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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살아있다는 기쁨-부활을 꿈꾸며

Chicago

2026.04.0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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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

이기희

봄이다. 두터운 외투 벗고 빛나는 봄을 맞는다. 지난 겨울은 참담했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과 싸우며 폭풍우가 몰아칠 때는 두려움에 떨었다. 인간의 인내심은 견디지 못하고 작은 미풍에도 곤두박질 친다. 참고 조금만 기다리면 봄꽃들은 기지개 켜며 작고 앙정맞은 입술을 벌릴텐데 조급하게 계절을 성토했다.  
 
기다림에 익숙한 사람은 견뎌낼 줄 안다. 계절이 두툼한 솜이불을 벗어 제치고 꽃샘바람이 뒷마당을 휩쓸자 꽃잎은 찬란한 빛깔로 정원을 물들인다.  
 
갑자기 행복해졌다. 행복은 각자가 그리는 그림이다. 채색이 잘 안되고 화려하지 못해도 나만의 독창성을 가지면 명화가 된다. 내면의 투명함은 의식의 깊이를 파고 든다. 영혼이 맑아지면 모든 것이 투명하게 보인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는다. 때가 되면 낡은 것을 벗어버리고 새싹을 틔운다. 사람과 바람, 꽃잎과 풀잎. 하늘과 땅 사이 경계를 허문다.
 
레프 톨스토이 대표작 ‘부활’은 사회의 모순, 법의 부조리,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도덕적으로 각성하고 영적인 부활을 이루어내는지를 치열하게 추적한, 영혼의 구원을 위한 대서사시다.  
 
네흘류도프 공작은 상류사회의 방탕과 타성에 젖어 사는 인물이다. 우연히 재판소 배심원으로 참석하게 된 그는 독살 혐의로 재판받는 피고가 과거 자신이 짓밟고 버린 카튜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젊은 시절 하녀였던 마슬로바를 유혹해 아이를 낳게 하고, 그의 무책임한 행동이 한 여성의 삶을 파멸로 이끈다.  
 
아이를 임신한 카튜샤는 쫓겨나고, 아이는 죽고 끝없는 나락으로 매춘부가 된다.  
 
네흘류도프는 카튜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고군부투하지만 카튜샤는 살인 혐의로 기소되어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받는다. 죄책감을 느낀 네흘류도프는 속죄하고자 카튜샤에게 청혼을 하지만 거절당한다. 사면될 거라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카튜사는 시베리아에서 시몬손과 함께 살겠다고 결심한다.  
 
네흘류도프는 과거를 속죄 받기 위해 청혼하지만 감옥에서 만난 시몬손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카튜샤는 원래 선했던 모습이 된다.  
 
사랑은 정직한 선택이다. 누군가를 위한 희생도, 대가를 지불하는 사면도 아니다.  
 
강물처럼 흘러 하나가 되고, 흔들리는 바람으로 다가와 심장에 대못을 박는다.  
 
‘나는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는 스스로 질문한다.
 
세상을 바꾸려 하지만 정작 자신을 바꾸지는 않는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채송화 꽃잎따서 손톱에 물들이듯 조금씩 인생을 채색할 수 있지 않을까?  
 
봄이 창문을 두드리면 팬지는 흙내음새 맡으며 머리 숙여 꽃을 피운다. 팬지 이름은 꽃모양이 사색하는 사람 같아서 프랑스어 명상(pensée)에서 유래됐다.  
 
꽃들은 부활한다. 뿌리만 살아있으면 다시 핀다. 인간도 부활한다. 각자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형태와 색깔로 꽃이 핀다. 살아있는 것만큼 찬란한 행복은 없다.  
 
노아의 홍수 때 민들레는 도망가지 못했다. 구원의 기도를 했는데 가엽게 여긴 하나님이 씨앗을 바람에 날려 꽃이 피게 해준다.
지나간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하지 말라. 제일 슬픈 사랑은 ‘잊혀진 사랑’이다. 민들레 꽃씨나 나물 캐는 처녀들 바구니에 담겨 부활을 꿈꾼다.  
 
순간은 영원과 맞닿아있다. 내가 누릴 수 있는 영원은 순간이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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