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 댄서 대씨 이 오스카 합류, 2주 전 결정 5일간 하루 6시간 리허설 “세계에 한국 보여준 순간”
오스카시상식 골든 공연을 마치고 대씨 이(가운데)씨, 정다은(오른쪽) UC리버사이드 무용과 조교수, 스텔라 최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씨 이 제공]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지난달 15일,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골든(Golden)’ 무대는 이례적으로 한국 전통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북소리와 창, 살풀이춤이 어우러진 약 1분간의 도입부는 오스카 무대를 단숨에 한국 전통 미학의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원삼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쾌자를 입은 무용수들이 긴 흰색 수건을 휘날리며 액을 쫓는 살풀이춤은 LA 사물놀이팀 ‘울림’의 북 장단과 어우러지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상징적 서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무대 중심에 선 인물 중 한 명은 LA 지역에서 활동하는 댄서 대씨 이(DASSY·한국명 이인영)다. 정다은 UC리버사이드 무용과 조교수, 영화 국제시장에서 '막순' 역으로 출연한 배우이자 무용가인 스텔라 최씨와 함께 ‘골든’ 무대의 헌터로 참여한 그는 전통과 K팝 퍼포먼스를 잇는 연결 고리 역할을 맡았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세계관 자체가 한국의 뿌리와 맞닿아 있다”며 “사자보이즈 같은 요소들과 연결해 전통을 살리기 위해 공들인 공연 도입부에 한국무용이 포함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대 참여는 시상식 개막 불과 2주 전 제안을 통해 이뤄졌다. 이씨는 “처음에는 오스카인지도 몰랐다”며 “한복을 입는 순간, 미국에서 한국을 끊임없이 설명해야 했던 시간이 떠올라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준비 과정은 촉박했다. 5일간 하루 6시간 이상의 리허설이 이어졌고, 안무와 동선은 카메라에 맞춰 계속 수정됐다. 연습실에서 3일, 돌비 극장에서 의상 리허설 2일을 거쳐 무대에 올랐다.
이씨는 “시상식 당일 전통 춤을 추고 의상을 갈아입은 뒤 깃발 스텝으로 합류했는데, 무대 뒤는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객석의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응원봉으로 객석분위기는 마치 케이팝 콘서트 같았다. 형광봉을 들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을 보며 ‘이게 현실인가’ 싶었고, 아직도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LA에서 활동하는 스트리트 댄서다. 한국에서 전통무용을 배우다 힙합과 팝핑에 몰두했고, 2012년 미국에 건너왔다. 그는 “20대 초반 혼자 와 아무 기반도 없이 시작했다”고 말했다.
팝핑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스타일로 대회와 공연, 뮤직비디오에서 활동해 온 그는 2017년 ‘So You Think You Can Dance’ 시즌14에서 한국인 최초로 톱8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레드불 후원을 받으며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안무가이자 교육자로서 ‘에브리데이 팝핑’ 온라인 클래스를 운영하고, 여성 댄스 크루 ‘팜므파탈’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이씨는 이번 오스카 무대를 “개인적 성취를 넘어 한국 문화를 세계에 보여준 순간”이라며 “예전에는 한국을 설명해야 했다면, 이제는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