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대비도 세대별로 격차가 벌어진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보다 Z세대가 조기부터 착실히 은퇴 준비를 하고 있다.
고물가와 임금 정체, 높은 생활비가 세대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낳고 있다. 은퇴했던 베이비붐 세대 일부는 일터로 돌아오고 있고 Z세대(24~28세)는 10대 후반부터 은퇴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퇴 연령대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가 일터에 복귀하는 이유는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뱅가드 그룹의 연구에 따르면 은퇴 후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저축을 한 비율은 40%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는 어느 세대보다 자산이 많지만 은퇴 기간을 버티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부는 이미 은퇴를 번복해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다. 스탠더드라이프의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와 고령의 X세대 가운데 14%는 은퇴했다가 다시 취업한 상태였으며 4%는 현업 복귀를 생각하고 있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연간 가계 지출 증가액은 1250달러였다. 은퇴 생활을 지속할 가능성을 적지 않게 떨어트리는 수준이다. 스탠더드라이프의 딘 버틀러 리테일다이렉트 대표는 "최근의 경제 상황은 모든 세대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며 "추가로 일을 더 하거나 은퇴 연기나 철회를 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65세 이후에도 일하는 인구는 1980년대와 비교해 4배 증가했다. 고령층의 약 20%가 계속 일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심지어 베이비붐 세대의 약 40%가 부업을 하고 있다.
반면 Z세대는 역사상 가장 일찍부터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로빈후드의 블라드 테네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팟캐스트 '언캡드'에 출연해 "지금 Z세대는 19세부터 은퇴 계좌를 개설했다. 이전 세대보다 훨씬 보수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2008년 대학을 막 졸업하던 시절만 해도 은퇴는 너무 먼 이야기였지만 지금 세대는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네프 CEO는 많은 사람들이 Z세대를 지출이 많고 충동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새로운 투자 트렌드에 관심을 보이는 건 기존 고객층인 중장년층이며 젊은 세대는 오래된 방식의 안정적인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테네프 CEO는 "우리는 나이 든 고객에게 회사의 안정성과 전통을 강조하려 했지만 이런 메시지에 강하게 반응한 건 오히려 젊은 세대였다"며 "Z세대와 알파세대 사이에서는 오래된 대형 금융기관이 다시 괜찮아 보이는 현상까지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복고 문화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리밍 시대에 Z세대가 LP와 카세트테이프, 워크맨을 찾는 것처럼 금융에서도 전통적 방식의 은퇴 준비를 선호하고 있다. "재정적 관점에서도 젊은 세대는 은퇴에 관심이 많다"고 테네프는 강조했다.
고령층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끌려 들어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Z세대의 조용한 전통 회귀가 장기적으로 은퇴 시스템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안정적인 저축과 은퇴 계좌 조기 개설, 장기 투자라는 전통적 방식이 앞으로 은퇴하는 세대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뱅가드 그룹의 연구에 따르면 Z세대의 약 47%가 은퇴 후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저축을 하고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40%, X세대의 41%보다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