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자유로운 새 / 아무도 길들일 수 없어 / (새를) 부르는 것이 무의미하지 / 싫으면 절대로 오지 않아 / 협박하고 빌어도 소용 없어 / (중략) 사랑은 보헤미안의 아이 / 법을 알지 못하고 살지 /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사랑할 거야 / 내가 당신을 사랑하면 조심해야 돼’- 카르멘 ‘하바네라(Habanera)’ 중에서.
보헤미안은 프랑스어 보엠(Bohême)에서 유래해 체코 보헤미아 출신 집시를 가리키는 말이다. 19세기 후반에는 관습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방랑과 예술적 삶을 사는 사람을 가리킨다.
오페라(Opera)는 ‘작품’을 뜻하는 라틴어 ‘오푸스(OPUS)’의 복수형에서 유래한다. 음악이 기본적 요소이고 가수들이 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서양 연극의 한 양식으로 무대 장치, 의상, 춤, 발레와 같은 여러 공연 예술을 포함한다.
‘카르멘’은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로 ‘르뷔 데 되 몽드’라는 잡지에 발표된 짧은 소설이다. 촉망 받는 군인 돈 호세가 집시 카르멘과 사랑에 빠져 인생이 망가지자 카르멘을 살해하고 자신도 파멸을 맞게 된다.
카르멘은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이용해 남자 주인공을 파멸시키는 팜므파탈(Femme fatale)의 극치를 보여준다.
비제의 ‘카르멘’은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와 더불어 극장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으로 꼽힌다.
초연 당시 카르멘의 관능적이고 비 도덕적인 캐릭터와 비극적 결말 때문에 ‘부도덕하다’는 혹평을 받고 비제는 큰 좌절을 겪는다. 니체가 극찬한 비제의 카르멘은 처참한 실패였다. 초연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와 심근경색으로 초연 3개월 후 비제는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왜 우리는 어렵고, 잘 알아듣지 못하는, 세속적이고 관능적이며 비극의 끝판왕인 오페라에 열광하는가? 커튼이 올라갈 때 관중은 박수갈채로 환호한다. 우아한 모습으로 박수를 치며 불륜을 즐겨보고 비극적인 사랑과 몰락에는 눈물을 흘린다.
니체는 인간은 삶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꿈의 ‘가상’을 만들어내고 삶을 정당화한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가상을 끊임없이 부수고 환상•오류• 변명•핑계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치는 그 자체가 예술이라는 설명이다.
‘비극의 탄생’에서 니체는 원초적 예술의 충동은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끊임 없는 투쟁과 조화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성스러운 세계의 한계를 상기시키는 아폴론적인 것은 디오니소스적인 방종을 억제한다.
이 두 가지 예술적 충동이 결합함으로써 삶의 가혹함•전율•악함•고통이 음악적 도취와 화려한 무대, 감미로운 아리아로 환상적인 설득력을 갖게 한다.
무대의 커튼이 올라가면 청중은 시작과 기대, 흥분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마지막 장의 커튼이 내려오면 관객은 ‘길들이지 않은 새’처럼 날아갈 준비를 한다. 커튼콜은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린 뒤, 관객이 찬사와 환성으로 박수를 계속 보내 퇴장한 출연자를 무대 앞으로 다시 불러내는 일이다.
인생에는 앙코르(Encore)도 커튼콜도 없다. 공연은 한 차례뿐이다. 박수치며 재연을 요청하지 않는다. 찬란한 순간들은 한 차례 연습 없이 막을 내린다.
오페라 팜플렛 접어 들고 멋진 스카프를 두르며, 무대를 떠날 시간이다. (Q7 editions 대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