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024년 대통령 선거 참패 원인으로 내린 결론이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지난 21일 공개한 192쪽 분량의 ‘2024 대선 패배 분석 보고서’에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틀린 문제를 다시 틀리지 않기 위해 쓰는 오답노트인 셈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 오답노트에 또 다른 오답을 썼다.
민주당 정치 전략가 폴 리베라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카멀라 해리스 캠페인이 트럼프의 부정적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각인시키는 데 실패했다”며 “트럼프의 중범죄 유죄 평결 등 공격 소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미 유권자들 사이에 굳어져 있다고 본 판단 자체가 오판이었다고 평가했다.
패배 원인으로 내놓은 답이 결국 ‘상대 후보를 더 세게 공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얘기다. 당내 열성 지지파의 결집을 다지는 효과는 있으나,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에게까지 설득력이 미치기는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
보고서에는 얼마든지 더 본질적인 질문들이 담길 수 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분열, 경제 정책의 구체성 부족,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 실패 등에 대해선 깊은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경제 메시지와 관련해 보고서는 민주당의 정강정책이 유권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데 그쳤다. 이쯤 되면 홍보의 문제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고용지표가 개선됐음에도 왜 많은 유권자들이 경제 회복을 체감하지 못했는지, 물가와 주거비 부담이 왜 민주당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구조적 분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이른바 ‘부검 소견서(autopsy report)’라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패인을 분석해 다음 선거 전략에 참고하기 위해 정례적으로 만드는 일종의 반성문이다. 말 그대로 시신을 해부하듯 정확한 패인을 가려내 두 번 실수하는 일을 막자는 취지다.
민주당이 이번 보고서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2028년 대선에선 누가 나오든 네거티브 공세를 한층 강화할지 모른다. 정치의 품격은 이래저래 하향곡선을 그을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