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는 지붕 위에 올리는 작은 동물 돌 인형입니다. 옛날에 궁궐이나 집의 위엄을 살리고 잡귀를 쫓기 위해 설치한 것입니다.
그런데 집짓는 사람들이 의당 있어야 할 이것을 깜박 잊기 일쑤였답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어처구니가 없다'입니다. 지금은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어이없을 때 그렇게 말합니다.
엊그제 LPGA 투어에서 바로 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셸 위가 2라운드를 마친 후 사인을 하지 않고 스코어 카드를 제출해 실격을 당하고만 것입니다. 그동안 부진을 씻어내고 모처럼 좋은 성적(3라운드까지 17언더파 단독 2위)을 올려 데뷔 첫 승도 노려볼 만한 와중이어서 아쉽기 짝이 없었습니다.
대회관계자에 따르면 실격 통보를 받는 순간 그의 표정은 마치 '이 세상에 산타크로스 할아버지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린 아이 같았다고 합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의 기원이 그렇고 하물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데 실수란 누구나 저지를 수 있습니다. 박세리나 한희원 같은 베테랑들도 그 비슷한 실수를 했습니다.
문제는 실수의 반복입니다. 미셸 위는 3년 전 프로 데뷔전에서도 볼 드롭 규정을 어긴 게 취재 기자의 제보로 알려져 실격을 당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그것이 그의 무지 내지 부주의의 소산이란 점입니다.
그는 그 때도 이번에도 똑같이 말했습니다.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16세 때나 어엿한 명문대생이 된 지금이나 룰을 정확히 모르고 가볍게 여기기는 한가지로 하나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미셸 위는 분명 여느 선수들과 다릅니다. 예외적인 선수입니다. 아버지의 추상같은 명령에 벌벌 떨고 울면서 공동묘지를 다녀오는 훈련을 받아본 적도 없고 어머니가 남의 집 가사 도우미를 하며 손에 찬물을 묻히는 뒷바라지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일찌감치 매스컴의 주목은 있는 대로 다 받고 고급 SUV를 타고 골프장을 오갔습니다. 세상 물정을 알기도 전에 수천만 달러의 돈도 벌었습니다. 바늘구멍 통과하기라는 퀄리파잉스쿨도 거치지 않았는데 여기저기서 초청하지 못해 아직도 안달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그렇게 치외법권(?)적인 웃자람이 결코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그린에서 어처구니가 없는 실수로 돌출하는 것은 아닐까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번 품어본 생각입니다.
# 미셸 위 PGA 도전# 080825_스포츠7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