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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취업길 ‘바늘구멍’

New York

2026.03.04 20:20 2026.03.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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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비자 발급 실정 악화, ‘하늘의 별따기’
USCIS 승인에도, 대사관 재심사로 입국 지연·거절
“어떻게든 미국에 안 보내려는 분위기”
H-1B·O·E-2·F-1 등 비자 발급 어려움 지속
#. “아메리칸 드림은 옛말이다. 수억원을 들여 유학해도 취업 인터뷰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게 지금의 현실이다.”  
 
뉴욕에서 석사 졸업 후 취업 준비 중인 한인 A씨는 채용 공고가 뜰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은 대부분 회사에서 이미 취업비자가 있거나 영주권·시민권자만 뽑으려고 한다. 비자 받기가 워낙 까다로워지다 보니 회사 측에서도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파슨스디자인스쿨 졸업 후 디자이너로 근무 중인 한인 B씨는 지난해 말 비자 스탬프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향했다가 “발이 완전히 묶였다”고 전했다.  
 
STEM 전공으로 3년 동안 3번의 전문직 취업비자(H-1B) 추첨 기회가 주어졌으나 모두 탈락했고, 결국 예술인 비자(O비자)를 준비해 지난해 이민서비스국(USCIS)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비자 승인 소식에 뛸 듯이 기뻐했던 것도 잠시, 스탬프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가자 대사관에서 “재심사가 필요하다”며 추가 서류를 요구받았다. 서명을 대조해봐야 한다는 이유로 O비자 준비 당시 추천서를 받은 추천인 8명에게 서명 샘플을 받아 보내야 했고, 추가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만 26가지에 달했다.  
 
B씨는 “추가 서류를 제출한 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다. 계속 비행 날짜만 미루고 있는데,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며 “다행히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허용해줘 일은 하고 있지만, 주변에는 6개월 이상 결과가 나오지 않아 해고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취업과 유학을 준비하는 한국인들의 비자 발급 현실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USCIS에서 H-1B와 O비자를 승인받은 이들조차, 한국에서 비자 스탬프를 받으려다 대사관의 재심사 요구로 미국 입국이 지연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송주연 이민법 전문 변호사는 “지금은 사실상 모든 비자를 취득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H-1B비자의 경우 추첨이 되더라도, 한국 대사관에서 인터뷰 시 SNS 조사 등 추가 검증이 도입돼 심사 기간이 길어졌다.  
 
O비자의 경우 현 시점에는 USCIS의 승인이 있더라도 대사관 인터뷰 과정에서 재심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송 변호사는 “그동안은 USCIS의 비자 승인 결정을 대사관이 따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떻게든 비자를 안 주려는 분위기다 보니 대사관이 신청자의 자격에 의심을 품으면 추천인 서명, 수상 경력 등 제출 자료의 신뢰성을 추가 검증한다. 대사관이 USCIS에 재심사를 요청하면 비자 발급이 크게 지연되거나 거부될 수 있다”며 “자격이 탄탄하다고 느끼는 신청자들조차 모두 재심사를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H-1B비자 쿼터다. 송 변호사는 “유학생이 늘면서 H-1B 비자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연간 쿼터는 20년 전과 동일한 수준”이라며 “올해부터는 연봉 순으로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연봉 업종(교육 등)은 비자를 받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취업비자를 스폰서 받는 것부터 쉽지 않은데, 어렵게 기회를 얻었다 해도 비자 발급이 어려운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취업비자 외에 다른 비자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소액 투자비자로 알려진 E-2 비자 역시 발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소액 투자자는 대부분 연령대도 높고 가족도 있기 때문에, 미국에 이민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 그러니 현 시점에는 비자 발급이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학생비자인 F-1 비자 역시, 단순 영어 학습이나 계획이 불분명한 유학 목적은 거절 사례가 많다. 송 변호사는 “영어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가려고 한다고 하면, 영사에게 ‘한국에서 영어 공부하지 그러냐’는 답이 돌아온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경력을 쌓고 미국 대학원으로 진학하려는 경우도 비자 받기가 까다로워진 상황이다.  
 
송 변호사는 “전반적으로 대사관 분위기가 ‘어떻게든 미국에 쉽게 보내지 않겠다’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유학과 취업 계획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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