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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스물여섯 조각의 미덕

New York

2026.02.10 19:53 2026.02.1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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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늦은 여름이면 미동부 해안의 끝자락 뉴욕 허드슨강의 계곡과 연결된 허드슨 캐년에 참치 무리들이 먹이볼을 찾아온다. 오징어, 고등어, 멸치 등의 먹이볼이 형성되어 참치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원래 미동부 해안은 어획량이 풍부하고 다양한 어종들이 서식하는 바다로 참치 철이 시작되면 너도나도 많은 낚시꾼이 모여든다. 참치 무리가 언제 나타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물의 흐름과 온도를 수시로 측정하며 그들의 이동상태를 점검한다.  
 
모두가 큰 기대를 하고 먼 길을 떠난다. 각자 기호에 맞는 장비와 자기만의 노하우를 준비한다. 한밤중의 무리를 기대하고 떠나는 팀과 낮과 저녁노을의 시간대를 선호하는 팀들이 있다. 지난해는 상황이 너무 좋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오늘은 26명이 롱아일랜드 프리포트에서 출발하는 선박에 올랐다. 모두 반가운 꾼들의 만남이다. 남녀노소 관계없이 모두 승선했다. 거의 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이지만 그래도 예측할 수 없었다. 푸짐한 음식과 다양한 음료수를 즐기며 바늘을 매는 사람, 지깅과 파핑, 기타 등등 만반의 준비도 해야 되고 충분한 휴식도 필요하기 때문에 밤새도록 새우잠이라도 자야 한다.  
 
일행 중에 두 젊은 남자가 자리가 없어서 서성거리며 자리를 찾고 있었다. 나의 자리 일부분을 서슴없이 양보했다. 그들의 복장과 준비물을 살펴보니 초보자들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전부가 새것들로 무장했다.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낚시도 참치도 처음이란다. 문득 떠오른 미국인들의 속담 ‘Beginner is winner’란 말이 생각났다. 네가 오늘의 승자가 될 거라고 그들에게 말했다.  
 
선박은 밤새도록 대서양을 흔들며 어둠 속 깊은 곳에 도착했다. 모두가 승자의 꿈을 꾸었다. 선장과 승무원의 지시를 따라 칠흑의 밤 밝은 조명의 불을 밝힌다. 한밤중 허드슨 캐년의 촛불들이 여기저기에 나름대로 행운의 자리를 잡고 닻을 내리고 고등어, 오징어, 정어리, 넙치 등의 미끼를 내린다. 현장의 산 오징어를 잡아서 사용하면 훌륭한 미끼다. 선장의 안내 방송(참치의 위치, 깊이 등)에 따라서 바늘을 내리고 밤을 새운다.
 
오늘 밤은 참치의 입질이 없었다. 때로는 대형 상어가 물고 늘어지는 싸움과 황새치들을 잡는 긴 싸움이 있고 특히 하늘을 향해 날듯이 물 밖으로튀어나오는 모습은 장관이며, 특별손님으로 찾아오는 참다랑어, 눈다랑어는 모두 초대형으로 100파운에서 1000파운드가 넘는데 규정이 무척이나 까다롭다. 특히 참다랑어는 선박에 사람 수 관계없이 한 마리만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생선 미식가들의 기호품이다.  
 
오늘은 미끼, 지깅, 파핑, 드리핑 방법을 총동원했다. 마지막으로 저인망 상선을 따라가면서 바늘을 물 위로 띄우며 쫓아가는 방법(작은 생선들이 그물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참치가 따라가며 먹는다)으로 바늘과 미끼를 흘린다. 저인망선의 뒤를 따르며 많이들 잡는다. 한데 오늘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순간 “Fish on”이라고 누군가 소리쳤다. 물고 늘어진 15여 분 동안의 줄당기기 힘자랑이 끝나고 드디어 무척이나 큰 황다랑어를 갑판 위로 올렸다. 25명은 모두 그와 참치를 보며 부러워했다. 참치는 최후의 마침표로 꼬리로 갑판을 때리며 대서양과의 하직을 고했다. 바로 그 젊은 두 사람이었다. ‘Beginner is winner’란 말이 적중했다. 그는 매우 흥분되어 기분이 최고로 상승하여 기쁨의 악수를 하며 나의 말이 맞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고 오늘의 승자는 결정되어 25명은 허공 속에 대서양의 바람을 접었다.  
 
회항 길에 모두 한판 승부를 승복하고 항구에 도착했는데 26명의 손은 빈손이 아니었다. 그는 혼자 독식을 하지 않고 26조각으로 다듬어 한 조각씩 모든 손에 쥐여 주었다. 이 각박한 세상에 이런 젊은이의 미덕이 대서양의 바람을 더욱더 훈훈하게 했다. 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간 아름다운 바다의 노숙자들이었다.

오광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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