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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사’로 소리나는 값진 낱말들

Los Angeles

2026.04.26 20:00 2026.04.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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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중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

윤경중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

한 해의 네 번째 달인 4월(四月)이다. 음력으론 사월(巳月)이라 부른다. 그런데 미국과 이란 전쟁 탓에 사월(四月)인지 생월(死月)인지 모르겠다.  이 전쟁 때문에 ‘사생관두(死生關頭)’에 설 수밖에 없는 나라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死)자가 들어있는 단어를 싫어하는 한인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사(死)자가 들어간 어휘는 많다. 육체는 없어져도 명성만은 영원히 남는다는 뜻의 ‘사차불후(死且不朽)’, 사정거리 안에 있지만 장애물 등으로 화력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를 뜻하는 사각(死角),  죽음을 마물(魔物)로 보아 이르는 말인 사마(死魔), 광석을 다 채굴하여 광물이 거의 없어진 광맥을 일컫는 사맥(死脈),  곰팡이나 버섯처럼 죽은 생물에 기생하는 것을 뜻하는 사물기생(死物寄生),  음력 초하룻날 또는 그 날의 달을 일컫는 사백(死魄), 살아날 가망이 없는 병은 사병(死病), 한이 깊이 맺혀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는 뜻의 사불명목(死不暝目), 또 죽기를 각오하고 나선 군사는 사사(死士)라고 한다.  
 
이 밖에 거의 죽게 된 상태를 의미하는 사상(死狀), 죽음이 임박한 사람의 얼굴은 사상(死相)이라 칭한다.  또 저항력이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쓰는 행위는 사승습장(死僧習杖), 불교에서 중생이 수명이 다해 숨을 거두려는 찰나를 사유(死有)라고 한다.  
 
죽을 때까지 열심히 일하는 것은 사이후이(死而後已), 사람의 생사는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뜻의 사생유명(死生有命)이란 말도 있다.  앞에 언급한 사생관두(死生關頭)는 죽느냐 사느냐의 결정적인 순간을 말한다. 밀도가 낮고 수온이 높은 바닷물이 그 반대의 바닷물을 덮고 있어 배가 나가는데 장애가 되는 사수현상(死水現象), 의사가 환자의 사망 사실을 의학적으로 확인하는 사체검안(死體檢案), 막다른 길을 의미하는 사로(死路)에도 ‘사’자가 들어간다.  
 
발음이 ‘사’자로 시작되는 어휘로는 실학의 대가 박지원을 사우(師友)로 모신 네 실학자를 일컫는 사가(四家), 역사가의 준말 사가(史家), 개인의 살림집 사가(私家), 사돈집 사가(査家), 스승의 집 사가(師家), 왕조 때 관리들에게 휴가를 주는 것을 말하는 사가(賜暇) 등도 있다.    
 
‘사상’으로 소리나는 낱말도 재미있다. 불교에서 생멸(生滅) 무상의 모습을 네 가지로 정리한 것 사상(四相),  천체에서 일월성신을 이르는 말 사상(四象), 일의 되어가는 형편 사상(事相),  낱낱의 특수한 성질을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일 사상(捨象),  실과 같이 가늘고 긴 모양을 의미하는 사상(絲狀)등 다양하다.  
 
끝으로 영어의 에이프릴(april)과 불어의 에이브릴(avril)은 라틴어 아페리레(aperire)에서 비롯된 말인데 ‘펼치다, 또는 열다’란 뜻이다.  그래서 농부나 밭일을 하는 사람들은 4월이 되면 들로 나와 힘차게 활동을 하고 겨우내 땅속에서 잠들었던 동물들도 동굴을 박차고 나와 힘차게 움직이며 움츠리고 있던 식물들도 파릇파릇한 들로 나와 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윤경중 연세목회자회증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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