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지금 창업하기 (3)] 자리 잡은 트렌드 대신 평소 잘 아는 분야에서 ‘편치 않은 것’ 해결 노력
박의성 교수 / 시러큐스대학 휘트먼경영대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세요?”라고 물으면, 많은 경우 대답이 비슷하다. “요즘 이게 뜬다던데요”, “아는 사람이 이걸로 돈을 벌었대요.” 트렌드를 좇거나 남의 성공을 따라가려는 것이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식으로 시작한 사업은 오래가기 어렵다. 이미 누군가 자리를 잡은 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창업 아이디어는 대단한 발명에서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 불편함에서 나온다. “왜 이건 이렇게 불편하지?”, “왜 아무도 이걸 해결 안 하지?”라는 질문이 사업의 출발점이 된다. 필자가 예비 창업가들을 교육할 때 가장 먼저 시키는 것이 이것이다. 제품을 생각하지 말고 문제에 집중하라. 어떤 문제를 풀지 고민하라.
창업가는 본질적으로 ‘문제 해결사’다.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찾아내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만들어낸다. 그 가치가 충분하다면 고객은 기꺼이 돈을 낸다. 보상은 가치 창출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창업학에서는 이것을 ‘문제-해결 적합성(Problem-Solution Fit)’이라고 부른다. 사업의 핵심은 제품이 아니라 그 제품이 해결하는 문제다. 문제가 분명할수록 고객이 보이고, 고객이 보일수록 사업 모델이 선명해진다. 반대로 문제 없이 제품부터 만들면,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을 팔려고 애쓰는 상황에 놓인다.
실제로 스타트업 실패 원인을 분석한 연구들을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유가 “시장 수요가 없었다”이다. 이것은 크게 두 가지를 뜻한다. 하나는 애초에 풀어야 할 문제를 잘못 잡은 경우다.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는 것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문제는 맞았지만 해결책이 충분한 가치를 주지 못한 경우다.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기존 방식 대비 크게 나을 것이 없으면 사람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 효과적이고 좋은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순서가 있다. 효과적이고 좋은 해결책도 문제를 제대로 찾는 데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가장 좋은 출발점은 내가 잘 아는 영역이다. 오래 일한 업종, 매일 이용하는 서비스,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겪는 불편함. 이런 것들이 전부 창업 아이디어의 씨앗이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20년 일한 사람이라면, 식자재 주문 과정에서 매번 겪는 비효율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 곧 사업이 될 수 있다. 남의 성공 사례를 베끼는 것보다, 내 경험 속 문제를 파고드는 것이 훨씬 강력하다.
한인 커뮤니티는 특히 이런 기회가 많다. 언어 장벽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서비스, 한인 밀집 지역에서 반복되는 생활 속 불편함, 세대 간 정보 격차 등 이런 문제들은 대기업이 관심을 갖기엔 시장이 작지만, 소규모 창업자에게는 충분한 기회가 된다. 핵심은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번 주에 하나만 해보자. 하루 동안 내가 겪는 불편함을 세 가지만 적어보는 것이다. 사소한 것이어도 좋다. 그 목록 안에 사업의 씨앗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