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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전 세계가 함께 부를 아리랑

Los Angeles

2026.02.12 17:34 2026.02.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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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시인·극작가

장소현 시인·극작가

‘방탄소년단’ 덕분에 한민족의 노래 〈아리랑〉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새 출발의 상징으로 〈아리랑〉을 앞세워 정체성을 강조한 것은 참 고맙고 현명한 선택이다. 이제 세계 젊은이들이 뜨거운 열기로 〈아리랑〉을 함께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면 벌써 설레고 두근거린다.
 
한편, 올해가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개봉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서 더욱 의미가 깊다. 한국영화 초창기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걸작으로 평가되는 〈아리랑〉은 1926년 10월1일 단성사에서 개봉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며, 일제강점기 억압받던 백성들의 민족정기를 불러일으키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나운규는 이 영화의 감독, 주연배우, 제작, 각본을 담당했고, 주제가 〈아리랑〉의 가사도 지었다. 본조(本調)아리랑 또는 경기 아리랑으로 알려진 전통민요에다 나운규 감독이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라는 새로 창작한 가사를 붙였다. 그리고 이 노래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상황과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의 대표 아리랑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아리랑은 우리 겨레의 정서와 한과 기쁨, 그리움 등을 강하게 담은 민요로,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민족의 영혼이다.
 
아리랑에 미쳐서 평생 아리랑을 연구한 김연갑씨는 이렇게 선언한다. “아리랑은 통곡이다. 피다, 분노다. 아리랑은 깃발이다, 이정표다. 아리랑은 한없는 그리움이다. 아리랑은 이 땅에 있는 것 중 거의 유일하게 국산이다. 아리랑은 이 땅의 소리다, 아리랑은 참말이다. 아리랑은 바로 민족의 힘이다.”
 
현재 남북한을 통틀어 약 60여 종, 3600여 수의 아리랑이 전해지고 있으며, 소련이나 일본, 만주 등 우리 겨레가 사는 곳 어디에나 아리랑이 있어, 재외동포의 정체성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아리랑이 전해오고 있는데, 정작 ‘아리랑’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설이 없다. 20여 가지의 다양한 학설이 있을 뿐이다. 참 신기한 일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아리랑은 강원도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등으로 지역마다 특색 있는 곡조와 가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아리랑은 단순히 과거의 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새롭게 재생산되어 세계인과 소통하는 ‘현재진행형’ 문화유산이다. 조용필의 〈강원도 아리랑〉 하춘화의 〈영암 아리랑〉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아리랑….
 
클래식에서도 지난 2008년 2월,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니가 역사적인 평양 공연에서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아리랑 환상곡〉은 지금 다시 들어도 눈물이 난다. 아리랑이야말로 남과 북을 묶을 수 있는 우리 노래라는 이야기다. 북한의 최성환이 편곡한 이 작품은 한국에서도 더러 공연된다.
 
아리랑은 노래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민족 정서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김산의 〈아리랑〉,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 LA 한인사회에서 공연된 4·29 폭동을 주제로 한 연극 〈민들레 아리랑〉 등등….
 
아리랑은 우리 겨레가 있는 곳 어디에서나 민들레처럼 피어난다. 그렇다면, 이 미국 땅에서도 나성 아리랑, 뉴욕 아리랑, 재미교포 아리랑 같은 아리랑이 나올 법하지 않은가….그런데, 아쉽게도 전해지는 것은 〈상항 아리랑〉 한가지뿐이다. 상항(桑港)은 샌프란시스코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뽕 따러 가려거든 산으로나 갈 것이지/ 수만 리 갯가로 와 봉변을 당하나’
 
아리랑 이야기를 하는 김에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아리랑을 소개하고 싶다. 〈삼팔선 아리랑〉이다.
 
‘사발그릇 깨어지면 두 세 쪽이 나는데/ 38선이 깨어지면 한 덩어리 된다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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