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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혹성탈출

Chicago

2026.05.2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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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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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가 끝날 때쯤 'Planet of the Apes'란 미국 영화가 들어왔다. 찰턴 헤스턴이 주연한 영화였는데 우리말 제목이 〈혹성탈출〉이었다. 당시 한국은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후 동족상잔의 전쟁 폐허에서 간신히 회복 중이었고 차츰 경제가 발전되며 먹고살 만하다 보니 그때까지 외국어와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어지럽혀진 우리말을 순화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혹성(惑星)'이다. 행성(行星)이라는 우리말이 있었는데도 영화 제목에 혹성이라는 일본식 단어를 쓴 것은 관계자들의 잘못이다. 영화는 원제목을 그대로 번역하여 '원숭이의 혹성'이란 이름으로 우리보다 먼저 일본에서 상영되었다. 우리는 거기서 혹성이란 단어를 생각 없이 빌려 쓴 것 같은데 고의든 아니든 큰 실수였다.
 
언어를 포함해서 제반 문화가 주변 강대국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행성이란 우리말이 엄연히 있는데도 일본식 한자어를 사용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한때 우리를 침탈했으니 민족적 감정이 있어서 무조건 배척하자는 억지가 아니라,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일본식 한자어를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관계 부서에서도 그런 사정을 알고 제목에 쓰인 혹성이란 단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려고 했지만, 영화는 이미 원이름으로 크게 성공한 후여서 억지로 행성이란 우리말로 고쳐 쓰기에 너무 늦었다고 한다.
 
천체에 관한 단어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번 더 정리해 보기로 한다. 우주의 기본 단위는 별이라고 했다. 별은 핵융합을 해서 빛과 열을 내는 천체인데 한자어로 항성(恒星)이라고 한다. 별이 모이면 은하(銀河)가 된다. 태양과 같은 별이 수천억 개가 모이면 우리 별인 태양이 속한 은하수 같은 은하를 이룬다. 천문학자들의 과학적인 추측으로 다시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쯤 모여서 비로소 우주(宇宙)가 된다고 한다. 우주 이야기를 할 때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쓰지 않은 숫자의 단위, 즉 억이나 조 같은 엄청나게 많은 수의 단위를 쓰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천문학적 숫자'라고 부른다.
 
각각의 별에는 자신을 공전하는 천체가 있기도 한데 이를 행성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혹성이라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단어를 쓴다. 태양도 별인데 태양 주위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총 8개의 행성이 있다. 항성, 즉 별은 빛과 열을 내는 데 비해 행성은 자신이 항성에서 받았던 빛을 반사하는 까닭에 밤하늘에서 마치 별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일본에서는 혹성이라고 하지만, 우리말로는 행성이 맞는데 그런 행성의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를 위성(衛星)이라고 한다. 지구는 행성이고, 지구의 위성은 달이다. 태양계의 위성을 살펴보면 수성과 금성에는 위성이 없지만, 지구에는 달 한 개가 있고 화성의 위성은 두 개다. 목성에는 95개, 토성은 274개나 된다. 그리고 천왕성은 28개, 해왕성은 16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항성이 태양이고, 우리가 잘 아는 행성은 지구이며, 역시 우리가 잘 아는 위성은 달이다. 만약 적절한 우리말 단어가 없다면 모를까 행성이라는 우리말이 엄연히 있는데도 굳이 혹성이란 일본식 한자어를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무분별하고 지각없이 사용하는 외국어에 우리말이 설 자리를 내어주어서는 안 된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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