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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하기 힘든 생활비…젊은 세대, 뉴욕 떠난다

New York

2026.05.1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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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생활비·학자금 삼중고에 청년층, “뉴욕 떠나고 싶다”
치솟는 물가에 결혼·내집마련 계획도 미뤄
“젊은층 뉴욕 이탈 가속화로 문화·경제 큰 타격 입을 것”
#. "외식도, 취미도, 결혼 계획도 뉴욕에선 전부 사치". 부푼 꿈을 안고 뉴욕에 정착한지 어느덧 3년. 20대 직장인 정 모 씨는 "언제까지 이 도시 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타주로 이주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렌트와 유틸리티 비용, 식비와 교통비가 나가고 나면 거의 남는 것이 없다는 정 씨는 "서른이 되기 전 결혼 계획이 있지만, 뉴욕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라며 "내 생활비도 빠듯한데, 어떻게 가족을 부양할 수 있겠냐"며 한탄했다.  
 
#. 지난해 말 뉴욕 회사에서 레이오프를 당한 뒤 캘리포니아주로 이사한 30대 배 씨는 "지금 생활에 훨씬 만족한다"고 전했다. 그는 "해고 이후 뉴욕에서 300곳이 넘는 회사에 지원했지만 재취업에 실패했다"며 "다른 주들은 뉴욕보다 일자리 기회가 많고, 같은 돈으로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캘리포니아도 물가가 비싼 편이지만 뉴욕 생활비에 비하면 나은 수준"이라며 "뉴욕에서는 비싼 렌트 때문에 계속 룸메이트와 살아야 했지만 지금은 혼자 거주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치솟는 렌트와 생활비 부담 속 뉴욕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곳은 더 이상 감당 가능한 도시가 아니다"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청년들조차 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부는 결국 뉴욕을 떠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뉴욕의 젊은이들은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마크 레빈 뉴욕시 감사원장은 현재 젊은 세대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학자금 대출 부담이 동시에 청년층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질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뉴욕시 평균 렌트는 전년 동기 대비 4.1% 올랐다. 이는 전국 평균인 1.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에릭 코버 맨해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시스템 자체가 젊은 성인들에게 불리하게 짜여 있는 구조"라며 "뉴욕시 신규 주택 공급 속도가 인구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개발은 고급 아파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청년층이 감당 가능한 주택은 오히려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생활비 상승도 젊은층을 압박하고 있다. 뉴욕시 식료품 가격은 2012년부터 2022년 사이 56% 급등해 전국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씨티바이크 멤버십 가격 역시 지난 6년간 41% 인상됐다. 한인 이모씨는 "물가 상승 속도가 임금 상승 속도보다 훨씬 빨라 이제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을 찾기 위해 마트를 여러 군데 돌아다닌다"며 "커피 한 잔도 부담돼 요즘은 믹스커피를 사 마신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도 젊은층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교육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주 25~34세 성인의 평균 학자금 대출 부채는 약 3만8000달러로, 전국 50개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청년 실업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싱크탱크 '센터 포 어반 퓨처' 분석 결과 뉴욕시 신입사원 채용 공고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37% 감소했다. 또 시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학위를 보유한 22~27세 청년층 실업률은 7.3%로, 같은 연령대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부 젊은층은 뉴욕을 떠나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낮은 필라델피아나 시카고, 애틀란타 등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정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6~35세 뉴요커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타주로 이주할 가능성이 두 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뉴욕에 남더라도 결혼이나 출산, 저축, '내집마련' 계획을 뒤로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부유층을 제외한 젊은 세대의 뉴욕 이탈을 가속화하고, 장기적으로 도시의 문화와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뉴욕이 계속 젊은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청년층이 감당 가능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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