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자토펙의 호르몬이 내게 콧물이 된 사연

Chicago

2026.02.12 11:58 2026.02.12 12:5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손헌수

손헌수

허리에 타이어를 매달고, 군화를 신고, 이를 악물고 달리던 사내. 어렸을 때 나는 에밀 자토펙(Emil Zátopek)을 그렇게 기억한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난 그는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5,000미터와 10,000미터, 그리고 마라톤까지 동시에 세 개의 금메달을 땄다. 그래서 ‘인간 기관차’라고 불린다. 자토펙은 연습을 할 때, 일부러 몸을 무겁게 하고, 극도의 인터벌 트레이닝을 했다고 한다. 실제 경기에서는 얼굴을 찡그리고, 마치 “나는 지금 죽을 만큼 힘들다”고 몸으로 말하며 달렸다. 그는 정말로 힘들어했고, 그걸 숨기지 않았다.
 
자기계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몸을 극단적인 상황에 몰아넣으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몸이 젊어지고 인생의 활력이 살아난다는 주장이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세가지 극단은 찬물 샤워, 인터벌 트레이닝, 그리고 18시간 이상의 장시간 단식, 이 세가지다. 이렇게 하라며 열변을 토하던 백인 여성 교수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성장호르몬이 넘쳐 흐르는 사람처럼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마르고 노화가 많이 진행되어 보여서, 강의 도중 그대로 쓰러져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그녀의 말을 믿어도 될까?
 
예전부터 의식적으로 세 가지 ‘극단’으로 내 몸을 시험해 보고 있다. 하루에 한 끼만 먹으려고 애를 쓴다. 주말엔 점심을 먹고 저녁을 거른다. 생각보다 어렵다. 배고픔은 인간을 철학적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신경질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평소보다 내가 더 예민해지는 날이면, 직원분들 중 누군가는 말없이 내게 단 것을 가져다준다. 달리기를 할 때도 조금만 힘이 남아도는 날이면 인터벌을 한다. 숨이 가빠질 때까지 달리고, 다리가 풀릴 때까지 속도를 올린다. 그리고나서 찬물 샤워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감기를 달고 산다. 감기인지 알러지인지 모르겠지만 콧물은 하염없이 흐르고 하루 종일 코를 푼다. 코를 세게 풀다 보면 머리는 멍하고, 몸에서 기가 빠지는 느낌이다. “활력은 커녕, 이러다가 감기와 비염 때문에 남들보다 먼저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장호르몬이 나오기도 전에 면역세포들이 모두 집단으로 내 몸을 떠나 갈 것만 같다.
 
자토펙은 평소에 극한의 인터벌 트레이닝 훈련이나, 헬싱키 올림픽에서 그가 5천미터에서 금메달을 딴 날, 여자 창던지기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던 자신의 아내를 업고 달리는 등, 극한의 훈련을 하다보니 실제 경기에서는 날아 다녔다. 살면서 힘들고 잘 모르는 도전적인 일을 끝내고 실력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을 느낄 때마다, 극한으로 자신을 내모는 법을 내게 알려준 자토펙에게 나는 감사했다. 그런데 요즘 내가 따라 하는 것은 자토펙의 잘 계획된 훈련이 아니라, 그의 고통스러운 얼굴 표정뿐인 것 같다. 목적 없는 고통, 맥락 없는 자기학대다.  
 
몸을 극한으로 내모는 행위는 우리 몸이 생존을 위해 잠깐 성장호르몬과 같은 좋은 호르몬을 분비하게 만들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변화된 상황에 또 금방 적응하지 않는가? 무엇인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온다면 반대로 다른 곳에 문제가 생기든지, 웬만한 자극에는 몸이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활력은 고통 자체에서 나오지 않는다. 고통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여유와 몸의 신호를 꾸준히 듣는 감각에서 나온다. 극단을 견디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극단을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아는 조절능력이 중요하다. 오늘의 극단이 내일의 짜증과 콧물 그리고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제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야겠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