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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다수의 힘,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Los Angeles

2026.03.02 17:46 2026.03.0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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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웅 일사회 회장

박철웅 일사회 회장

이재명 정부의 여대야소 정국은 강력한 추진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힘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다수의 선택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다수의 힘이 곧 제한 없는 권한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굵직한 법들을 빠르게 통과시키고 있다. 이른바 ‘사법 3법’을 비롯해 상법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방송 관련 법안 등이 연이어 처리되며 국가 시스템 전반에 변화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헌법재판 기능과 상고 구조를 재설계, 사실상 ‘4심제’에 가까운 사법 체계를 사법 질서 전반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개혁은 시대적 요구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개혁이 헌법적 균형 위에 서 있는지 점검하는 일 역시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사법 3법’은 검찰 권한 축소와 수사·기소 분리 확대, 사법 통제 장치 재설계를 골자로 한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취지는 분명하다. 검찰 권한 집중에 대한 문제도 일정 부분 공감대를 얻어왔다. 그러나 사법 구조 재편은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특히 사실상 ‘4심제’로 불릴 수 있는 구조 개편 논의는 사법 절차의 안정성과 신속성, 그리고 권한 배분의 원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재판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 정의의 확대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분쟁의 장기화와 사법 불확실성의 증가로 이어질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사법부는 정책을 보조하는 기관이 아니라 헌법 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제도 변화의 방향이 권한의 분산인지, 또 다른 형태의 집중인지는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상법 개정 역시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소액주주 권한 강화를 목표로 한다.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다. 다만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으로 경영 판단에 대한 사후 책임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의사결정이 위축되고 소송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경쟁의 환경에서 기업의 신속성과 자율성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개혁은 균형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노란봉투법 또한 노동권 보호 명분이지만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 산업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노사 관계의 균형은 어느 한쪽의 권리만 강화한다고 유지되지 않는다. 법은 갈등을 완화하는 장치여야지, 갈등을 구조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도 그렇다.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다수 의석으로 몰아붙이면 또 다른 편향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해 온 복지 확대와 공공 주도 정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점검이 필요하다. 취약 계층 보호는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과 세대 간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곤란하다. 문제는 정책의 선의가 아니라, 그 선의가 권력 집중 구조로 이어지는지 아닌지다.
 
역사는 이를 경고한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집권 후 개혁을 내세웠지만, 사법부 재편과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견체 장치가 약화하면서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대한민국은 다르다고 믿는다. 그러나 다수 권력이 헌법적 경계를 반복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예외일 수 없다.
 
미주 한인들은 권력 분산과 견제의 원리를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미국의 행정부·의회·사법부는 긴장 관계 속에서 서로를 통제한다. 제도의 신뢰는 바로 그 균형에서 나온다. 어느 한 기관도 절대적 권한을 갖지 못하도록 설계된 구조가 민주주의를 지탱한다.
 
모국의 변화는 해외 동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법 체계 변화와 같은 구조 변화는 국가 신뢰도와 투자 환경, 재외동포의 위상과도 직결된다.  
 
이는 특정 진영에 대한 지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주목하는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개혁이 권력을 나누는 방향인지, 모으는 방향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입법 과정에 충분한 숙의와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가, 시장과 개인의 자유는 존중받고 있는가.
 
선거는 권력을 위임하지만, 헌법은 그 권력을 제한한다. 다수의 힘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힘은 언제나 헌법 아래 있어야 한다. 미주 한인 사회가 깨어 있는 시선으로 이를 지켜볼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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