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1만 명당 통역사 1명꼴 한국어 가능 54명, 전체 3% 민·형사·가정법 수요는 폭증 재판 연기 속출, 비용 늘어
가주 지역 법원의 한국어 법정 통역사 부족으로 한인들이 법률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한국어 통역 수요는 여전히 높지만, 통역 인력 부족으로 영어가 서툰 한인들이 법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가주 사법부가 최근 발표한 ‘언어 수요와 법정 통역 이용 현황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가주 내 법원(2025년 기준)에서 정식 법정 통역 자격을 얻어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인은 54명이다. 이는 전체 통역사(1791명) 중 약 3%에 불과하다.
가주 지역의 한인 인구는 57만3729명(2025년 기준)이다. 한인 1만624명당 한인 통역사는 1명꼴인 셈이다. 지난 2018년(60명)과 비교하면 약 10%가량 줄었다.
가주 법정 통역사 상위 10개 언어 중 전년 대비 통역사 수가 감소한 것은 한국어(-2% 감소)를 비롯한 광둥어(-2% 감소), 페르시아어(-1% 감소)가 유일하다.
데이브 노 변호사는 “각 법원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무료 통역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데 문제는 한국어 통역사가 부족해 한참을 기다리거나 제때 배정을 받지 못해 재판 자체가 연기되는 사례도 많다”며 “스페니시 정도를 제외하면 현재 법원의 통역 서비스 체계로는 한인과 같은 소수계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에는 “한국어, 베트남어, 중국어와 같은 일부 민족은 제한적 영어 구사 능력(LEP)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해당 언어에 대한 맞춤형 통역 서비스 지원이 시급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인 다수 거주 지역인 LA와 오렌지카운티 등의 한국어 통역 서비스 수요를 분석해봤다.
LA·벤추라·샌타바버라카운티 지역 법원들의 경우 지난해 한국어 통역 요청 건은 1만214건이었다. 스페니시(52만8574건), 중국어(2만929건) 등에 이어 세 번째로 수요가 많았다.
오렌지·리버사이드·샌디에이고·샌버나디노카운티 등의 경우 한국어 통역 요청 건은 2808건이었다. 스페니시, 베트남어, 중국어, 아랍어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가주에서 한인들이 요청한 한국어 통역 서비스를 사안별로 살펴보면 시민 권리 침해, 구금 등 민사(5315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경범죄, 중범죄, 교통 관련 범죄(5232건), 양육권, 가정 폭력 등의 가정법 관련(2034건), 기타(1369건), 청소년 법원(330건) 등의 순이다. 최미수 변호사는 “한국어 통역사가 부족하면 영어가 서툰 한인들의 경우 법적 다툼에 있어 상대적으로 언어로 인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통역사를 구하지 못할 경우 개인이 직접 고용해야 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가주사법위원회는 통역사 부족의 주요 요인으로 ▶통역사 10명 중 3명(32%)이 65세 이상의 고령자 ▶통역 시험 통과 비율이 매년 하락하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가주사법위원회 미셸 커랜 행정 디렉터는 “커트라인에 근접했지만 불합격한 응시자(near-passer)를 추려 대상별로 추가 교육 방안을 확대하고 서비스 공백을 줄이기 위해 원격 통역도 늘려야 할 것”이라며 “이밖에도 통역사 요청 방법, 원격 심리, 수수료 면제 등의 정보가 담긴 법원 서비스 이용 안내서도 최근 한국어를 비롯한 8개 언어로 제작해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