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학교 100여곳 일주일째 수업거부 동맹 피치트리 릿지 학생 시위에 주민들 경적 연대 교사들, "단속 두려워 교실마다 빈자리 많아"
30일 피치트리 릿지 고교 학생들이 도로를 따라 이민단속 반대 행진을 하고 있다.
이민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이 연이어 사망한 가운데 전국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광역권은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시위가 불이 붙었다. 지난 20일부터 귀넷·풀턴·캅·더글라스 카운티 등의 고등학교 100여곳 점심 이후 5~6교시 다시 교실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며 동맹휴학을 일주일간 이어오고 있다.
30일 오후2시 10여명의 학생이 귀넷 카운티 스와니 피치트리 릿지 고등학교 학생 주차장에 모였다. 이들은 '도둑맞은 땅에서는 누구도 불법이 아니다'(Nobody is illegal on stolen land), '그들은 우리 미래를 위해 싸웠다. 이젠 우리가 그들을 위해 싸우자', 'ICE 고아'(ICE Orphan, 이민단속으로 부모를 잃은 자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1.5마일 대로변을 왕복 행진했다. 이날 학생 시위대를 본 주민들은 차량 경적을 울리며 연대 뜻을 표현했다.
피치트리 릿지 고교의 아시안 비율은 27%로 이중 절반 이상이 한인이다. 한국계 제니퍼 페로 전 교감이 2016년부터 매년 한국어로 교내 한인 학부모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부모가 이민단속으로 구금되거나 일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아빠가 운전 중 바퀴가 터져 갓길에 차를 대고 타이어를 갈고 있다가 경찰에게 발견돼 그대로 구금됐다"고 전했다. 조지아 의회가 작년부터 ‘외국인 범죄자 추적·기록법’을 시행하면서 지역 경찰은 불법 이민자로 의심되는 경우 이민세관단속국(ICE) 인도 전까지 이민자를 구금해야 한다. 이름을 린이라고 밝힌 학생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부모님은 시민권자이지만, 조부모들은 그렇지 않아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가족이 합법 이민자이지만 영어에 서툴러 단속에 잘못 휘말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차라리 이민단속이 줄어들 때까지 부모님이 일을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생각들을 수업시간에도 멈출 수 없다"고 호소했다.
사회주의해방당(PSL) 애틀랜타 지부가 30일 조지아주 뷰포드 하이웨이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직장·학교·상점 이용을 중단하는 총파업 동참 촉구 시위를 열었다. 장채원 기자
학생들이 '부모를 지키자'며 시위에 나선 건 ICE가 과격해지며 이민자가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날 뷰포드 하이웨이 지역에서 대대적인 미니애폴리스 연대 시위를 주관한 사회주의해방당(PSL) 애틀랜타지부 소셜미디어에 달린 댓글 중에는 "이민자가 많은 지역에서 굳이 시위를 벌여 경찰을 모으지 말라"는 반대 의견이 오히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다. 조지아주 대표적 다문화·다인종 커뮤니티로 손꼽히는 뷰포드 하이웨이 지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ICE 합동단속이 매달 벌어진 지역이다.
작년 시작된 이민단속 강화로 지난 10월 가을학기 기준 귀넷 등록 학생수는 전년(18만2518명)보다 3500여명 줄어든 17만8986명을 기록했다. 귀넷카운티 교육자협회(GCAE)는 지난 16일 “ICE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부모가 등교를 제한하면서 교실 내 빈자리가 가득하다”고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는 "ICE 단속은 학령기 청소년들에게 심리적, 정서적으로 반복되는 트라우마 경험을 안겨준다"고 지적했다.
타레시 존슨-모건 귀넷 카운티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많은 학생들이 이민단속으로 고통받고 두려워하고 있다"며 "학생 시위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