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상공회의소를 단순 비교로 폄하해선 안 된다- ‘친목단체’ 펌하 … 역사적·구조적 차이 미반영 130여명 참여 소수민족 경제단체 흔치 않아 비판·변화도 필요하지만 균형·존중 동반돼야
브라이언트 정 LA한인상의전 이사장
본지는 LA한인상공회의소의 50대 회장 선거를 맞아 기획한 연재 기사(5월 18일, 19일 경제 1면)를 통해 한인상의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을 심층 보도한 바 있습니다. 본지 기사와 관련해 한인상의 전 간부가 오피니언을 보내와 이를 지면에 가감없이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최근 중앙일보는 LA한인상공회의소를 “회원 친목 단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으로 표현하며 LA중국인상공회의소와 비교한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 내용 중 일부는 한인상의가 세대교체와 변화의 필요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경청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LA한인상공회의소를 지나치게 축소·폄하하고, 중국계 상공회의소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역사적·구조적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LA 한인사회는 대한민국 밖에서 가장 강력한 한인 경제권을 형성한 커뮤니티다.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형성된 부동산·금융·마켓·병원·물류·건설·무역·외식업의 규모와 밀도는 미국 내 어느 이민 커뮤니티와 비교해도 매우 독보적이다. 그리고 그 성장 과정의 중심에 LA한인상공회의소가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사에서는 LA중국인상공회의소가 커뮤니티 전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배울 부분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구조적 차이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본다.
현재 남가주의 중국계 경제권은 몬터레이파크, 아케이디아, 어바인, 롤랜드하이츠 등으로 넓게 분산되어 있다. 과거 차이나타운 중심 구조는 오래전부터 변화해 왔으며, 현재의 차이나타운 역시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실제 중국계 경제력은 매우 크지만, 그것이 하나의 중앙 조직으로 응집되어 있는 구조는 아니다.
반면 LA 한인사회는 여전히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높은 경제 밀도와 커뮤니티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LA한인상공회의소는 약 130여 명 이상의 이사진이 참여하는 매우 드문 구조를 갖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업종의 실제 비즈니스 오너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정도 규모의 이사 조직을 장기간 유지하는 소수민족 경제단체는 미국에서도 흔치 않다.
기사에서는 상의의 행사 중심 문화도 비판했다. 물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이민사회에서 네트워킹과 커뮤니티 결속을 단순히 “친목”으로만 해석하는 것도 균형 잡힌 시각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 이민사회에서 경제 네트워크는 단순한 사교 모임이 아니다. 사업 정보 교환, 투자 연결, 차세대 멘토링, 정치 후원, 위기 시 상호 지원 등은 결국 사람 간 신뢰 관계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LA 한인사회는 1992년 폭동, 금융위기, 팬데믹, 최근의 고금리와 상업용 부동산 침체 속에서도 강한 생존력과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그 배경에는 촘촘한 한인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존재했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LA한인상공회의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라 50년 넘게 한인 경제 성장과 함께해온 역사적 조직이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코리아타운의 성장 역시 수많은 전직 상의 관계자들과 한인 사업가들의 헌신 위에서 가능했다.
특히 최근 제49대 정상봉 회장단은 기존 행사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해왔다. ‘Meet the City’와 ‘Next Generation Mixer’ 같은 프로그램은 차세대와 주류사회 연결을 위한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곧 제50대 회장단이 새롭게 출범한다. 50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새로운 반세기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새 회장단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차세대 참여를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고, 주류 정치·경제권과의 연결을 더욱 강화하며, 한인상의가 가진 경험과 네트워크를 다음 세대에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플랫폼이 되어주길 바란다.
그러나 그 어떤 변화도 한인상의의 역사와 자긍심을 부정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LA한인상공회의소는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한인 사업가들의 땀과 헌신 위에서 성장해온 조직이다. 오늘의 코리아타운과 한인 경제권 역시 그 축적된 노력 위에 존재한다.
비판은 필요하다. 변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균형과 존중 역시 함께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자조가 아니라, 대한민국 밖 최대 한인 경제 커뮤니티라는 자산을 어떻게 다음 세대까지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더 큰 비전과 책임감일 것이다.
LA한인상공회의소(회장 정상봉) 이사들이 지난 3월 연례 갈라 행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인상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