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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LA다운타운에 울려 퍼진 ‘동맹의 함성’

Los Angeles

2026.02.05 17:30 2026.02.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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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지난달 LA다운타운에 있는 크립토닷컴 아레나(구 스테이플센터)에서 열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LA 킹스와 뉴욕 레인저스의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날 경기장에는 한인 사회의 뿌리와 자긍심, 그리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새기는 뜻깊은 순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은 킹스 구단 측이 한인 사회와의 유대 강화를 위해 마련한 ‘K-타운 나이트(K-Town Night)’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먼저 경기 시작 전 한인 시니어 하모니카 팀이 미국 국가를 연주해 현장을 잔잔한 감동으로 물들였다. 관중들은 시니어 하모니카 팀의 연주라는 다소 생경한 모습에 놀라면서도 곧 그 진중함에 매료됐다.  
 
그러나 감동의 정점은 하모니카 연주에 이어 경기장 중앙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에 제복을 입은 3명의 6·25 참전용사들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화면에 노병들의 모습이 보이자, 경기장은 일순간 거대한 함성의 파도로 휩싸였다. 경기장에 모인 2만 명 가까운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깊은 존경을 표하는 장면은 전율 그 자체였다.
 
짧은 시간 동안의 등장이었음에도 그 함성에는 시간이 고여 있었다. 관중들의 환호에는 75년 전, 한반도에서 피와 얼음의 전장을 함께 지켰던 동맹국에 대한 감사, 그리고 살아남아 노병의 모습으로 다시 미국인들 앞에 선 이들에 대한 진심 어린 경의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전광판 아래에 서있던 3명의 노병은 잠시 얼굴을 숙이며 관중에게 거수경례로 답례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뿌듯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날 관중들의 환호는 하모니카 연주팀과 노병들만을 위한 응원의 함성은 아니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사이에 흐르는 우정과 신뢰, 그리고 동맹의 심장박동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한인 시니어 하모니카 팀이 연주한 곡은 미국 국가였지만, 그 음색 안에는 한국인의 진심이 스며 있었고, 노병들의 등장은 두 나라가 피로 맺은 동맹 관계라는 역사적 현실을 재현해냈다.
 
경기가 끝난 후의 장면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경기장에 남아있던 팬들은 노병들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주며 “참전에 감사한다(Thank you for your service)”라고 거듭 인사를 전했다. 함께 사진을 찍고,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고, 혹은 말없이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곳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6·25 한국전쟁의 기억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인 사회에도 이날은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미국 땅에서 한인 사회의 존재가 단순한 이민자 커뮤니티를 넘어,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6·25 참전용사들에게는 늦게나마 찾아온 명예로운 시간이었고, 차세대들에는 ‘한미동맹이 왜 소중한가’를 직접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육의 현장이었다.
 
우리는 종종 역사를 책에서 찾으려 하지만, 그날 크립토탓컴 아레나에서는 역사와 현재가 한순간에 겹쳐지는 특별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3명의 노병이 서 있었다. 그들의 걸음은 느렸지만, 관중의 박수는 뜨거웠고, 그 감동은 오래도록 남아 LA의 밤을 밝혀주었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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