에 나선 가운데, 이로 인해 뉴욕주의 공공 보건 자금 3억60000만 달러가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캐시 호컬 주지사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120억 달러 넘는 연방 보건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결정했고, 이로 인해 뉴욕주의 정신건강 및 약물 치료, 전염병 추적 등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컬 주지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삭감 결정으로 뉴욕주 보건국은 3억 달러, 주 중독서비스지원국은 4000만 달러, 주 정신건강국은 2700만 달러 자금을 잃을 것으로 전망됐다.     호컬 주지사는 "공중 보건, 자살 예방 및 중독 서비스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며, 뉴욕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미국 전역에는 이런 대대적인 예산 삭감을 감당할 수 있는 주가 없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화당 소속 뉴욕 의원들이 맞서 싸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납세자들의 돈 수십억 달러를 코로나19 관련 공공 보건 자금으로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고, 척 슈머 연방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커스틴 질리브랜드(민주·뉴욕) 연방상원의원은 지난달 27일 트럼프 행정부에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했다.     주지사실의 분석에 따르면 주 보건국 예산이 삭감될 경우 질병 발병 대응, 병원 및 요양원 감염병 예방 조치 등 공중 보건 핵심 기능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파악됐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뉴욕주 위기 뉴욕주 공공 뉴욕주 보건국 감소 위기

2025.03.31. 19:48

[부동산 이야기] 융자조정을 통한 위기 탈출

주택도시개발부(HUD)는 연방주택국(FHA)을 통해 융자를 받은 경우, 모기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융자 기관에 페이먼트를 못 하는 주택 소유주들에게 주택을 유지하거나 압류를 피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요즘, 융자조정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탈출해 안정적 페이먼트로 집을 영구히 유지하기 위한 도움 요청이 늘고 있다. 실무에서 융자조정 업무를 작금에 처한 위기를 스스로 진단해보며 현재 처한 위기상황을 돌파해 나감으로써 탈출구를 찾아가며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를 가져보자.   HUD는 처음 집을 소유한 사람을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주택 소유주가 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으며, 홈오너들을 돕기 위해 팬데믹 동안 만든 옵션을 기준으로 해서 여전히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FHA의 팬데믹 관련 융자 옵션은 2026년 2월 1일까지 유지된다. FHA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 소유주들이 주택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 12개월까지 특별 재해 연기 옵션을 통해 추가적인 유연성을 제공한다.   옵션에는 FHA의 부분 청구(Partial Claim)를 통해 홈오너들에게 지불 감면, 즉 현재 월 모기지 지불을 감당할 수 없는 홈오너의 경우 모기지 지불의 원금 및 이자 부분에서 25% 감소를 목표로 하는 옵션이다. 융자조정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중요한 결정을 함에 있어 전문가의 도움은 필수다.     최근 과도한 모기지 페이먼트와 이자율 변동으로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로 차압 단계에 있는 홈오너들이 늘고 있다. 차압은 옵션이 아니다. 은행마다 창조적인 해결 방법을 동원해 융자조정을 하고 있다. 정부에게도 압류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융자조정 옵션을 통해 지역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융자조정을 진행하다가 흔히 발생하는 경우들을 주의해야겠다. 먼저, 융자 밸런스에 근거해 불충분한 수입은 렌더가 페이먼트 지불능력 부족으로 간주해 시간만 지체되지 실질적으로 조정을 못 받게 된다. 어떤 손님들은 “지금 나는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수입이 없어서 융자조정의 도움을 받으러 왔다”고 말한다. 어떤 경우는 가구 수입이 있어도 주택 소유주(Borrower)가 아닌 비 거주인의 수입을 인정해 주지 않거나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 손익계산서(Profit and Loss Statement) 신뢰 부족으로 거절되는 경우가 많다. 효율적인 수입 증명제출은 결과에 큰 차이를 불러온다.     다음으로 도움을 못 받는 경우는 서류 부족으로 거절될 때가 많다. 대체로, 렌더들이 서류를 잘못 처리해 문제가 야기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사전에 미리 예방하기 위해 서류를 은행에 전달하는 방법들을 잘 활용하면 이런 실수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모기지 페이먼트를 못 하는 것은 홈오너들이 엄청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는 증거다.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서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소원해본다.   (필자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가필이나 수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문의:(213)380-3700 이지락/샬롬센터소장부동산 이야기 융자조정 위기 융자조정 옵션 융자조정 업무 요즘 융자조정

2025.02.18. 22:25

[기자의 눈] 위기 대응 실패, 예산 문제가 아니다

LA시의 위기 대응 체계가 또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달 대형 산불이 한창 확산하던 당시 한 주류 언론은 LA시소방국의 75대 이상의 소방차량이 정비되지 않은 채 주차장에 방치됐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다. 대응 인력은 충분했지만, 차량 고장으로 소방관들이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24~2025 회계연도에서 LA시는 LA소방국(LAFD) 예산을 1760만 달러 삭감했고, 그 결과 긴급 차량 정비가 중단됐다고도 했다. LAFD 국장은 “예산 삭감이 없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방국 노조 역시 “출동 가능한 장비만 충분했어도 더 많은 대응이 가능했다”며 대응력 약화를 우려했다.   그러나 예산이 정말 부족해서였을까. 최근 LA시는 산불 복구 책임자로 스티브 소보로프를 임명하고 90일 근무에 5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해당 금액은 시장 연봉을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퍼시픽 팰리세이즈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한쪽에서는 화재 피해로 집을 잃은 주민들이 대피소를 전전하는 상황에서, 다른 한쪽에서는 복구 책임자가 단 3개월 근무로 50만 달러를 받을 예정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배스 시장은 결정을 철회했고, 소보로프는 무보수로 일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애초에 50만 달러 지급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기부금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산불 복구를 위한 기부금이 특정 개인의 보수로 쓰일 뻔했다”며 투명성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LA시는 여론의 압박에 밀려 보수 지급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소보로프의 역할 또한 불명확했다. 배스 시장은 처음에는 그를 “산불 피해 복구 총책임자”라고 발표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퍼시픽 팰리세이즈 역사적 상업지구 복구”로 업무 범위를 좁혔다.     하지만 소보로프 본인은 “연방 기관과 협력하며 광범위한 복구 작업을 수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정책의 핵심 인물이 자기 역할조차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시 정부의 행정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행정의 혼선은 홈리스 문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LA시는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13억 달러를 배정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불분명하다. 지난해 LA시의 홈리스 인구는 4만5252명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지만, 이는 단순한 숫자 조정일 가능성이 크다. 노숙자 보호소 입소자는 17.7% 증가했지만, 거리에서 생활하는 인구는 여전히 많다. 단순히 시설 수용 인원을 늘린 것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홈리스 증가 원인 분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의 지난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홈리스 증가율이 급등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불법 이민자 유입으로 인해 통계가 왜곡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LA시는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 정책을 선언하며 불법 이민 단속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연방 지원금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고, 트럼프 행정부는 LA의 산불 복구 기금 삭감을 검토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정부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법률 지원 확대와 캠페인에 추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기존 주민들의 주거 불안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LA시는 불법 이민자와 기존 홈리스 인구를 구별하지 않는 방식으로 통계를 집계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사회정책학 교수 데니스 컬레인은 “불법 이민자와 기존 홈리스 인구를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정책적 혼선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조차 모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LA시의 홈리스 증가율 3.1%는 캘리포니아 내 다른 지역보다 낮지만, 이 수치가 불법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일시적 증가인지, 실제 홈리스 증가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시의 정책 방향은 여전히 일관성이 없다.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13억 달러를 책정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 정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책의 실효성을 평가할 근거가 부족하니, 정작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닿지 않고 있다. 홈리스 증가의 주요 원인이 이민 정책과 연결된 문제라면, 이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LA시는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정치적 선언과 예산 투입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LA시의 정책은 반복적으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홈리스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소방 예산을 삭감했고, 불법 이민자 보호 정책을 강화하며 연방 지원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산불 피해 복구를 명분으로 특정 개인에게 50만 달러의 보수를 지급하려 했고, 불명확한 홈리스 증가 통계를 근거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정책 기조 전반의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문제는 예산 부족이 아니다. 시 정부는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효과보다 정치적 선언에 집중하고 있다. LA시는 홈리스 위기를 단순한 숫자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윤재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위기 대응 위기 대응 예산 삭감 투명성 문제

2025.02.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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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리부트] 위기의 대중교통, 한인들이 바꾸자

저는 LA를 기반으로 노동조합, 정부 기관, 민간 기업에 캘리포니아 주 및 지역 정치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인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LA메트로(교통국) 등 정부 기관에 전달할 기회를 준 미주 중앙일보에 감사하며, 앞으로 칼럼을 통해 한인 사회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자 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1979년 LA로 이민 왔습니다. 1993년 오벌린 대학교를 졸업한 후, 전미 AFL-CIO, LA카운티 노동 연맹 등 다양한 노동조합에서 정치 및 입법 담당 직원으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서 목소리와 영향력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이 현재의 영향력을 가지기까지 끊임없는 노력과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는 정신이 필요했습니다. 이 교훈은 현재 제 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09년 정치 컨설팅 회사인 ‘M2 Strategies’를 설립한 후, 저는 LA메트로의 예산 마련을 위한 여러 캠페인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LA카운티의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2년 전부터 저는 대중교통을 주 이동수단으로 사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하철역 근처에 살면서 버스와 지하철 타는 법을 익혔고, 이제 대중교통 이용은 일상이 됐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LA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특히 메트로 시스템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구성원들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한인들 중에서는 시니어, 학생, 저임금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LA 메트로를 가장 많이 이용합니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탈지 말지 선택할 여유가 없습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발생한 폭력과 혼란으로 인해 중산층 한인들은 메트로 시스템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는 LA 메트로 시민위원회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샌퍼낸도밸리 지역 시민위원에 임명되었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대중교통 안전, 요금 인상, 서비스 품질 등 메트로 이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최신 소식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LA 메트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의견을 듣기 위해 대면 및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고 커뮤니티 리더들과 만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인 커뮤니티도 LA 메트로의 고위관계자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한인 이용자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공 안전 강화, 언어 접근성, 요금 인상, 서비스 빈도, 안내 표지판 등에 대한 의견입니다. 우리끼리 불평하는데만 그친다면 필요한 변화를 이뤄낼 수 없습니다. 한인 사회에서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앞으로 칼럼을 통해 여러분의 의견과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LA 메트로 또는 LA시와 관련된 생각을 저에게 공유해 주세요. 한인 여러분이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정책 결정자들에게 전달해 그들이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의견은 이메일([email protected])로 보내주시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석명수 / 정치 컨설턴트·LA메트로 위원정책 리부트 대중교통 위기 대중교통 시스템 한인 커뮤니티 대중교통 이용

2025.01.2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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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신년사] “위기를 기회 삼는 한 해로”

“위기를 기회 삼는 한 해로”   을사년 청뱀의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많은 도전과 변화를 마주하며 함께 노력해왔습니다. 특히, 각자의 자리에서 땀 흘리며 지역사회를 지탱해주시는 한인 소상공인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청뱀이 상징하는 지혜와 재생의 기운처럼, 새해에는 도약의 길을 열어나가길 소망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한민족의 저력으로 새해에는 그 어떤 도전과 위기도 극복해 나가는 우리가 됩시다. 모든 분들에게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LA한인상공회의소 정동완 회장   “새 명칭 걸맞게 발전 도모”   2024년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많은 지원과 사랑 덕분에 협회가 계획한 여러 사업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물심양면으로 협조해 주신 회원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5년은 푸른 뱀의 해로, 지혜와 변화의 해가 될 것입니다. 협회는 이 해를 맞아 ‘캘리포니아 한국기업협회’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발전하고자 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서로를 더 아끼며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힘찬 새해 되세요.   남가주 한국기업협회 김한수 회장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기여”     을사년이 밝았습니다. 고국을 떠나 새로운 터전을 일구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발전시키고 계신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가정에 행복했던 기억만을 간직하며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25년 옥타LA(OKTA LA)는 한국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및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해외 시장 개척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가정에 축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하며, 새해에도 한인타운이 평안하고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세계한인무역협회LA 정병모 회장   “활발한 활동·유대 강화 주력”     지난해는 한인 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025년에는 부동산 교육, 시장 정보 제공, 네트워크 확장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인 사회의 경제적 번영을 지원하고, 남가주 지역 사회와의 유대감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협회는 한인 부동산 전문가뿐 아니라 지역 한인들과도 소통하며, 보다 투명하고 신뢰받는 부동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새해에는 모든 가정과 일터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 진 홍 회장   “40주년 다양한 활동 전개”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회장으로서 보험협회를 이끌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협회는 그동안 한인 사회와 함께하면서 괄목 성장을 통해 주요 경제 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특히 협회의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입니다. 오는 3월에 예정된 갈라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앞으로의 비전을 함께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갑시다. 새해에도 건강과 행복이 늘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한인보험재정전문인협회 써니 권 회장경제계 신년사 위기 기회 남가주 한국기업협회 캘리포니아 한국기업협회 한인 부동산

2025.0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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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케어 아시아계 청소년 위기…5명 중 1명 홈리스 될 위기

포스터 케어에 맡겨진 아시안 청소년이 추후 성인이 되면서 홈리스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안아메리칸뉴스(asamnews.com)는 스트립바에서 일해야 했던 한 한인 여성의 이야기를 보도하고 이 과정에서 특히 아시안 청소년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25일 보도를 통해 3년 전 고교를 졸업한 김 모 학생의 케이스를 전하고 포스터 케어를 나오는 청소년 5명 중 한 명은 홈리스가 될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올해 21살이 된 김양은 타인종들 사이에서 이중적인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아시안 학생들의 현황과 보호 장치는 매우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3년 전 백인 싱글 여성의 포스터 케어를 받았던 김 양은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지키고자 했으나 이런 상황을 배려하는 장치는 없었던 것. 음식과 언어에서부터 시작되는 스트레스와 그를 인정해주지 않았던 분위기는 김 양을 매우 힘겹게 했다.     결국 김 양은 지난 2021년 친구의 집으로 짐을 옮겼고 스트립바에서 일해 한 달에 400달러의 렌트비를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끝내 정부 지원을 통해 렌트비를 내지 않는 임시 주택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아 스트립바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2022년에 지원이 종료됐다.     김 양은 인터뷰에서 “주변 친구들이 ‘아시안이라서 혜택이 많았겠다’며 부러움을 갖지만 사실은 이중적인 고통을 참아야 했다”며 “성인이 되기 전에 독립할 수 있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수천 달러의 카드빚을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직장을 찾으며 지역 대학에 수강 등록을 마치고 새로운 삶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런 과도기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집중적인 지원 방침을 법제화하려는 노력이 가주 의회에서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정은 없는 상태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위기 아시아계 아시안 청소년들 청소년 위기 포스터 케어

2024.08.27. 21:18

[기고] 재정적 위기를 극복한 비밀

대부분의 사람은 재정적인 문제로 고민한다. 학자금 융자를 비롯한 각종 대출금 상환, 의료비 등도 개인이 겪는 재정적 고민이다. 실업 상황을 맞게 되면 고민은 더 커진다. 그런데 이를 극복하려면 정신적인 자세도 중요하다. 재정적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강한 의지로 극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재정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은 자신을 통제하면서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찾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강력 의지력을 의미한다. 재정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태도를 소개한다.       첫째, 희망(hope)을 잃지 말고 분투해야 한다. 희망은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는 데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 삶을 개선하며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믿는 것이다. 희망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희망은 근거 없는 믿음과는 다른 것으로 신중한 신념이다. 희망을 갖게 되면 괴로운 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재정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을 희망을 선택해 본인의 상황을 관리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둘째, 신앙(faith)과 함께 전진한다. 신앙은 믿고 의지하며 우리의 생명을 위한 계획을 가지고 생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 가운데는 무릎을 꿇고 겸손한 마음으로 “이 짐을 해결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신앙도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탄력성(resilience)을 가져야 한다. 고대 아프리카 속담에 바람은 나무를 부러뜨리거나 굽히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탄력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재정적 위기에서도 이런 탄력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에 굴복하거나 꺾이지 말라는 의미다. 재정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지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조금이라도 성과를 거두면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않고 전진한다.     넷째, 목적(purpose)이 명확하고 뚜렷해야 한다. 목적이 있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로켓에 보조 추진장치의 준비가 완료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면한 재정 위기가 엄청나게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목적이 있다면  인내심을 갖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며, 지구 위에 존재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삶의 뚜렷한 목적이 있다면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피곤한 줄 모른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노력이 즐겁기만 할 것이다.     다섯째, 강한 끈기(tenacity)로 무장해야 한다. 재정적 위기 상황에 놓이면 고통과 괴로움만 느끼기 마련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아니면 무엇이라도 붙잡고 매달리려 한다. 이때 강한 끈기가 필요하다. 끈기는 목표 달성에 접착제 구실을 한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끈기는 농도가 진할수록 효과도 크기 마련이다.  재정 위기를 극복하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고난과 만나더라도 절대로 주저앉거나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여섯째, 사랑(love)을 나누어야 한다. 아무리 심리적으로 힘들더라도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표현을 주저해서도 안 된다. 이런 태도가 삶을 가치 있게 만들며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재정 위기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도 계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기천 / LA카운티 종소기업 자문관기고 재정 위기 재정적 위기 재정 위기 신앙도 재정

2024.06.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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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영화시장 위기일까?

빈 좌석이 더 많은 어두운 극장, 팝콘 기계는 텅 비어 있고, 영화가 끝난 후 즐거운 모습으로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열정과 웃음소리는 과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최근 개봉한 영화를 보기 위해 주말에 영화관을 찾았다. 매주 주말 저녁이면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던 추억이 떠올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섰다. 그런데 영화관엔 이상하리만치 관객이 없었다. 희미한 조명이 켜진 상영관 안으로 들어서니, 텅 빈 좌석들만 눈에 들어왔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대부분의 좌석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관 관객 수가 지속해서 줄고 있다. 미디어 분석 업체 컴스코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박스오피스는 85억8000만 달러를 기록, 예상치 90억 달러에 4억1600만 달러나 부족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연간 박스오피스 규모가 100억~110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두 자릿수나 된다. 당연히 티켓 판매량 역시 2019년 12억3000만 장에서 지난해에는 8억5200만 장으로 31%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트렌드의 변화와 함께 관객들의 달라진 기호도 영화관 관객 감소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다양한 OTT 서비스 업체들의 등장이다. 영화관을 찾던 고객들은 이제 넷플릭스를 비롯해 애플티비, 아마존티비, 디즈니플러스, 훌루, HBO 등 다양한 OTT 플랫폼을 통해 집에서 편하게 영상 콘텐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매달 일정액을 내고 이들 업체에 회원 가입을 하면 취향에 맞는 영화, 드라마, TV쇼를 맘껏 볼 수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스타티스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전 세계 OTT 사용자 수는 약 37억1000만 명에 달한다. Z세대 응답자의 거의 절반(47%)과 밀레니얼 세대 33%가 영화보다 소셜미디어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긴다고 답했다. 이들 업체의 구독료가 아무리 올라도 영화 한 편에 11달러를 쓰는 것과 OTT 플랫폼에 11달러를 쓰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화표 가격 상승도 한몫하고 있다. 스타티스타의 보고서에서 최대 영화관 체인인 AMC 기준 티켓 값은 2019년 9.26달러에서 2023년에는 11.23달러로 올랐다. 여기에 팝콘, 음료수 등의 가격도 오르면서 부대 비용도 늘었다.     게다가 여가를 즐기는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크레딧카르마가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46%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여가 활동에 돈을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중 19%는 아예 여가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젊은 층인 Z세대 가운데 영화를 보기 위해 매주 영화관을 찾는다는 응답자는 3%에 불과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불법 콘텐트 유통 웹사이트도 문제다. 이들 웹사이트는 최신 영화까지 불법으로 보여주고 있어 영화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제작자와 배급사의 수익을 갉아먹어 악순환 구조를 만든다. 불법 유통으로 인한 손실은 영화 제작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관객들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왕자의 게임 마지막 시즌이 개봉했을 때 개봉 24시간 만에 7100만 명의 시청자가 마지막 시즌 시사회를 시청했다. 하지만 이 중 75%(5400만 명)가 불법 유통 스트리밍 사이트 혹은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시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밀레니얼 세대의 53%는 지난 한 달 동안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방문했으며 2015년에는 불법 복제 사이트 방문 건수가 785억 건에 달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글로벌 혁신 정책 센터는 이러한 불법 유통은 매년 미국 경제에 최소 292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한다고 추산했다.     영화관 관객 감소는 영화 산업 침체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관객 선택 폭의 축소로 귀결된다. 또한 불법 유통 사이트 증가는 합법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나 영화관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 영화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정하은 / 경제부기자의 눈 영화시장 위기 기호도 영화관 최대 영화관 동안 영화관

2024.05.0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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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은 적” 한인 해고 논란

북가주 지역의 흑인 여성 검사장이 평소 아시안을 비하하고 한인 대변인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혐의로 피소 위기에 처했다.   논란이 된 검사장은 파멜라 프라이스로 가주에서 일곱 번째로 인구가 많은 알라메다카운티에서 지난 2022년에 첫 흑인 검사장이 된 인물이다.   소송을 준비 중인 여성은 언론인 출신이자 알라메다카운티검찰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한인 페티 이씨다.   LA지역 로펌 ‘록스보로포모런스나이&아드레아나이(이하 RPNA)’는 최근 이씨를 대신해 알라메다카운티 검찰에 소송 경고 서한을 발송했다. RPNA에 따르면 이씨는 대변인으로서 검찰 내부의 공공 기록 공개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가 지난해 12월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았다.   RPNA는 서한에서 “검사장은 평소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비하 발언을 지속적이면서 공개적으로 해왔다”며 “검사장은 자신의 적이 ‘언론과 아시안’이라고 말해왔고, 이씨는 근무 기간 검찰 내에서 반아시아적 정서를 명백하게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은 프라이스 검사장이 급진적 사법 개혁 정책 등으로 인해 현재 리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29일에 시작됐다. 당시 검찰 측은 프라이스 검사장에 대해 부정적 보도를 해왔던 지역 언론의 한 기자(에밀리 라구소)를 보안 문제를 이유로 검찰 기자회견장 출입을 금지했다.   RPNA측 서한에는 “이씨는 이러한 조치가 해당 기자에 대한 적대감에 기반을 둔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이후 해당 기자뿐 아니라 여러 언론이 공공기록법인 CPRA에 따라 검찰 측에 언론 관련 정책 및 규정 등의 문서를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RPNA측은 서한을 통해 “대변인실의 디렉터는 관련 문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계속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씨는 이런 부분이 비윤리적이라 생각했고 검찰 내 조직원들에게 CPRA 준수와 관련한 우려를 여러 번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CPRA는 소비자 등이 부정확한 정보 등을 정정할 권리 또는 관련 정보 요구 권리 등을 보호하는 법이다.   RPNA 서한에 따르면 법 규정 준수와 관련해 우려를 제기했던 이씨는 결국 검찰 내에서 CPRA 대응 회의가 끝난 직후 “8분 내로 사무실을 비우라”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12일에 발생한 일이다. 해고 통지서에 명시된 사유는 ‘계약직’이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RPNA는 서한에서 “이번 사건은 직장 내 보복과 관련한 교과서적인 사례”라며 “이번 사건뿐 아니라 프라이스 검사장이 평소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해 갖는 적대감은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됐던 내용”이라고 전했다.   실제 알라메다카운티검찰에서 근무했던 아시아계 레베카 워렌 검사는 지난해 5월 재스퍼 우 사건을 언급하며 “검사장이 아시아계 커뮤니티를 매우 경멸적이고 무례하게 대한다”며 사임해 논란이 됐었다.   재스퍼 우는 지난 2022년 11월 오클랜드 지역에서 벌어진 갱단 총격전에서 무고하게 총에 맞아 숨진 돌배기 남자 아기다.     RPNA측은 “이 서한에 답을 하지 않으면 즉시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소송이 진행되면 관련 직원들을 증인으로 세우고 모든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 취재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RPNA측은 합의금으로 이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 임금 미지급, 임금 손실, 변호사 비용 등 150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알라메다카운티검찰측은 이러한 소송 경고와 관련, 29일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알라메다카운티선거관리국에 따르면 프라이스 검사장에 대한 리콜 서명은 12만3000개 이상 접수됐다. 이 중 유효한 서명이 7만3000개 이상이면 리콜 여부를 묻는 선거가 진행된다. 컬럼비아대학 출신의 페티 이씨는 지난해 6월부터 알라메다카운티검찰에서 대변인으로 근무했다. 1994년부터 지역 방송인 KTVT, NBC 하와이, WJW-TV, KTVU 등을 거치며 앵커, 기자 등으로 활동한 언론인 출신이다.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위기 아시안 피소 위기 아시안 비하 프라이스 검사장

2024.03.31. 18:34

‘셧다운’ 위기 한 주 미뤘다

연방의회가 일부 정부 업무의 일시적 중단을 의미하는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임시 예산안을 지난달 29일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날 표결에서 찬성 320표, 반대 99표로 임시예산안을 처리했다. 야당이자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 97명과 여당인 민주당 의원 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어 상원도 표결에서 찬성 77표, 반대 13표로 임시예산안을 가결처리했다.   이날 상·하원을 통과한 임시예산안은 기존 임시예산의 시한만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농업, 보훈, 교통 등 6개 부문에 대해 3월 8일까지로 시한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당초 3월 8일이 시한인 국방, 국토안보, 노동, 보건복지부 등 쟁점이 많은 나머지 6개 부문 임시예산은 3월 22일까지로 시한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임시예산안에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시예산안의 양원 통과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 초당적인 합의는 피해를 초래하는 셧다운을 막고, 의회가 회계연도 전체 예산안에 합의하기 위해 일할 시간을 벌어 준다”며 “이는 미국인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밝혔다.   상·하원의 민주·공화당 대표들은 이날 처리한 임시예산안의 시한이 만료되기 전에 2023~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전체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연방정부의 2022~2023회계연도는 지난해 9월 말 종료됐으나, 여야 입장차로 아직 2023~2024회계연도 예산안은 처리가 안 된 상태다.     김은별 기자셧다운 위기 부문 임시예산 이번 임시예산안 기존 임시예산

2024.03.01. 22:16

퇴거 위기엔 ‘우리가 LA’ 찾으세요

폭풍우로 기온이 급감한 지난주 평일 오후, 봉사자 비앙카 로페즈와 라 봄바 잭슨은 집을 잃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찾기 위해 LA의 한 아파트 단지 문을 두드렸다.   LA시장 기금의 비영리 프로그램인 ‘We Are L.A.’에서 일하는 로페즈와 잭슨은 법률 지원 및 사례 관리와 같은 자원을 제공하여 세입자들이 퇴거를 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들은 최근 몇 달 동안 거주자들이 퇴거 통지를 받은 건물 목록을 들고 현장을 찾았다. 목록에는 특정 유닛이 아닌 건물 주소만 포함되어 있어 누가 통지서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든 문을 두드려야 했다.   프로젝트의 코디네이터인 잭슨은 “이름도 모르고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이 주소로 6건의 통지서가 발송되었다는 것만 알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가가호호 모두 방문해 우리가 실제로 도울 수 있는 주민들을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LA에서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법정에서 강제 퇴거를 당하고 있다. 특히 이번 달로 팬데믹 퇴거 보호 조치가 만료되면서 정부는 퇴거 물결이 시의 노숙자 위기를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일부 보호 조치가 만료된 후 법원 소송이 크게 증가했다.   시 전역의 인권단체들은 세입자들이 퇴거를 피할 수 있도록 임대 지원, 세입자 보호 규정 확대, 권리 알기 클리닉 개최, 공익 무료 변호에 대한 접근성 확대 등 무수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위기에 처한 LA의 세입자들을 지원 프로그램과 연결해주는 것이다. 많은 세입자들이 변호사도 없이,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법적 규정을 헤쳐나가다 결국 강제 퇴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LA시장 기금의 콘웨이 콜리스 최고경영자(CEO)는 “거처를 마련해주는 것이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라고 말했다.   올해 노숙자 예방 사업 예산 500만 달러를 지원받은 We Are L.A.측은 지역사회 행사, 세입자 권리 클리닉, 핫라인을 통해 광범위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총 13만 명 이상의 위험에 처한 세입자들을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퇴거 위기에 처한 임차인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아웃리치 프로그램 시행 초기에는 퇴거 법원 신청이 많은 집코드(우편번호)가 나열된 법원의 데이터에만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 구체적인 주택 부서의 퇴거 통지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됐다. 그럼에도 봉사자들이 현장에서 접촉하는 사람 중 실제 퇴거 위기에 처한 이들은 12%에 불과하다.   봉사자 콜린스는 “많은 세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임대료를 갚을 돈”이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많은 세입자들이 막대한 임대료 부채를 떠안고 있다. 시에는 임대료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필요한 돈의 일부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신청은 조기 마감됐다.   콜린스는 “밀린 렌트비 다음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움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면서 “예산의 40%는 사람들에게 지원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홍보에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사회복지와 아웃리치 혹은 두 가지 업무 모두 수행하는 직원 등 총 51명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 일부는 세입자가 통지서를 받은 주소로 전화를 걸어 세입자에게 연락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또 다른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세입자가 퇴거 법원 소송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법원으로부터 퇴거 통지서를 받은 세입자는 5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려운 과정이다.   아웃리치 직원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연방, 주 및 지역 자원에 연결해 주는 사회복지사와 연결해 준다. 세입자 권리 알기 워크숍에 등록해주거나 법률 지원 안내도 제공된다. 또한 푸드 스탬프, 의료 서비스 또는 근로 소득 세액 공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포함된다.   잭슨은 “누군가 통지서를 받았거나 불법 구금 가능성이 있는 경우,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와 연결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식료품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경우 SNAP 수혜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 식료품 지출비를 임대료에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시장 기금은 에릭 가세티 전 시장이 시작한 시민 지원 프로그램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몇몇 기부자들이 시장의 호의를 얻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연말, 캐런 배스 시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윤리 규정을 발표했다. 노숙자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사람들이 집을 잃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이날 로페즈와 잭슨이 방문한 첫 아파트 단지에서는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대부분 노크에 응답이 없었고, 문을 열어준 소수의 사람들도 퇴거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약 0.5마일 떨어진 두 번째 단지로 향했고, 2층까지 다 두드렸지만 마찬가지였다.   봉사자 로페즈는 마지막 집에 노크했다. 설거지를 하며 저녁으로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고 있던 아파트 주민 로라 아얄라가 문을 열어줬다.     로페즈가 물었다. “혹시 집주인으로부터 임대료 미납 등으로 인한 통지를 받은 적이 있나요? 3일, 30일, 60일 통지서 같은건데요 ….”   “네.”   아얄라는 한 달 전 3일내로 퇴거하라는 통지서를 받았지만 아직 법원 서류는 받지 못했다고 했다. 주택 바우처에 의존해 렌트비를 지불해온 아얄라의 사례는 해결하기엔 다소 복잡했다. 그녀는 아파트 인스펙션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집세를 제때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봉사자 잭슨은 온라인 세입자 권리 워크숍에 등록할 것을 권했고 아얄라는 그자리에서 흔쾌히 동의했다.     이날 아얄라는 퇴거 통지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을 얻진 못했지만 최소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과 조력자들이 있다는 것은 알게됐다.   ▶문의:(213)584-1808/홈페이지(mayorsfundla.org) 팔로마 에스키벨 기자위기 퇴거 퇴거 통지 퇴거 보호 강제 퇴거

2024.02.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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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민주주의 위기와 정치 실종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가능하게 한 시민혁명은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아 사회나 국가를 통치할 수 있게 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만들었다. 시민은 선거를 통해 사회를 다스릴 권한을 통치자에게 위임하고 통치자는 견제와 균형의 국가 시스템 안에서 민주적 통치를 하게 된다.   이런 민주주의 사회 질서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삼권분립과 대통령제를 탄생시킨 미국에서조차 선거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난입 사태까지 벌어졌다. 세계 곳곳에서 극단주의 정치지도자들이 등장하고 입법·행정·사법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상호존중의 민주주의 질서가 도전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지켜야 할 정당에서조차 유리하지 않은 사법부 판결이 나오면 강한 비난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는 행정과 입법 사이에도 질서는 무너지고 있다. 장관과 국회의원의 입씨름이 도를 지나쳐 정책토론이 아니라 감정적 상호비방으로 일관한다. 미국도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설하고 나자 하원의장이 그 자리에서 연설문을 찢어버릴 정도로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인다.    정치는 서로 다름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지혜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혜를 갖춘 정치와 정치가는 실종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의 심화는 극단적 강경파의 활약을 부추기게 된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안을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서서 연방정부 셧다운을 몇 시간 남겨 놓고 임시 예산안이 간신히 통과되었다. 하지만 이후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이런 합의를 끌어낸 자기 당 하원의장에 대해 불신임안을 상정했고 통과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여명에 불과한 친트럼프계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공화당 하원의원 221석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 민주주의문화재단(Democracy and Culture Foundation)과 뉴욕타임스 주최로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아테네 민주주의 포럼’에 참석했다. 전 세계 지성인들이 모여 민주주의의 위기와 해법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최근 독재적 지도자들의 권력이 확장되고, 인공지능이 인간 노력의 가치를 침해하고, 빈부격차는 심화하고,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표현의 자유는 공격을 받고, 유럽에서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포럼에서는 21세기가 직면한 민주주의 위기의 극명한 현실로 보았다. 지난 20세기 후반 누려왔던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는 오늘 과연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있는가를 고민하는 모임이었다.   포럼에서는 민주주의 위기가 발생한 원인은 급격한 사회변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혁명으로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사람들은 이에 적응하지 못해 위협을 느끼게 된다. 기술의 발전은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이에 따라 돈의 힘은 점점 더 커지고 정부의 힘도 커지지만, 시민의 영향력은 점점 감소한다고 느껴서 불안감이 커진다고 한다. 불안감과 무력감은 모든 문제를 자신이 아니라 사회의 탓으로 돌리게 한다. 이것이 정치 선동과 연결될 때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개인의 사회적 불신뿐 아니라 정치권도 상대에 대한 불신으로 사회문제를 풀려고 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사회문제를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상대편의 과거 잘못에 대한 비난이 우선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나 윤석열 정부의 카르텔 철폐를 보면 모두 상대편을 탓하는 닮은꼴이다. 정부의 역할은 남의 탓보다는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설계를 하는 일이 우선이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는 일찍이 이런 현상을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으로 분석했다. 인간은 종종 문제의 본질보다는 이를 외부적 상황이나 개인적 특질의 탓으로 돌려 해석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정치도 상대편 집권세력의 과거를 청산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서로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 불신을 가중하는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정치선동가들이 사회를 극단적으로 대립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사회 불신과 개인의 불안감이 언론의 편향보도와 개인 미디어의 발달, 그리고 정치 선동으로 인해 극단주의 세력의 역량을 더욱 키워주고 있다. 극단주의 세력의 득세는 기존 정당의 정치질서나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쉽게 무너뜨린다. 극단적 팬덤 현상은 헌법기관이라고 하는 국회의원의 소신을 쉽게 마녀사냥감으로 만들고 정당의 기본 이념이나 가치보다 집단의 이익을 앞세우게 한다.   우리 인류는 히틀러가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세계대전을 일으켜 몰락한 역사를 잘 기억하고 있다. 극단적 세력이 득세할 때 합리적 사고는 길을 잃는다. 정치는 치열하게 대립하더라도 결국은 화합을 끌어내는 예술이다. 정치권에서 내로남불이 일상화되어가는 오늘 김수환 추기경이 남기신 “내 탓이오”라는 말의 울림이 더 크게 다가온다. 염재호 / 태재대학교 총장·전 고려대 총장중앙시평 민주주의 위기 민주주의 사회 극단주의 정치지도자들 민주주의 질서

2023.10.06. 19:32

개스콘 LA 검사장 재선 가도에 빨간불

내년 재선 도전에 나선 조지 개스콘(사진) LA 카운티 검사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행정부와 정치권 소식을 보도하는 ‘캘리포니아 글로브’는 개스콘 검사장이 선거 자금, 지지 선언 확보에서 정체된 상태인 데다 경쟁력을 가진 후보들이 속속 출마를 밝히면서 난관에 봉착했다고 최근 지적했다.     매체는 현재 개스콘 캠페인 계좌는 잔고가 바닥(-2000달러)을 드러낸 상태라고 설명하고 그에 반해 경쟁 후보인 존 매킨니 후보가 8만 달러, 존 하타미 후보가 19만 달러, 마리아 라미레즈 후보가 13만 달러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유일하게 공화당 출신인 내이선 호크만 후보도 55만 달러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스콘 후보는 3년 전 재키 레이시 현직 검사장을 물리칠 때 무려 1250만 달러를 쓰며 승승장구한 바 있는데 실로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매체는 묘사했다. 게다가 개스콘 입장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캐런 배스 LA시장, 롭 본타 가주 검찰총장 등 주요 인물들의 지지 선언을 아직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동시에 개스콘에 대한 지지율은 최근 범죄 상승으로 인해 지지 여론이 20% 후반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캠페인 위기 캠페인 위기 개스콘 후보 하타미 후보

2023.09.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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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노부부 모빌홈 퇴거 위기…공사 장비 마당에 두었다고…

저소득층 한인 시니어 부부가 언어 장벽 등의 문제로 억울하게 퇴거 위기에 직면했다.   심지어 모빌홈 단지 소유 업체는 이들에게 1만 달러가 넘는 변호사 비용을 청구했고, 시정부와 지역 언론까지 나설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은 오렌지카운티 지역 시니어 전용 단지인 랜초풀러턴 모빌홈파크에서 발생했다.   텍사스주에서 살던 사무엘 김(78), 김화평(75)씨 부부는 지난 2022년 5월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김씨 부부는 월 950달러의 부지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12만 달러에 모빌홈을 샀다.     이들은 모빌홈 이주 직후 밀폐형 현관 확장 공사를 위해 지난해 6월 모빌홈 규정을 감독하는 가주 주택지역개발국으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았다. 공사 만료 기한은 2022년 12월 6일이었다.   남편인 사무엘 김씨는 “집을 고치는 기술이 있는 데다 월 1900달러의 소셜 연금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 내가 직접 공사를 진행했다”며 “주정부 규정에 따라 공사를 정확히 진행하고 있었고 허가 기한도 지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사 장비 일부를 마당에 둔 것이 화근이 됐다.   모빌홈 단지 소유주는 변호사를 통해 김씨 부부에게 공사 장비를 치우라는 통지서를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남편 김씨는 공사 진행 중 엄지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상처를 입었다. 의사는 김씨에게 6개월간 일을 할 수 없다는 장애 진단 판정을 내렸고, 주택지역개발국 역시 진단서 내용에 따라 공사 만료 기한을 2023년 6월로 연장했다.   김씨는 “물론 공사 기한을 연장하면서 매니지먼트측 요청에 따라 공사 장비도 깨끗하게 정리했다”며 “그런데 단지 소유주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변호사를 고용해 현관에 있는 빗자루, 화분까지 트집을 잡아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며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냈다”고 전했다.   영어로 말하는 게 불편한데도 모빌홈 단지 매니저를 찾아가 시정 사항을 이미 준수했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웃의 도움으로 영문 통지서 등을 해석하던 김씨 부부는 법원의 퇴거 소송 편지(4월 12일)를 받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싸움을 스스로 시작해야 했다.     변호사까지 고용해 싸울 정도로 금전적 여유는 없었다. 그동안 모아둔 편지, 서류, 병원 진단서 등을 시간대별로 일일이 정리했고, 공사 진행 과정과 장비를 치운 사진도 모두 증거로 모아 퇴거 소송 심리일(6월 15일)에 샌타애나 법원으로 향했다.   일반 민사 사건이라 20분 남짓한 심리임에도 전문적인 변호사와 일반인은 싸움이 될 수 없었다. 한국어 법정 통역을 이용했지만, 판사는 김씨의 증거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측은 변호 비용으로 김씨에게 1만2000달러까지 청구했다.   김씨는 억울했다. 풀러턴 시의회까지 찾아갔다. 시민 공청회(6월 20일)에서 그간의 사연을 한국어로 설명하자 듣고 있던 시민들이 나섰다. 한 한인 방청객이 통역을 자처해 도와줬다.   김씨는 “결국 풀러턴 프레드 정 시장이 사연을 듣고 집까지 찾아와 내가 정리한 서류들을 모두 살펴보기까지 했다”며 “정 시장이 이후 상대측에 중재까지 시도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탄했다.   김씨의 사연이 시의회에까지 알려지자 풀러턴 지역 신문인 ‘풀러턴옵저버’도 이 문제를 보도했다. 이 매체의 사스키아 케네티 기자는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언어 장벽으로 인해 저소득층 소수계 노인이 겪는 어려움과 이들에 대한 갑질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무엇보다 한인 사회가 김씨 부부 사연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인들은 현재 사비를 털어 변호사를 고용, 김씨를 돕고 있다. 이로 인해 항소심을 요청했고 퇴거 절차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김씨는 “이곳에는 200여 가구 중 약 60가구가 한인 시니어”라며 “영어가 불편한 다른 한인도 얼마든지 억울한 피해를 볼 수 있는데 변호사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상황이라서 무료 변론이라도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지 확인 결과 랜초풀러턴 모빌홈파크는 지난 2021년에도 부당 퇴거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던 입주자는 김씨가 사는 모빌홈의 전 주인(캐시 보로비츠)이다.   이와 관련 모빌홈 단지 안드레아 웨스트 매니저는 지난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씨 부부의) 소송과 관련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매니지먼트측은 김씨의 임대료를 받지 않고 있다. 항소심 날짜는 미정이다. 만약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김씨 부부는 모든 걸 두고 쫓겨나게 된다. 글·사진=장열 기자 [email protected]퇴거 위기 한인 노인 시니어 부부 퇴거 위기

2023.09.1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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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리더를 만나다-7]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틱톡 포즈로 떴어요

“남들에게 보이는 사진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사진이 되었으면 한다.”   현재 인스타그램과 틱톡 팔로워 총 57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데이비드 서(한국 이름 서재훈·29·사진) 작가는 인스타그램 CEO의 프로필 사진을 찍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서씨는 “고등학교 때 꿈이 댄서가 되는 것이었다. 춤 동작을 촬영하기 위해 처음 카메라를 접했다”며 “카메라로 춤 동작뿐만 아니라 친구들 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카메라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사진작가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사진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UC데이비스 재학 당시 강의를 빠지면서까지 사진작가가 되는 법에 매진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사진작가가 되기 위한 라이브 교육 방송이 많이 올라왔다”며 “녹화 영상을 보려면 결제를 해야 했는데 당시 돈을 벌지 않았던 학생 신분으로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었던 라이브 영상을 보려고 강의를 빼먹은 적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가 정식 사진작가로서 스튜디오를 차리고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8년이었다. 이후 팬데믹이 터지면서 그의 사진작가 활동에도 시련이 찾아왔지만, 그는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서씨는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틱톡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며 “나 또한 사진작가로서 어떻게 대중에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틱톡에서 먹히는 포즈를 취하는 방법에 대한 영상을 하나둘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 폭발적으로 팔로워 수가 늘기 시작했다”고 유명해진 계기를 전했다.   그는 다양하고 유쾌한 방식과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포즈의 콘텐트를 올리려고 고민한다. 또 자연스러운 포즈를 추구하며 사람들을 많이 관찰해서 포즈의 영감을 얻고 있다.   서씨는 “포즈를 취하는 것은 단지 사진을 찍기 위함이 아닌 내 신체와의 의사소통이다”며 “직접 올리는 소셜미디어 콘텐트를 보는 많은 사람이 사진촬영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내가 사진작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또 그는 “개인적으로 사진작가는 아티스트보다는 디자이너라는 개념에 더 가까운 것 같다”며 “아티스트는 무에서 유로 예술을 창조하지만, 디자이너는 기획자가 정의한 기준에서 디자인을 추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렇듯 사진작가도 사진의 주인공인 의뢰인이 빛나도록 디자인을 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LA에서 데이비드 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서씨는 다음 달 실버레이크에 새로운 스튜디오(DAUS studio)를 오픈할 계획이다. 김예진 기자 [email protected]차세대 리더를 만나다-7 틱톡 위기 틱톡 포즈 사진작가 활동 정식 사진작가

2023.08.1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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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여자들

작년 2월, 우크라이나의 신도시 디니프로에 폭탄이 쏟아졌다. 안드레이와 티아나 부부가 30년 살던 아파트 창문이 날아갔다. 폭격을 당한 날, 티아나는 도시를 떠나서 체코로, 다시 독일로 넘어왔다. 몇 주 동안 열 나라의 국경을 넘었다. 구호 본부가 연결해 주는 핀란드로 들어왔다.     캠프에는 전쟁 난민이 득실거렸다. 아이가 딸린 여자들의 절박한 몸부림이 보였다. 현지 남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티아나는 처음 며칠은 먹고 자고 걷기만 했다. 불현듯 한 생각이 떠올랐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 어떤 것도 그립지 않아.”     두 아들은 성인이 되었고, 늙은 친정 부모를 돌보며, 관성으로 그냥 사는 삶이었다. 결혼은 문제가 없었지만, 읽은 책을 다시 읽는 듯했다. 개도 키워 보고, 집도 고쳐 보고, 여행도 가보고… 부부는 노력했지만, 티아나는 바람 새는 고무풍선 같은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마음을 팽팽하게 해주는 핀란드 남자와 로맨스가 시작되었다. 손톱도 발랐고 머리 손질도 했다.   5월 어느 날, 안드레이는 아내 티아나의 전화를 받았다. 안드레이는 약물 문제를 상담해 주는 심리치료사다. 지금은 일선에서 피폐해진 군인들의 정신 상태를 돌보고 있다. 그날도 일을 마치고 빈 아파트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이혼하고 싶어요.”     순간 51살의 안드레이는 펄펄 끓는 물을 뒤집어쓰는 듯했다. ‘일시적 희롱일 거야, 정신 차리고 곧 돌아올 거야.’ 안드레이는 그녀와 헤어지던 날,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스쳤었다. 커리어 우먼으로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어려서 만나서 뜨거운 사랑을 했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다. 안드레이가 같이 늙어가고 싶은 유일한 여자다. 전화가 온 지 석 달 후, 안드레이는 아내에게 전화했다. 대답이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는 것을. 이제 티아나가 버스 편으로 보낸 이혼 신청서를 판사가 허락만 하면 된다. 양육권도 재산 분쟁도 없다. 모든 것이 너무 간단했다. 안드레이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는 개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네가 나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야.” 안드레이는 분노가 치밀었다. 자신에게, 러시아에게, 모든 것에게.   뉴욕타임스 기자 제프리 게틀맨은 2023년 7월 25자 신문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파괴한 전쟁’이란 제목으로 글을 기고했다. 안드레이와 티아나 부부를 각각 따로 인터뷰하면서, 가정이 없어진 우크라이나인의 현실을 심층 취재했다.     남자의 허락 없이는 자녀들을 데리고 떠날 수가 없다는 나랏법 때문에 참고 살았던 여자들도 있었다. 문제 밖으로 나오니 비로소 문제가 보이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18세에서 60세 남자들에게 출국 금지령이 내렸고, 여자들은 낯선 곳에서 아이들과 살아야 하는 문제가 닥쳤다. 내가 누구인가? 나는 행복했던가? 파괴된 조국과 무뚝뚝한 남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여자들은 자신의 삶을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여자들의 이혼 신청서가 최근에 폭주했다고 한다. 다친 남자들만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의 인구는 어찌 될 것인가? 전쟁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자랄 것인가?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미연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위기 기회 우크라이나 여자들 티아나 부부 아내 티아나

2023.08.03. 17:32

주거지 없는 출소자들 홈리스 전락…교도소 출신 홈리스 2배 급증

가주 지역 홈리스 위기가 출소자로 인해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NBC뉴스는 지난 2019년 이후 가주 지역에서 최소 3만6400명의 수감자가 주거지 없이 출소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가주교정국 자료를 인용, “특히 LA카운티내 홈리스 중 최근 출소자 출신은 2020년 기준으로 2945명이었다”며 “이는 2019년(1621명)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가주 지역 출소자 정책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현재 가주에서는 수감자 급증과 함께 교정 시설 수용 공간 부족으로 조기 석방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가주 지역 교도소들은 출소자에 대한 주거지를 확인하지 않고 풀어주고 있다.     NBC뉴스는 “뉴욕, 텍사스,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 등은 가석방자가 출소할 때 주거지 마련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가주는 그렇지 않다”며 “다른 주에서는 출소자가 거주할 곳이 없을 경우 사회 거주 시설, 셸터 등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도 LA카운티에서만 2371명이 출소했는데 이중 주거지가 없는 이들은 홈리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편, LA노숙자서비스관리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LA카운티의 노숙자 수는 총 7만5518명이다. 이는 전년 대비 약 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출소자 위기 출소자거주지 확인 지역 출소자 최근 출소자

2023.07.19. 20:18

[기고] 검은 백조의 위기

영어 블랙 스완(Black Swan)의 우리말 번역 ‘검은 백조(白鳥)’는 모순에 가깝다. 그래서 존재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사상 획기적 사건들은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일에서 시작된다.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 미국의 9·11 테러,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건으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까지 예기치 못한 사건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다.   예견할 수 없었고 당연히 존재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건들을 검은 백조, 즉 블랙 스완이라고 한다. 월가에서 일하다 철학 에세이스트로 전향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2008년 월가의 위기를 예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탈레브는 그의 저서 『블랙 스완』을 통해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믿는 정규분포상의 현상들보다 기준에서 크게 벗어난 아웃라이어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매년 조금씩 수익을 쌓아가던 기업도 CEO의 사소한 실수, 회계부정의 발각, 시장 상황의 급변으로 하루아침에 망하곤 한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최근 위기관리(Risk Management)를 일상적인 경영관리보다 훨씬 중요하게 취급한다.   역사의 변곡점은 합리적 예측을 거부한다. 우연히 발생한 일이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꾸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검은 백조의 등장도 자세히 보면 전조가 있게 마련이다. 단지 이런 전조를 무시하기 때문에 검은 백조의 출현으로 충격을 받고, 그 폐해도 심각한 것이다.   검은 백조의 등장으로 참혹한 전쟁의 폐해를 우리는 겪었다. 1949년 7월 신성모 국방장관은 명령만 있으면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해 말 국민당 정부는 공산당에 의해 타이완으로 쫓겨 갔다. 1946년 국민당 장제스(張介石) 군대와 공산당 마오쩌둥(毛澤東) 군대의 내전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당연히 장제스의 군대가 마오쩌둥의 군대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군의 군사지원을 받고 있던 국민당 군대는 430만명이었고 공산당 군대는 128만명에 불과했지만 결국 마오쩌둥이 장제스를 1949년 12월 타이완 망명의 길로 내몰았다. 이걸 보고도 공산당 김일성의 침략의도를 간과했다가 이듬해 6·25라는 검은 백조의 출현을 맞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또 하나의 검은 백조의 출현이다. 구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독립 당시 핵탄두 1804개, 대륙 간 탄도 미사일 176기, 전략 핵 폭격기 40대를 보유한 세계 3대 핵보유국이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해빙 무드에 따라 소련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이 1994년 부다페스트 협약을 통해 1996년까지 보유하고 있던 핵무기를 모두 러시아로 넘겨주어 폐기하는 데 서명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야욕은 크림반도의 일부를 점령하더니 결국 우크라이나 본토를 침략하는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졌다. 당시 부다페스트 협약을 주도했던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한 것은 끔찍한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백조는 희다고만 생각하다가 검은 백조가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전에 빌 게이츠는 신종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 위기를 경고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검은 백조의 출현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 위기가 발생하자 빌 게이츠가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게 아니냐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유아사망률 추세를 보고 소련의 붕괴를 예견했던 프랑스의 인구역사학자 에마뉴엘 토드(Emmanuel Todd)가 최근 일본 학자들과 대담한 내용을 일본에서 출간한 『노인지배국가 일본의 위기(老人支配國家 日本の危機)』를 보면, 그는 코로나 사태로 세계화의 물결이 패배를 선언했다고 주장한다.     경제선진국인 프랑스조차 세계화로 마스크 공장 같은 단순한 제조업 기반이 붕괴하여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자 마크롱 정부가 우왕좌왕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보호주의 현상이 나타나면 경제선진국도 꼼짝없이 위기 대응을 못 해 쩔쩔매게 만든다. 그러면서 토드는 미국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일본은 핵을 보유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세계질서가 요동치고 트럼프 이후 새로운 미국이 등장하면서 세계화보다 각자도생이 현실화되고 있다. 백조는 모두 희다고 생각하며 북한도 따뜻한 햇볕을 쬐면 문을 활짝 열 것이라고 기대했던 우리도 핵보유국이 된 북한이라는 검은 백조의 출현을 어떻게 맞을 것인지? 시진핑 주석 3연임 이후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등장하면서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뿐 아니라 주일, 주프랑스, 주필리핀 등 많은 나라 중국대사들의 거친 언사는 또 하나의 검은 백조 출현의 전조는 아닌지? 심각한 지정학적 위기가 검은 백조가 되어 다가오고 있을 때 모두 긴장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염재호 / 태재대학교 총장·전 고려대 총장기고 백조 위기 세계 금융위기 최근 위기관리 공산당 군대

2023.06.1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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