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페루자 시의원, 시 운영 공공 식료품점 4곳 시범 운영안 발의 예정
저소득층 및 식료품점 부족 지역 우선 배치… 재산세·개발비 면제로 가격 최소화
전문가들 "대형 마트 대비 25~30% 저렴한 공급 가능… 경제적 타당성 충분"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를 잡기 위해 토론토 시의회에서 '공공 식료품점'이라는 전례 없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앤서니 페루자 시의원은 지난 목요일, 시가 직접 운영하는 식료품점 4곳을 설립하는 시범 사업(Pilot Project) 추진 의사를 밝히며 오는 26일 열리는 시의회 정기 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 토론토가 '식량 불안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나온 가장 과감한 대책 중 하나다.
뉴욕·시카고 모델 벤치마킹… "공공이 시장 실패 보완해야"
페루자 의원의 제안은 최근 뉴욕시와 시카고에서 논의 중인 공공 식료품점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시카고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식료품점은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할 뿐만 아니라, 민간 자본이 외면한 식료품점이 없는 지역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페루자 의원은 "시민들이 물가 때문에 고통받는 상황에서 시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돈과 명분이 충분하다"며 별도의 타당성 조사 없이 즉각적인 시범 운영에 들어갈 것을 촉구했다.
"대형 마트보다 25~30% 저렴"… 가족당 수천 달러 절감 기대
캐나다 식품안전(Food Secure Canada)의 정책 전문가들은 공공 식료품점이 도입될 경우 도심 지역에서 약 25~30%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평균적인 가구당 연간 2,500달러에서 많게는 1만 달러까지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 수치다. 현재 캐나다 식료품 시장의 75%를 단 3개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구조를 깨고, 시가 직접 대규모 구매(Wholesale)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주류 판매점인 LCBO처럼 공공 기관이 유통을 맡음으로써 투명한 가격 형성이 가능해진다.
로컬 농가 보호와 공급망 안정의 '일석이조' 효과
공공 식료품점은 단순히 가격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온타리오 현지 농가와의 직접 계약을 통해 지역 농업을 활성화하는 창구 역할도 할 수 있다. 토론토 대학의 마이클 클라센 교수는 "공공 유통망이 형성되면 수입 관세나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가격 급등락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다"며 "국가 차원의 네트워크로 확장될수록 규모의 경제를 통해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멕시코나 미국 군부대 내에서 이미 운영 중인 정부 소유 체인들이 좋은 선례로 꼽힌다.
'식량은 상품이 아닌 공공재'라는 패러다임의 전환
이번 제안은 음식을 이윤 창출을 위한 '상품'이 아닌 시민의 생존을 위한 '공공 서비스'로 보겠다는 철학적 변화를 의미한다. 물론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 조달, 그리고 민간 업체와의 형평성 논란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식료품 뱅크 방문자가 연간 400만 명을 돌파한 토론토의 현실에서, 기존의 세제 혜택 위주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토론토 시의회가 이 '흥미로운 실험'을 승인해 캐나다 전역에 새로운 물가 대책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