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훌륭한 사람이 참 많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나는 언제든지 고개를 숙일 준비가 되어 있다. 마음을 그렇게 먹으니 고개 숙일 사람이 너무 많다. 물론 신문이나 방송, 유튜브 등을 통해서 만나는 것이지만, 이런 멋진 사람들 덕에 세상이 그나마 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말 고맙다.
최근에 내가 감탄한 사람은 예술가 김창훈이다. 그룹 '산울림' 삼형제의 둘째인 그는 지극한 시 사랑을 실천하여 관심을 모은다. 1000편의 시에 1000개의 곡을 붙인 ‘시노래’ 창작자로 다시 대중 앞에 선 것이다.
“작곡에 대한 꿈틀거림을 토해내야 하는데 글감이 필요하잖아요. 그때 만난 게 ‘시’였어요. 아름다운 시에 내가 만든 곡을 붙여보자. 곡이 완성되면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고, 연습한 다음 촬영해서 유튜브 채널에 올렸어요. 그렇게 1000곡의 시노래가 쌓였어요.”
‘내 정체성’을 찾으려는 절박함이 시를 찾게 했다는 이야기다.
5년 전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읽고 난 뒤 매일 한글 시 하나에 음악을 붙여 만든 ‘시노래’ 작업의 마지막 1000번째 시는 2022년 작고한 이어령 선생의 〈정말 그럴 때가〉였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생애 첫 단독 공연을 열고, 에세이집도 내고, 직접 그린 추상화로 전시회도 열어…. 그야말로 ‘종합 예술인’의 면모를 자랑했다. 그의 새로운 목표는 전국에 있는 문학관을 찾아 공연하는 ‘노마드 시노래 투어’를 통해 시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
시와 음악은 오랜 시간 동안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으며 풍부하고 아름다운 예술 세계를 만들어왔다. 시를 가사로 사용하거나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음악 작품은 대중음악부터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음악들은 시의 문학적 아름다움과 음악의 선율이 결합하여 독특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런데 김창훈의 시노래는 자기만의 원칙이 있다.
첫째는 시인 한 사람 당 시 한 편만 골라서 노래로 만든 것. 더 많은 시인의 시를 만나는 게 목표였고, 세상에 시를 선물한 시인들에게 노래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한다. 둘째는 토시 하나 고치지 않고 시 그대로 작곡한 것. 시인이 그렇게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존중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그는 한국 현대시의 태동기로부터 일제강점기 민족시인 한용운, 윤동주, 이육사, 이상화 등과 이상, 백석 같은 천재 시인을 비롯해 기형도, 나태주, 도종환, 신달자, 장석주, 정호승, 허수경 등의 시에 곡을 붙였다. 요새 인기 있는 젊은 시인들의 시도 노래했다.
그러니까, 시인 1000명의 작품을 꼼꼼히 읽었다는 이야기다.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실은 김창훈 자신이 '산울림'의 명곡 ‘나 어떡해’ ‘회상’ ‘산할아버지’ ‘독백’ 등의 가사를 지은 시인이다. 그러니 얼마나 세심하게 읽고 골랐을까?
“시는 온전히 암송할 수 있어야 진짜 내 것이 돼요. 그냥 시를 한 번 읽는 것은 진열장에 있는 보석을 쓱 보고 지나치는 것과 같아요. 시를 외워서 소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반복해서 노래를 부르는 거죠.”
그는 말한다. 시는 글로 된 보석, 마음을 아름답고 부유하게 만드는 진짜 보석임을 알게 되었고, 세상에 진짜 보석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제 마음들을 솔직히 담은 ‘시노래’가 한줄기 위로가 된다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그대가 겪는 슬픔과 아픔은 누구나 가진 것이라고.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