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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미 양국 보수정당의 딜레마

Los Angeles

2026.02.02 18:35 2026.02.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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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사회부 기자

김경준 사회부 기자

보수정당이 요즘 가장 크게 흔들리는 지점은 이념 그 자체가 아니라 ‘통치의 방식’이다. 극우적 방향성이 선명해지면서 정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합리성인 타협과 절차, 책임감은 무너지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하나의 딜레마로 귀결된다. 강경 지지층을 붙잡기 위해 오른쪽으로 갈수록 중도층은 멀어지고 통치 역량은 약해진다. 그렇다고 강경 지지층과 거리를 두는 순간, 조직이 흔들린다. 지금 미국과 한국의 보수정당은 이런 딜레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연방의회 세출법안 표결 과정에서 공화당은 결속보다 분열을 방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겪은 뒤 부분적 셧다운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지도부는 내부 이견을 정리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달 31일 부분적 셧다운이 시작됐다. 하원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은 당론을 거스르며 반대에 나서 상황은 더 꼬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교착 상황을 풀기 위해 세출법안에 건강보험 관련 개혁안을 덧붙이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특히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존 튠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며 민주당과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본질적인 질문이 하나 생긴다. 공화당은 왜 스스로 통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합리적 타협을 회피하는가. 정답은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정당을 움직이는 동력이 중도층이 아니라 극단적 지지층의 결속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극우 성향 지지층은 투표장에 더 충성스럽게 나오고, 온라인에서 더 크게 싸우며, 후원금과 정당 재정에도 더 많이 기여한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 스탠스는 이 지지층과 정당의 연결고리를 ‘정체성’ 수준으로 만들어버렸다. 공화당이 강경 노선을 완화하는 순간, 이는 정책 조정이 아니라 ‘배신’으로 프레이밍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W 부시 시대 공화당의 중심이었던 신보수주의자들, 이른바 네오콘은 사실상 비주류로 밀려났고, 한때 공화당의 얼굴이던 ‘합리적 보수’는 오히려 약점이 됐다.
 
그럼에도 합리성 회복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경 지지층 결집은 단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지만, 중도층 이탈이 본격화되는 순간 정당의 확장성은 급격히 약화된다. 실제 최근 여론 흐름에서도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기우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의 승패는 결국 막바지에 판단을 내리는 중도층이 좌우하는 만큼, 이 흐름이 굳어질 경우 보수정당은 장기적으로 세력 기반을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
 
이 딜레마는 한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당내 분열이 격화되고 있지만, 장동혁 대표 지지자도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당내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동혁 대표 취임 3개월여 만에 매월 1000원 이상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이 20만 명 이상 늘었고, 지난달 기준 당원 수는 100만 명을 넘겼다. 한국 보수정당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동시에 위축의 길을 걷고 있다. 계엄 사태의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명확히 하지 못했다. 이 모호함은 진정성 논란으로 되돌아오고, 당내 소장파는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늘어난 책임당원이 정당의 외연을 넓힌 것인지, 아니면 강성 지지층이 당을 더 좁은 방향으로 묶어버린 것인지다. 만약 후자라면 현 지도부가 합리성으로 선회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미국이든 한국이든 보수정당의 현실은 같다. 강경 지지층만 품으면 당장은 버티겠지만, 중도층과는 멀어지고 통치 능력도 약해진다. 반대로 합리성을 회복하려면 극단과는 일정한 선을 그어야 하지만, 그 순간 당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 생존을 원한다면 답은 하나다. 보수정당은 극우화의 유혹을 끊고 상식과 정책, 협상이 작동하는 합리적 정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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