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선 TV 광고는 시간이 갈수록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 거칠어지고 중상모략의 단계로까지 발전하는 것일까.
워싱턴에 있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존 울프스탈 선임연구원은 최근 "역대 대선에선 TV 광고 하나가 특정 후보를 몰락시키고 선거를 사실상 끝내버린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TV 광고에는 선거 판세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아는 후보 진영에게는 '한 방의 추억'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형적인 예로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와 민주당 마이클 듀커키스 후보가 맞붙은 1988년 대선을 들었다.
부시 진영은 듀커키스가 '죄수의 주말 휴가제도'를 지지한 사실에 착안해 윌리 호튼이란 살인범이 이 제도를 이용해 납치 강간을 자행한 사건을 소재로 TV 광고를 만들었다. '유괴' '강간'이란 큰 자막을 넣고는 듀커키스가 흉악범에게 휴가를 주어 범죄를 저지르게 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어 수많은 흉악범이 감옥의 커다란 회전문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회전문' 광고로 2차 공격에 나섰다.
울프스탈은 "유권자들은 처음에는 호튼이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거듭된 TV 광고 이후 이 문제가 모든 이슈를 삼켜 버렸다"고 밝혔다.
1964년 린든 존슨(민주당)과 배리 골드워터(공화당)가 맞붙었을 당시 데이지 꽃잎을 따며 놀던 순진한 어린 소녀의 눈망울에 핵 폭발의 버섯구름을 투영시킨 존슨 진영의 TV 광고도 선거판을 휩쓸어 버린 사례로 손꼽힌다.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 골드워터는 속수무책으로 이 광고에 당했다.
울프스탈은 "유권자들은 민주.공화 양당의 전당대회가 끝나는 9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대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며 "20여 일간 공식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한국과 달리 전당대회 후 두달여 선거 캠페인이 진행되는 미국에선 무슨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올 대선에서도 선거캠페인 기간 터져나올 돌발변수에 따라 TV 광고의 소재가 탄력적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의회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오바마 후보와 매케인 후보 모두 악몽과 같은 끔찍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그것이 TV 광고의 핵심 소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바마의 경우 ▷미국에서 제2의 9.11 테러가 발생하거나 오사마 빈 라덴이 체포되는 등 미숙하다고 평가받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주요 이슈로 등장할 때 ▷92년의 LA 폭동과 같은 인종 간 갈등이 표면화될 때 ▷부인 미셸 관련 스캔들이 터졌을 때 네거티브 TV 광고의 소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케인의 경우에는 ▷노령에 따른 건강 문제와 이혼 경력 등 개인적 삶이 집중 부각될 때 ▷매케인의 로비스트 관련 의혹 ▷부인 신디의 사업 관련 스캔들이 터졌을 때 집중 타깃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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