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이아침에] 힘을 빼는 연습

Los Angeles

2026.05.06 18:1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선경 수필가

이선경 수필가

몇 년 전, 막내까지 대학에 입학시키고 나니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제는 나를 위해 시간을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골프였다.
 
레슨을 받으며 동작을 하나씩 익혀가던 중, 코치에게서 가장 자주 들은 말이 있다. “어깨에 힘 빼세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골프채를 꽉 쥐고 힘껏 휘두르다 보면 어느새 어깨는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그렇게 스윙을 하면 결과는 늘 같았다. 공은 어김없이 슬라이스가 났다.
 
머리로는 수없이 들은 말인데 몸은 전혀 따라주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스스로를 탓하며,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고개를 떨군 적이 있다.
 
그러다 주일마다 교회에서 찬양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맑고 깊게 울려 퍼지는 권사님의 소프라노를 들으며 나도 그렇게 부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소리를 밀어 올리다 보면 어느새 또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지휘자는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한다. “어깨에 힘 빼시고, 배에서 울리게 불러보세요.”
 
골프에 이어 찬양에서도 같은 말을 듣게 되자 나는 점점 의아해졌다. 왜 자꾸 힘을 빼라고 할까. 나는 왜 힘을 줘야 할 때와 빼야 할 때를 이렇게 구분하지 못하는 걸까.
 
다리를 다쳐 골프를 쉬게 된 후, 재활을 겸해 시작한 필라테스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스프링이 달린 침대 같은 기구 위에서 동작을 따라 하며, 잘하고 싶은 마음에 또다시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몸을 굳혀버린다.
 
선생님은 매번 같은 말을 한다. “어깨에 힘 빼세요.”
 
그 한마디를 듣는 한 시간 내내, 나는 내 어깨와 씨름한다. 그러는 사이 조금씩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필요하지 않은 곳에 힘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골프에서는 허리를 돌려야 하고, 찬양에서는 배에서 소리를 끌어올려야 하며, 필라테스에서는 코어를 안정적으로 잡아야 한다.
 
힘은 필요한 곳에 쓰일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 그 외의 곳에 들어간 힘은 오히려 흐름을 막고 균형을 무너뜨린다.
 
요즘 나는 조금씩 어깨의 힘을 빼고 있다. 몸의 중심을 찾고, 어디에 힘을 두어야 하는지를 배워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닫는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내 의지대로, 내 힘으로만 밀어붙이려 할 때 오히려 더 어긋나고 더 큰 역효과를 낸다.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살아가는 삶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때로는 힘을 빼고 흐름을 느끼며,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힘을 빼는 것도 하나의 실력이다.

이선경 / 수필가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