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앞둔 한인들 문의 빗발 "사전 고지도 없어 이례적" 한인 은행들 대안 마련 고심 정치권 차별 논쟁 거세질 듯
“너무 갑작스러워서 관련 대출 고객들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요.”
한 한인 은행 대출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아직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은 업체 소유자들의 중소기업청(SBA) 대출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SBA가 소상공인 대상 핵심 금융 프로그램인 7(a) 대출의 체류 신분상 신청 요건을 대폭 강화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오는 3월 1일부터 해당 대출을 신청하는 소기업은 사업체 지분 100%를 미국 시민 또는 미국 국민(U.S. national)이 소유해야 하며, 모든 소유주는 미국 본토 또는 영토 내에 주거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본지 2월 3일 자 A-1면〉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도입된 기존 정책을 전면 철회하는 것이다. 당시 SBA는 외국인, 영주권자 또는 해외 거주 미국 시민·국민이 최대 5%까지 기업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예외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새 지침으로 예외 조항은 완전히 삭제됐다.
이번 조치는 SBA의 핵심 금융 프로그램인 7(a) 대출과 504 대출 모두에 적용된다. 두 프로그램은 운영자금, 장비 구입, 상업용 부동산 매입 등에 널리 활용됐는데, 기존 금융권의 대출을 받기 힘든 이민자 소상공인들의 중요한 자금 조달 창구가 막혀버린 것이다.
참고로 지난해 7(a) 대출에서 총 338억 달러를 승인한 SBA는 민간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대출에 대해 75~85%까지 보증해주는 방식으로 소기업들을 지원해왔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발표한 ‘외부 침입으로부터 국민 보호’ 행정명령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행정명령은 연방 기관들에 대해 ‘미국 이민법의 충실한 집행을 위해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2일 관련 내용이 공개되자 전문가들은 ‘반 이민적 기업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민자 소유 기업은 지역사회 고용 창출과 세수 확대에 기여해 왔지만, 이번 조치로 연방 정부 금융 지원에서 배제되면서 사업 성장의 제약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업계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기업 소유주 약 10명 중 4명은 외국 태생이며, 인도·한국·중국·중남미 출신 사업자들이 호텔, 요식업, 유통, 서비스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
부에나파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 모씨는 “올여름에 냉장 시스템을 모두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대출을 준비 중이었는데 날벼락 같다”며 “방법이 없다면 카드 융자나 은행 신용 대출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은행 관계자들도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다.
뱅크오브호프 SBA 대출부서 데이빗 정 부장은 “금융권에 사전 고지도 없었던 것이라 깜짝 놀랐다”며 “다만 대출 신청을 준비하던 분들을 다른 방법으로 안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단 은행권에서는 현재 접수된 신청서의 승인이 내달 1일 전에만 나온다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공화당 소속 하원 중소기업위원장인 로저 윌리엄스(텍사스 25지구) 의원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시절 SBA에서 사라진 막대한 자금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상원 중소기업위원회 간사인 에드 마키(민주·매사추세츠) 의원과 하원 간사인 니디아 벨라케즈 (뉴욕 7지구) 의원은 3일 공동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와 소상공인들에게 공포와 혼란을 퍼뜨리고 있다”며 “합법적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의 창업과 사업 확장을 돕기는커녕, SBA 대출에서 영주권자를 배제하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두 의원은 “행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민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