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은 지난 몇 년 사이 국제무대에서 인지도와 가치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뛰어난 작가들이 존재해 왔는데, 왜 최근에야 국제적 주목도가 높아진 것일까?
그 배경에는 한국의 상업 예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영향이 크다. 이로 인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인식도 엄청나게 달라진 것이다. K-팝과 K-드라마의 성공이 불러온 관심은 순수미술을 포함, 한국 문화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한국 문화에 매료된 외국인들은 한국의 창조적 자산들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하고 싶어 한다. 이는 한국 아트페어 참가자 수가 급증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미술 관련 단체들이 늘어나면서 한국 현대미술 작품의 해외 전시 기회도 늘어났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제 갤러리들에 문호를 개방해 활발한 교류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영어권 학술 연구 역시 양과 질 모두에서 크게 성장했다. 조앤 기(Joan Kee)의 2013년 저서 ‘한국 현대미술: 단색화와 방법의 긴급성(Contemporary Korean Art: Tansaekhwa and the Urgency of Method)’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책은 단색화를 다룬 최초의 영어권 단행본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2014년 뉴욕의 ‘알렉산더 그레이 갤러리’와 로스앤젤레스의 ‘블럼 앤 포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를 기점으로, 하종현·윤형근 등 그동안 국제적으로 덜 알려졌던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 미술계에 널리 소개되었고, 인지도와 평가가 급격히 높아졌다. 사실 평론가 로버트 C. 모건과 화가인 도널드 저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평론과 강연 등으로 단색화의 중요성을 주장해 왔다. 조앤 기의 책 출간이 폭발적 반응을 얻은 것은 이처럼 앞선 연구자들이 살려 둔 불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다른 미술 운동들, 즉 1950년대의 앵포르멜(Informel), 1980년대의 민중미술 등 역시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 증가의 수혜를 입었다. 또한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강수정과 안경이 공동 기획한 ‘오직 젊은이들만: 한국의 실험미술(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전시회는 1960~70년대 한국 아방가르드(avant-garde) 미술에 대한 국제적인 주목을 끌어냈다. 전시회와 함께 출간된 도록은 이 중요한 주제를 다룬 최초의 영어권 주요 출판물이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엘리자베스 아그로와 우현수가 기획한 ‘시간의 형상: 1989년 이후의 한국 미술(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 전시는 20세기 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로 전개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전시회 도록 역시 이 분야에 대한 중요한 자료로 꼭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체계적인 독서를 원한다면 두 권의 종합적 개설서를 추천한다. 하나는 20세기 전반을 다룬 버지니아 문 편저의 ‘경계의 공간: 한국 미술의 근대(The Space Between: The Modern in Korean Art)’ 이고, 다른 하나는 20세기 후반을 조명한 정연심, 김선정, 킴벌리 정, 키스 와그너 공저의 ‘1953년 이후의 한국 미술: 충돌, 혁신, 상호작용(Korean Art from 1953: Collision, Innovation and Interaction)’이다. 더 많은 추천을 원하신다면 이메일([email protected])로 연락 주시기 바란다.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적 위상 상승에는 한국 정부와 사회공헌활동가들의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는 이전 칼럼인 ‘사회공헌활동과 2000년 동안의 예술 전시(Philanthropy and 2000 Years of Art on Display)’에서 이 주제를 다룬 바 있다.
한국의 미술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오늘날 한국은 국제적인 예술 허브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마땅히 받아야 할 평가였다. 그 혜택은 한국의 예술가들과 한국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의 미술 애호가들 역시 그동안 과소평가되어 왔던 아름답고 영감을 자극하는 예술 작품들을 더 폭넓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행운을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