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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강남 거지의 비싼 방석

Chicago

2026.05.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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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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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주택이나 비싼 자동차는 꼭 자산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계속해서 돈이 들어가는 골칫덩어리라고 보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한때 한국에서 가장 비쌌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후배는 내게 이런 말을 한다. “형, 저희 가족 빼고 주변 이웃들이 전부 할머니 할아버지들밖에 없어요.”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은 나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고국의 인터넷에서는 한 치과의사의 글이 화제가 되었다. 표현은 조금 거칠었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지적한다. “비싼 아파트 하나 깔고 앉아서 자산이 몇십억이라고 자랑하지만, 그건 자산이 아니라 매우 비싼 시설 이용권일 뿐이다.” 그 치과의사는 비싼 집 한채가 전재산인 사람들에게 그 집이 자산이 아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 이유는 유동성이다. 그는 “자산의 기본은 유동성인데, 당신들 그 집 정말 팔 수 있느냐”고 묻는다. 집값이 수십억이라고 하지만 막상 팔려고 하면 배우자가 학군 때문에 반대하고, 본인도 그 동네의 체면과 인프라를 포기하지 못한다. 결국 평생 그 집에 산다. 가격은 올랐지만 실제로는 현금화하지 못하는 돈이다. 거대한 전시용 자산인 셈이다.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면 자신이 부자가 되었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제 생활은 오히려 더 팍팍해진다. 재산세, 관리비, 수리비는 계속 올라간다. 겉으로는 자산가인데 실제로는 늘 현금이 부족하다.
 
두 번째 이유는 은퇴 이후다. 많은 사람들은 언젠가 비싼 집을 팔아서 은퇴 후 여유롭게 여행 다니며 살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생 강남의 병원, 백화점, 지하철, 학원가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그 인프라를 떠나지 못한다. 결국 비싼 세금과 유지비를 계속 내면서 그 집을 지키는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 재테크라기보다 “좋은 자리를 지키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아파트의 수위는 월급이라도 받지만, 아파트 주인은 세금과 관리비만 계속 내면서 수위보다 조금 더 높은층에서 잘 수 있을 뿐이다. 최근에 미국 영주권을 받아 미국으로 이민중인 후배 하나도 타워팰리스를 아직 팔지 못하고 고민 중이다. “한번 강남을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그의 부인의 주장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한국의 비싼 상속세다. 평생 세금을 내며 어렵게 집을 지키고 집값은 올라갔는데, 결국 집주인인 노부부가 세상을 떠나면 자녀들은 한국의 비싼 상속세 문제를 맞닥뜨린다.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하면 자식들은 집을 급매로 팔거나 대출을 받아야 한다. 결국 평생 지킨 자산의 절반은 국가와 금융기관으로 흘러간다. 그 치과의사는 이 모습을 두고 “평생 관리비와 세금 내다가 마지막에는 상속세로 반토막이 난다”고 표현한다.
 
물론 진짜 강남 부자들은 집 한 채만 있는 경우가 드물다. 현금, 주식, 사업체, 배당소득까지 함께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강남 아파트는 단순히 비싼 방석이 아니라 실제 자산이다. 문제는 전 재산이 살고 있는 집 한 채에 묶여 있는 사람들이다. 진짜 자산은 내가 자고 있을 때도 돈이 들어오는 것이다. 배당금이 들어오고, 임대료가 들어오고, 사업이 돌아가고, 시스템이 돈을 벌어주도록 하는 것이 진짜 자산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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