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은 끝났다.” 이런 통념에 정면으로 맞서는 존재가 있다. 바로 반스앤노블이다.
디지털에 밀려 사라질 상징처럼 여겨졌던 반스앤노블은 ‘서점의 부활’을 선언하며 올해 60여 개의 새 매장을 연다. 이미 아이다호, 뉴욕 등에 매장을 열었고 올해 캘리포니아, 시카고, 텍사스, 플로리다 등에도 문을 열 예정이다. 종이책과 서점 문화가 다시 동네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서곡이다.
반스앤노블은 독서 문화의 흥망을 그대로 겪어온 브랜드다. 이 거대한 서점 체인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오프라인의 몰락이 아니라 진화를 보게 된다.
반스앤노블의 시작은 놀라울 만큼 소박했다. 1873년, 뉴욕에서 찰스 반스가 연 작은 서점은 교과서와 참고서를 파는 곳이었다. 화려함도, 문화 공간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핵심은 단 하나, 책을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상업 서점이었다. 이후 반스 가문에 노블 가문이 합류하면서 이름은 오늘날의 반스앤노블(Barnes & Noble)로 완성된다.
초창기 반스앤노블은 지식의 낭만보다 ‘유통의 효율’에 충실한 서점이었다. 변화는 1970~80년대 찾아왔다. 동네 서점과 중소 체인을 인수하며 규모를 키운 반스앤노블은 빅박스 서점 모델을 도입해 넓은 공간과 방대한 재고, 머물 수 있는 좌석을 갖췄다. 여기에 1990년대 스타벅스가 들어오면서 결정타를 날린다. 책을 사러 왔다가 커피를 마시고, 다시 책장을 넘기는 공간. 이때 반스앤노블은 단순한 서점을 넘어 하루를 보내는 장소가 된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대,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온다. 온라인 가격 경쟁, 전자책과 킨들의 등장, 클릭 한 번이면 책이 집 앞에 도착하는 시대. 여기에 본사 중심의 획일적 운영은 지역성과 개성을 지워버렸다. 매장은 줄어들고 실적은 악화됐다. 사람들은 말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서점은 끝났다.”
하지만 반스앤노블의 역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책은 온라인에서 살 수 있지만, 머무는 경험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 이 단순한 진실을 반스앤노블은 1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증명해 왔다.
반스앤노블의 진짜 반전은 운영 철학을 완전히 뒤집은 순간부터 시작됐다. 그 전환점이 된 해가 2019년이다. 그해 반스앤노블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인물은 제임스 던트. 영국에서 대형 서점 체인 워터스톤스를 되살린 장본인이다. 그의 등장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서점은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의 감각으로 운영돼야 한다.”
던트가 이끄는 반스앤노블은 코로나19와 디지털 전환으로 한때 매출과 매장 수가 줄었지만 최근 매장 매출이 회복되면서 확장 여력이 생겼다.
반스앤노블은 운영 전략도 전환했다. 본사 중심의 획일적 통제를 줄이고 지역 매장에 자율성을 부여해 고객 취향에 맞는 책과 상품을 구성하도록 한 것이다. 과거에는 어느 도시를 가도 같은 진열과 추천이 반복됐지만 이제는 매장마다 다른 얼굴을 갖는다. 대형 매장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동네에 스며드는 중·소형 서점을 지향하며 체인 서점이 동네 서점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로 비어 있는 쇼핑몰·대형 매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신규 매장을 빠르게 열 수 있는 환경도 서점 부활에 한몫했다.
이런 변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Z세대가 반응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역설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에 끌린다. 틱톡을 중심으로 확산된 ‘북톡(BookTok)’ 독서 붐은 책을 콘텐츠이자 취향의 표현으로 만들었다.
‘서점의 부활’에서 중요한 건 더는 아마존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아마존이 할 수 없는 것을 한다. 세대별 기억과 문화가 겹겹이 쌓인 생활 공간, 신간 트렌드, 베스트셀러, 저자 사인회, 북 토크가 모두 모이던 오프라인 지식 허브 등 오프라인의 가치를 다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