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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 총기 돌려준 경찰, 비극의 불씨 됐다

Vancouver

2026.02.13 11:12 2026.02.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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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릿지 희생자 8명 신원 확인
마크 카니 총리 방문 결정, 캐나다 전역에 퍼진 애도 물결
만료된 면허로 총기 난사, 구멍 난 치안 시스템 드러나
사진=RCMP

사진=RCMP

 BC주 북동부의 작은 광산 마을 텀블러릿지에서 10대 여성이 가족과 학교 친구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범인 제시 반 루트셀라르(18)는 지난 10일 오후 자택과 학교에서 무차별 공격을 가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사건으로 범인을 포함해 9명이 숨졌고 25명이 다쳤다.
 
범행은 치밀하고 잔혹했다. 루트셀라르는 10일 오후 1시 20분경 텀블러릿지 세컨더리에 나타나기 전, 펠러스 애비뉴 자택에서 어머니 제니퍼 스트랭(39) 씨와 11세 남동생 에밋 제이콥스(11)을 먼저 살해했다. 집안의 참변을 목격한 다른 가족이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범인은 이미 학교로 이동해 공격을 이어갔다.
 
현장에 출동한 RCMP(연방경찰)는 신고 접수 2분 만에 학교로 진입했다. 경찰은 교내 복도와 도서관 등을 돌며 총기를 난사하던 범인과 대치를 했다. 경찰이 제압에 들어갔을 때 범인은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였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5명과 교사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부상자 중 한 명은 병원 이송 도중 숨을 거뒀다.
 
희생자 명단이 공개되면서 지역 사회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과학자를 꿈꾸던 에이벨 무안사(12)와 예술가를 꿈꾸던 카일리 스미스(12)를 비롯해 에제키엘 스코필드(13), 조이 베노이트(12), 티카리아 램퍼트(12) 등 어린 학생들이 교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들을 지키려던 샨다 아비우가나-뒤랑(39) 교사도 희생됐다. 유가족들은 자녀들을 밝고 성실한 아이로 기억하며, 가해자보다 희생자들의 꿈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의 사전 대응에 대한 날 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RCMP에 따르면 범인은 과거 정신 건강 문제로 경찰과 여러 차례 접촉한 기록이 있었고, 경찰이 자택에서 총기를 압수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총기 소유주가 반환을 요청하자 경찰은 절차에 따라 총기를 돌려줬다. 한 차례 압수했던 총기가 다시 범인의 손에 들어가 비극의 불씨가 된 셈이다.
 
범인 루트셀라르는 사건 당시 학교에 재학 중이 아니었으며, 범행에 사용한 장총과 개조된 권총은 본인 명의로 등록된 것이 아니었다. 범인은 과거 총기 면허를 보유했으나 사건 당시에는 이미 만료된 상태였다. 경찰은 현재 다수의 압수수색 영장과 통신 자료를 통해 범행 배경을 추적하고 있으며, 특정 인물을 겨냥한 범행인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정치권도 모든 일정을 멈추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마크 카니 총리는 예정된 독일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텀블러릿지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로 했다. 연방 의회는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의 시간을 가졌고 연방 청사에는 조기를 게양했다.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자들도 추모 일정에 동행하며 지역 사회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데이비드 이비 BC주수상은 텀블러릿지를 직접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주정부 차원의 모든 지원을 약속했다. BC주 정부는 예정된 주정부 시정 연설을 취소하고 주 전역에 '애도의 날'을 선포했다. 웬디 코치아 BC주 총독은 주의회 연설을 통해 지역 사회가 겪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깊은 위로를 전했다. 해외 정상들도 잇따라 위로 메시지를 보냈으며 토론토 CN타워는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조명을 낮췄다.
 
의료 현장에서도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 중상을 입고 밴쿠버로 이송된 페이지 훅스트라(19)는 수술을 마친 뒤 회복 단계에 들어갔다. BC아동병원에서도 중환자 1명을 치료 중이며, 지역 보건당국은 이번 일로 트라우마를 겪는 청소년들을 위해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노스이스트 BC 커뮤니티 재단은 텀블러릿지 커뮤니티 회복 기금을 조성해 향후 수년간 지역 사회의 치유를 돕기로 했다.
 
인구가 적은 시골 마을 특성상 주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역 목회자와 상담 기관들은 교회와 커뮤니티 센터를 상시 개방해 주민들에게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경찰은 향후 정확한 사건 경위를 정리해 검시 절차로 넘길 계획이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캐나다의 총기 규제와 정신 건강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밴쿠버중앙일보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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