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간 상관관계 해체, 거시적 불안 요인 축적 중 인플레이션에 집중하는 연준, 정책적 탄력성 제약 수익률 추격 매수 위험 확대…리스크 관리가 우선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자산 가격의 기술적 반등과 거시 경제적 불안 요인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유례없는 변동성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십 년간 시장을 지탱해온 자산 간 상관관계가 해체되는 현상이 뚜렷해짐에 따라 기존의 일괄적인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자본을 보호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정교한 자산 배분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글로벌 부채의 임계점과 통화 시장 ‘프랙처(fracture)’ 현상
현재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가장 큰 잠재적 리스크는 315조 달러를 넘어선 글로벌 부채와 38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연방 정부 부채다. 부채의 절대 규모보다 심각한 것은 현재의 금리 수준이 부채 상환 능력을 압박하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정부의 연간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추월했다는 사실은 재정 정책의 유연성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시사한다.
외환 시장에서는 이러한 리스크가 통화 간 동조화 현상의 붕괴, 즉 ‘프랙처(Fracture)’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달러 인덱스(DXY)의 향방에 따라 주요 통화가 일관되게 움직였으나 현재는 각국의 부채 환경과 정책 경로에 따라 시장이 조각나 있다. 유로화는 남유럽의 부채 분절화 리스크에 묶여 있고, 엔화는 오랜 제로 금리 탈피 과정에서의 후폭풍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호주 달러(AUD)와 같은 원자재 통화 역시 기초 자산인 은(Silver) 가격의 급등락과 동조되지 않는 개별적인 흐름을 보인다. 이는 시장이 통합된 논리가 아닌 각 지역의 생존 논리에 따라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쁜 뉴스’는 이제 진짜 ‘나쁜 뉴스’다
최근 발표된 비농업 고용지표(NFP)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음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자극되지 않는 현상은 현재 시장이 처한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제 원론상 고용 악화는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의 근거가 되지만 연준(Fed)은 여전히 ‘물가 안정’이라는 단일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연준은 고용 둔화를 경기 침체의 전조가 아닌 노동 시장의 ‘과열 해소(Cooling)’로 해석하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에 안착하기 전까지 정책 변화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오랫동안 향유해온 ‘연준 피벗(Pivot)’이라는 안전판이 사라졌음을 뜻한다. 이제 시장에서 ‘나쁜 뉴스’는 금리 인하라는 선물이 아니라 실물 경기 침체와 기업 이익 훼손이라는 ‘진짜 나쁜 뉴스’로 직결되는 구간에 진입했다.
▶은(Silver) 시장의 ‘마니아’와 투기적 거품의 교훈
지난 1월 말 발생한 은 시장의 기록적인 폭등과 이어진 38% 수준의 급락은 현재 시장 내 유동성이 얼마나 공격적이고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특정 자산을 타겟으로 한 숏 스퀴즈(Short Squeeze)와 투기적 랠리는 펀더멘탈에 기반하지 않은 상승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특히 은 가격이 114달러를 돌파하며 광풍을 일으킬 때 대중 매체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시점은 정확히 ‘대중 마니아 단계’의 정점과 일치했다.
이 과정에서 원자재 통화들이 은의 등락에 동조하지 못한 점은 이번 변동성이 거시적 변화가 아닌 국지적인 투기 발작이었음을 뒷받침한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포모(FOMO)’에 기반한 추격 매수가 자산 파멸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사모 자산 시장의 균열: 숨겨진 신용 리스크의 부상
상장 시장의 변동성 뒤에서 더욱 위험한 징후는 비상장 사모 자산(Private Equity & Credit) 시장에서 포착되고 있다. 최근 BlackRock TCP Capital이 투자 자산 가치를 19% 하향 조정(Mark-down)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는 새로운 악재의 발생이라기보다 그동안 ‘가치 평가 지연(Valuation Lag)’을 통해 감추어왔던 부실이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임계치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UBS는 프라이빗 크레딧의 부도율이 13%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펀드가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보다 원금 손실 속도가 빨라지는 구간으로 자본 잠식의 위험을 내포하는 것이다.
대학 기금(Endowment)과 같은 ‘스마트 머니’들이 사모펀드 지분을 20~30% 할인된 가격에 처분하며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향후 다가올 신용 경색에 대비한 선제적 탈출로 해석해야 한다.
▶전략 가이드: 자산 보호와 현금 재정의
시장의 방향성이 불투명하고 자산 간 동조화가 무너진 시점에서 가장 권장되는 전략은 ‘자본 보호(Capital Preservation)’다. 지금은 공격적인 수익률 제고보다 안전성 확보가 향후 투자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시기다.
먼저 현금성 자산 비중의 확대와 유동성 확보가 핵심이다. 여기서 말하는 현금은 단순히 은행 예금이 아니다. 자본 손실 위험이 극히 낮으면서 즉각적인 실행력을 갖춘 ‘전략적 대기 자산’을 의미한다.
연 4~5% 수준의 수익을 제공하는 MMF(머니마켓펀드)나 기타 현금성 자산은 하락장에서 자산을 지키는 방어 도구인 동시에 시장 조정이 완료된 후 우량 자산을 저가 매수할 수 있는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가 된다.
그리고 안전자산의 축으로서 확정이자 연금이나 지수형 연금의 활용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부분적 리스크를 수용할 수 있다면 투자성 지수형 연금도 괜찮은 옵션이다. 일반적으로 연금은 일정 기간 자금이 묶이는 유동성 제한이 있지만 자문사들이 제공하는 연금은 이런 유동성 제한이 없어 유리하다.
변동성 장세에서 원금 손실에 극도로 민감한 보수적 투자자나 주식 비중이 높아 ‘헤지’가 필요한 자산가에게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상품군은 시장 하락 시 원금을 보호(Floor)하는 강력한 하방 경직성을 제공하면서도 지수 상승 시 일정 부분 수익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이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 심리적·경제적 안전벨트 역할을 수행하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방어적 태세가 승리 결정
2026년 2월의 시장이 주는 ‘경고’는 비교적 분명하다. 부채의 무게는 무거워지고 있으며 투기의 끝은 언제나 가혹하다. 지금은 군중의 환호에 휩쓸릴 때가 아니라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리스크의 사각지대를 메워야 할 때다. 자본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안전자산의 축을 견고히 다지는 투자자만이 다가올 시장의 진통을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